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이야기

행복한 미소

큰가방 2011. 3. 12. 18:22

 

행복한 미소

 

3월이 시작되면서 그렇게도 찾아오지 않을 것 만 같았던 봄이 아무도 모르게 살며시 우리 곁으로 다가왔는지 시골길 옆 언덕 아래 볕 잘 드는 양지쪽에는 어느새 이름을 알 수 없는 조그만 새싹들이 파릇파릇 돋아나고 있으며 시골집 담장너머 가지를 길게 늘어뜨린 매실나무에서는 조그만 꽃봉오리들이 탐스럽게 솟아올라 아름답게 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하릴없는 조그맣고 하얀 강아지 한마리가 봄 소풍이라도 가는지 엄마 개의 뒤를 졸랑졸랑 따라가고 있었다.

 

오늘도 시골마을에 우편물을 배달하러 가는 길. 내가 전남 보성 회천면 서당리 연동마을 맨 마지막 집 마당으로 들어서자 할머니와 며느리가 사이좋게 마루에 앉아 쪽파를 다듬고 계시다 나를 보고 환한 얼굴로 반기신다. “아저씨! 어지께도 우리 집이 오셨다 가셨담서요?” “! 어제 대학교에서 등기 편지가 한 통 와서 들렸는데 아무도 안 계세서 그냥 가지고 갔거든요. 그런데 학교에서 반가운 소식 보낸다고 하던가요?” “우리 아들이 올해 대학교에 입학했는데 학교에서 좋은 소식이 올 거라고

 

오늘은 꼭 기다리고 있다 받으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랬어요? 학교에서 좋은 소식을 보냈다면 장학금을 지원해 준다는 소식일까요? 그렇다면 아들이 공부를 상당히 잘했나 보네요?” “아이고! ()에서 공부를 잘하면 얼마나 잘했겠어요? 그냥 남보다 조금 잘한다는 소리를 듣기는 했는데 그래도 모르지요!” “그래도 학교애서 장학금을 준다면 성적이 좋으니까 주는 거지 아무에게나 장학금을 준답니까? 아무튼 기쁘시겠네요?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오늘은 밭에 감자 심으러 안 나가셨어요? ? 할머니 며느님 두 분이 다 집에 계세요?”하고 묻자 할머니께서아저씨가 반가운 소식을 갖고 우리 집으로 온다 그란디 지금 밭에 감자가 문제여?”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두 분이 함께 집에 계실 필요는 없는데 그러셨어요? 하루 일당이 얼마씩인데!” “아이고! 암만 그래도 사람이 쉴 때는 쉬어야제 요새 날마다 감자 밭에서 일을 했드니 심이 들어 죽것서! 그래서 오늘 하루라도 아저씨 지달린다고 핑계대고 쉴라고 이라고 있제!”

 

하긴 그러시겠네요. 그러면 할머니 댁 감자는 다 심으셨어요?” “우리 집 감자는 진작 다 심어부렇제! 지금까지 있으문 쓰것어? 그라고 동네 품앗이 한 감자도 어저께까지 다 심것어!” “그러면 무엇이 남았는데요?” “인자 남의 동네 감자가 남어갖고 있제~! 그랑께 집이서 오늘 하루 쪼깐 쉬어도 욕은 안하것제! 안 그래?”하시며 아주 후련하다는 표정이시다. “그런데 이건 할머니 앞으로 부산에서 택배가 하나 왔네요! 부산에는 누가 살고 게시나요?”

 

부산? 부산에는 우리 딸이 살고 있는디 뭣이 왔다고?”하며 오토바이 적재함에서 꺼내주는 택배를 받더니 인자 본께 우리 딸이 목도리 짜서 보낸다고 전화왔드만 내가 깜박 잊어부렇네!” “목도리를 보냈다고요? 목도리가 들어있는 박스치고는 상당히 큰 편인데 목도리만 보낸다고 하던가요?” “우리 딸이 목도리 실을 사다 시간 있을 때마다 쪼깐씩 짯다고 그럽디다. 그래서 세 개를 보낸다고 엊그저께 전화가 왔드란께!” “그랬어요? 그러면 목도리를 세 개나 보냈다는데 저 하나 주시면 안 될까요?”

 

아저씨 한 개 주라고? 아이고! 안 되야!” “목도리가 세 개면 할머니 한 개 며느님 한 개 그래도 한 개가 남는데 저하나 주시면 좋을 텐데 왜 안 된다고 하시는 거예요?”하자 은근한 목소리로 여그 이 옆에 즈그 씨누이가 살고 있어! 그랑께 잊어 불지 말고 꼭 한 개 갖다주라고 신신당부를 하드랑께 그란디 아저씨를 줘 불문 쓰것서? 정 서운하문 내껏이라도 주까?” “할머니도 참! 그냥 농담으로 그랬어요!”하며 가만히 바라본 두 분의 얼굴은 마치 하늘을 날아갈 듯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목도리를 세 개를 보낸다고 했는디 으뜬 것이 이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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