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박 잊었어요!"
"여보세요! 정경화씨 휴대폰입니까?" "예! 그런데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보성우체국 집배원입니다. 다름이 아니고 정경화씨께 택배가 하나 도착하여 전화 드렸습니다. 오전 11시경에 댁으로 배달해드리겠으니 그때 댁에서 기다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11시경이라고요? 알았습니다." "그런데 댁이 주공아파트 104동 14층이 맞지요?" "아니에요. 우리 집은 제일파크 아파트인데요." "예~에! 제일파크 아파트라고요? 그럼 보성읍 우산리 주공아파트가 아니라는 말씀이세요?"
"저의 집은 광주 백운동에 있는 제일파크에요."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미안합니다. 아마 택배 발송인께서 전화번호를 잘못 입력하신 것 같습니다.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하고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이상하다! 주공아파트 104동 14층에 정경화씨가 분명히 살고 있는데 왜 아니라고 하지? 엊그제 은행에서 발송한 카드도 한통 배달한 적이 있었는데 그럼 동명이인인가?" 하고는 오늘 배달할 우편물을 정리하여 우체국 문을 나섰다. 그리고 보성읍 우산리 주공아파트 104동 14층
정경화씨 댁 현관 앞에서 라면박스 4배 정도의 제법 크고 무거운 택배를 배달하려고 초인종을 눌렀으나 아무 대답이 없었다. "이상하다! 여기는 별로 집을 비우지 않는데 오늘 따라 왜 이렇게 대답이 없지?" 하고 택배 기표지 메모 란을 보았더니 '수취인 부재 시 현관 문 앞에 놓아두고 가세요!' 라는 메모가 적혀있었다. "마침 수취인의 메모 요청이 있으니 그냥 놓아두고 가야겠다." 하고 택배를 현관 문 앞에 놓아두고 주공아파트 배달을 끝낸 다음 회천면으로 내려와
빨간 오토바이와 함께 봉강리 모원마을 우편물을 배달하고 있는데 휴대폰 벨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즐거운 오후 되십시오. 류상진입니다." "우체국 택배 아저씨지요?" "예! 그렇습니다." "아침에 택배 때문에 전화 받은 정경화입니다." "그렇습니까? 제가 오전에 실수로 전화를 잘못한 것 같습니다. 택배를 발송하실 때 전화번호를 제대로 입력하셔야 하는데 숫자 한자만 틀려도 다른 곳으로 전화가 걸려가니까 그런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막 전화를 끊으려는데 황급히 "여보세요! 잠깐만 요!"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왜 그러십니까?" "아저씨! 죄송한데요. 그 택배 어떻게 하셨어요?" "부재시 현관 문 앞에 놓아두라! 는 메모가 있어 그냥 문 앞에 놓아두고 왔는데요." "그러셨어요! 그럼 어떻게 하지요? 제가 일주일 전 보성에서 광주로 이사를 왔거든요. 그런데 깜박 잊고 옛날 주소로 물건을 주문해서 그만 보성으로 발송된 것 같아요. 내일까지 그 택배를 받아야 하는데 문 앞에 그냥 놓아두셨다니 혹시라도 물건이 없어지면 안 되는데!" "사모님께서도 주공아파트에서 살아보셨으니 아시겠지만
아직까지 택배가 분실된 일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광주로 이사를 하셨으니 택배를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제가 택배비를 드리겠으니 제가 살고 있는 곳으로 다시 보내주시면 안될까요?" "택배는 사모님께서 살고계시는 곳으로 전송을 시켜드리면 되니까 택배비는 안 주셔도 되는데 내일까지 물건을 받으셔야 하니까 그것이 문제거든요. 제가 아무리 빨라도 오후 6시가 넘어야 회천면 우편물 배달이 끝나고 보성으로 갈 수 있는데 그 시간이면 이미 우편차(郵便車)는 출발해 버리니까.
내일 택배를 받아보실 수가 없거든요. 그렇다고 여기서 왕복 40km되는 거리를 오토바이를 타고 다녀 올 수도 없고! 아무튼 광주 주소를 알려주시면 제가 최선을 다해 내일 받아보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또 다시 휴대폰 벨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즐거운 오후 되십시오. 류상진입니다." "팀장님 수고가 많으십니다. 사무실입니다!" 하는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순간 "옳지 좋은 수가 있다. 사무실에 이야기하여 택배를 수거하여 광주로 전송시켜야겠다!"
보성의 5월은 햇 녹차가 나오는 계절입니다. 회천면 영천리에서 부부가 녹차 잎을 덖어 짙은 향이 나오도록 멍석에 부비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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