따스한 이야기

도선생들의 표적

큰가방 2009. 3. 20. 20:41

도선생(盜先生)들의 표적


오늘은‘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인데 아침에 우체국에 출근하려고 집을 나설 때부터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하늘에 시커먼 먹구름이 가득하더니 시골마을에 배달할 우편물을 정리하여 우체국을 문을 출발할 때부터 한 방울 두 방울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경칩에 비가 내리면 풍년이 드는 것일까? 그렇지 않아도 요즘 가뭄 때문에 걱정이 너무 많은데 우편물 배달하기 힘들더라도 충분하게 많이 내렸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 속에서


전남 보성 회천면 전일리 외래마을 골목 끝에 있는 할머니 댁에 현금등기 한통을 배달하려고 마당에서 “할머니!”하고 큰소리로 불렀지만 처마 밑으로 떨어지는 빗소리만 들려올 뿐 대답이 없었다. “이상하다! 오늘은 비가 와서 봄 쪽파 수확하는 작업도 나가지 못하셨을 텐데. 아! 그렇구나!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이면 마을 사람들이 회관에 모여 계시지!”하고 회관으로 달려가 현관문을 열어보니


입구에 신발이 가득하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핫! 핫! 허! 헛!”즐거운 웃음소리가 문밖까지 들려오기에 방문을 열고“여기 김삼례 할머니 오셨어요?”하였더니 “나~아! 여깃어! 그란디 으째 그래?”하고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반기셨다. “서울에서 아드님이 돈을 보내셨나 봐요.” “우메! 서울서 아들이 돈을 보냈어? 그라문 한잔 내야 쓰것네!”하는 마을 노인들의 말씀에 “와따~아! 쬐깐 지달려 봐~아! 돈이 을마나 왔는지 봐야 한잔을 내든지 두 잔을 내든지 하제! 다 들 안 그란가?”하시자


“그래! 그 말이 맞네! 맞어!”맞장구를 치시는데 마을의 가운데에 살고 계시는 할머니 한분이 가만히 오시더니 “아제! 뭣을 잔 물어봐야 쓰것는디!”하셨다. “무엇을 물어보시게요?” “다른 것이 아니고 우리 아랫집에 택배 안 왔어?” “택배요? 택배는 도착한 게 없는데 왜 그러세요?” “어지께 아랫집 노인 딸한테 전화가 왔어! 뭣이 오문 받어 노라고!” “그랬어요? 그런데 오늘 도착한 우편물은 없는데!”하는 순간 어제의 일이 떠올랐다. 어제 오전 10시경 우편실(郵便室)에서 배달할 우편물을 정리하느라 바쁘게 움직이는데


“회천 전일리 외래마을 담당집배원 전화 받으세요!”하며 전화를 바꿔주기에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류상진 입니다.”하였더니 “바쁘신데 전화 드려 죄송한데요. 부탁이 있어 전화 드렸습니다.” “무슨 부탁인데요?” “다름이 아니고 저의 엄마가 몸이 안 좋아 병원에 입원하여 수술을 받으셨는데 약 1~2개월쯤 더 치료를 받아야 퇴원할 수 있다고 하시거든요. 그런데 병원에서 TV를 봤더니 도둑들이 우편 수취함에 우편물이 쌓여있으니까 사람이 장기간 비어있다 것을 알고 털어갔다는 뉴스를 보셨나 봐요.


그래서 저의 친정집 우편 수취함에 저의 엄마가 안 계시는 동안 우편물이 쌓여있을 것 같아 걱정이 많으시거든요.” “그러면 어머니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 데요?” “저의 엄마 이름은 박형자 씨인데 집은 외래마을 가운데쯤 있는 기와집이거든요.” “박형자 할머니요? 저도 알고 있습니다. 요즘 우편물을 빼내가지 않아서 무슨 일인가 궁금했는데 수술을 받으셨군요. 그러면 우편물을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혹시 마을에 우편물을 맡길만한 가까운 친척 되시는 분 안계실까요?”


“친척들이 계시기는 한데 별로 중요하지 않은 우편물을 맡겨 놓기가 그래서요.” “그러시면 뒷집 할머니께 맡겨놓으면 어떨까요?” “그래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해서 어제 수취함에 들어있던 우편물을 꺼내 비닐봉지에 담아 할머니 댁으로 갔는데 계시지 않아 우편 수취함에 넣어두었는데 할머니께서는 그 우편물을 택배로 알고 계시는 것 같았다. 그런데 우편 수취함에 꺼내가지 않은 우편물 때문에 도선생(盜先生)들의 표적이 된다니 우리사회가 너무 무섭게 변하는 것은 아닌지 정말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이었다. 


 

 

따스한 날씨가 계속되자 메조(명자), 천리향, 진달래꽃들이 앞 다투어 피어나기 시작하였습니다.(사진은 3월 17일 촬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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