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이야기

"안경을 바꾸세요!"

큰가방 2010. 3. 26. 21:45

 

"안경을 바꾸세요!"

 

어제 오후부터 중부지방에는 강한 바람과 함께 많은 눈이 내렸다는 일기예보가 있었으나 보성에는 다행스럽게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은 다른 곳으로 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는지 마치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날려버릴 듯 더욱 거세게 불어대고 있는데 지난 1월부터 파종을 시작하여 씌워놓은 감자밭의 검정 비닐들이 바다 건너 불어오는 강풍(强風)을 이겨내지 못하고 벗겨져 마치 거대한 가오리연이 하늘을 날아다니듯 강한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날려가고 있었다.

 

오늘도 빨간 오토바이와 함께 시골마을에 우편물을 배달하기 위하여 전남 보성 회천면 회령리를 향하여 왕복 2차선 도로를 달려가고 있는데 반대편 차선에서 경찰 순찰차(巡察車) 한 대가 달려오고 있는 것을 보고 속도를 더욱 줄여 천천히 가고 있을 때 갑자기 회오리바람이 불어 닥치면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나도 모르게 "어! 어! 어!" 하며 순찰차 앞으로 다가서다 겨우 오토바이를 세우고 "죄송합니다. 바람이 워낙 강하다 보니 이렇게 차에게 달려들게 되네요!" 하였더니

 

차에 타고 있던 경찰관이 활짝 웃는 얼굴로 "아닙니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은 저희들도 조심하고 있어요. 그나저나 오늘 같은 날 우편물 배달하시려면 힘드시겠습니다. 정말 수고가 많으시네요." “늘 하던 일이니 괜찮은데 오늘처럼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은 정말 힘이 많이 드네요. 그럼 수고하십시오!”하고는 삼장마을에 도착하여 마을 가운데쯤 집 대문 앞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적재함에서 초코파이 상자 정도 크기의 조그만 택배 하나를 꺼내들고 마당으로 들어가 "김해중씨 계십니까? 택배 왔습니다!" 하고

 

큰소리로 주인을 불렀으나 대답이 없었다. "이상하다! 오전에 전화했기 때문에 집에서 기다리고 계실 텐데 왜 대답이 없지?" 하고 이번에는 현관문을 두드리며 "김해중씨 택배 왔습니다!" 하였더니 현관문이 열리면서 황급히 아주머니가 나오더니 "미안합니다. 바람 소리가 워낙 거세다보니 아저씨가 부르는 소리를 못 들었어요!" "그러셨어요? 금년 봄에는 유난히 바람도 많이 불고 눈도 많이 오는 것 같아요. 바람이 불지 않아야 농촌에서는 피해를 입지 않는데 큰일이네요!"

 

"그러니까요! 지금 바람이 감자밭에 비닐을 모두 걷어 가버려 다시 씌어야겠어요!" "바람 때문에 손해가 많으시겠네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모두 하늘에서 하는 일인데!" "그런데 오늘 도착한 택배는 착불이어서 2천 6백 원을 주셔야겠네요!" "2천 6백 원이라고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금방 가지고 나올게요! 요즘 우리 아저씨가 자꾸 머리가 빠지는 바람에 도움이 되는 샴푸가 있다고 해서 구입하려고 했는데 가격이 너무 비싸 우선 견본을 보내달라고 했는데 착불 택배로 보냈나 봐요!" 하더니

 

잠시 후 요금을 가지고 나와 건네주며 "아저씨! 우리가 택배를 보내면 요금이 4천원인데 왜? 이런 곳에서 보낸 택배는 이렇게 요금 싼가요?" 하고 물었다. “계약 택배이기 때문에 요금이 저렴해요. 일 년에 몇 개 밖에 보내지 않는 사람들과 한 달이면 몇 백 개씩 발송하는 업체들과 요금이 똑 같으면 불공평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택배의 크기와 무게 그리고 한 달에 발송하는 총 개수 등을 고려해서 업체들이 발송하는 택배는 요금을 할인해 주고 있거든요.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하고

 

아주머니와 헤어져 모든 우편물 배달을 마친 다음 사무실에 돌아와 컴퓨터 크레들에 PDA를 올려놓았는데 착불 요금이 2천 8백 원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아까는 분명히 2천 6백 원이었는데 어떻게 사무실에서 2천 8백 원으로 바뀌었느냐 이겁니다. 이제는 PDA도 믿을 수 없는 세상이 된 겁니까?”하였더니 내말을 듣고 있던 물류과장님께서“제가 보기에는 팀장님 PDA가 잘못된 것이 아니고 안경이 잘못된 것 같습니다. 그러니 더 손해를 보기 전에 안경을 바꾸세요!”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햇님이 쓰다 버린 쪽박인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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