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선물
월요일 아침 오늘 배달해야할 우편물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는데 "지난주 회천 동촌마을 집배 담당이 누구세요?" "내가 했는데 왜?" "이리 오셔서 전화 좀 받아보세요!" "행복한 하루되십시오! 류상진입니다!" "자네가 엊그저께 우리 소포를 옆집에 매껴논 사람인가?" "그렇습니다. 만!" "다른 것이 아니고 자네 오늘 우리 집이 잔 왔다 가소! 알것는가?" "무슨 일로 그러시는데요? 아직도 화가 안 풀리셨나요?" "화가 풀렸든 안 풀렸든 그런 것은 자네가 알 것 업고 집에 왔다 가라문 왔다 가! 알것제?"
"예! 알았습니다.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니까 지난 주 5월 7일 날은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날이기 때문에 멀리 있는 자녀들이 고향에 있는 부모님께 많은 택배를 보내오기 때문에 평소보다 4~5배가 많은 택배를 배달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전남 보성 회천면 동율리 동촌마을에서 수원에서 보내온 라면박스 절반 크기의 택배 하나를 배달하려고 마을 가운데에 있는 영감님 댁 대문 앞에서 큰소리로 "어르신! 택배 왔네요! 얼른 좀 나와 보세요!" 하였으나 아무 대답이 없었다.
"이상하다! 여기는 항상 대문을 열어놓고 계시는데 오늘따라 왜 대문을 잠가놓으셨지? 그러면 이 택배는 어떻게 하지? 그냥 갖고 가면 내일이 어버이날인데 시기를 놓칠 것 같고!" 하고 잠시 난감해 하고 있는데 마침 옆집 할머니께서 밭에 나가려는지 대문을 열고 나오기에 "할머니! 이집 어르신 어디 나가시던가요?" "금메! 나는 잘 몰르것는디 으째 그래?" "택배가 하나왔는데 대문이 잠겨있어
그냥 가져가기도 그렇다고 어디 놔둘 수도 없고 해서요! 내일이 어버이날인데 오늘 받으셔야 기분이 좋으실 텐데!" "그래~에! 그라문 우리 집에 놔두고 가! 내가 한나도 손 안대고 잘 전해 주께!" "그럼 이따 꼭 전해주셔야 해요!" "와~따아! 나를 그라고 못 믿어?" "아니요! 할머니를 못 믿어 그러는 것이 아니고 깜박 잊고 못 전해주는 수가 있어서 그래요!" "그런 것은 꺽정도 말어! 내가 잘 전해주께!" 하셔서 옆집 할머니께 맡겨두고 왔는데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전화가 왔다.
"자네가 오늘 우리 집 소포를 옆집에 매껴논 사람인가?" "예! 그런데 무엇이 잘못되었나요?" "잘못되었냐니! 으째 우리 소포를 다른 집에 매껴 놔? 엉!" "어르신 그런 것이 아니고 오늘 택배를 받으셔야 할 것 같아서!" "집에 사람이 읍으문 갖고 갔다 내일 갖고 오문 되는 것이제! 그란다고 옆집에 매껴 노문 쓰것어? 엉!" 하고 노발대발 야단이셨다. "어르신! 화가 나셨다면 죄송합니다. 그런데 제 생각으로는 내일이 어버이날이어서 오늘 택배를 받으셔야 할 것 같아서 그랬거든요."
"어찌 되얐건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업도록 해! 알았제?" 하며 전화를 '탕!' 끊어버려 '대문이 잠겨있어 옆집에 택배를 맡겼는데 무엇이 그토록 잘못되었단 말인가?' 하였는데 3일이 지난 오늘 아침 또 다시 전화가 온 것이었고 영감님 댁을 향하는 내 마음은 무겁기만 하였는데 "어르신! 무엇 때문에 그렇게 화가 나셨나요?" 하고 묻자" "내가 화를 낼 일도 아닌디 화를 내서 미안하시! 사실은 내 손지가 올해 대학 졸업하고 취직을 해서 처음으로 어버이날이라고 할아부지 할머니 생각한다고 과자하고 꽃하고 사서 소포로 보냈어!
그란디 자네가 옆집에 매껴 놓고 가는 바람에 옆 집 영감이 그것을 자기 것인 줄 알고 뜯어서 과자를 묵다 본께 자기 껏이 아니드라고 갖고 왔드란 말이시! 그것을 본께 을마나 화가 나든지! 그래서 홧김에 자네한테 전화를 한 것이여! 그란디 전화를 끊고 가만히 생각해 본께 내가 잘못했드란 말이시! 사실 자네가 무슨 죄가 있것는가? 집을 비운 내가 잘못이고 또 옆집 영감도 남의 것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고 또 손지가 보내 준 것인께 이웃하고 나눠묵어야 쓴 것인디 그것을 못 참고 전화를 했으니 자네가 이해를 하소! 잉!"
금년에도 어김없이 녹차를 수확하는 계절이 돌아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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