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이야기

지네

큰가방 2012. 6. 23. 18:50

 

지네

 

6월의 하순으로 접어들자 하늘의 붉은 태양은 마치 한 여름 더위가 무색할 만큼 강렬한 햇볕을 쏟아 붓고 있는데 시골들녘에서는 오늘도 많은 농부들과 아낙들이 어른의 주먹만큼 크게 자란 감자 수확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전남 보성 회천면 소재지 윗마을에 라면 박스 정도 크기의 택배 하나를 배달하려고 대문 앞에서 ‘빵! 빵!’소리를 내자 할머니께서 대문 쪽으로 달려오시더니 활짝 웃는 얼굴로 “우리 딸이 택배 보냈제?”하신다.

“좋은 선물 보낸다고 하던가요?” “아니~이! 존 선물은 아니고 내가 엊그저께 하마트문 큰일 날 뻔 했는디 딸이 그 소리를 듣고 영양제를 사서 보낸다고 전화가 왔데!”

 

“큰일 날 뻔했다니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내가 밤에 잠을 자고 있는디 뭣이 모가지를 꽉 물드란께! 그래서 잠결에 ‘뭣이 이라고 물어 싼다냐?’하고 그냥 잘라고 했는디 갈수록 퉁퉁 붓기 시작한디 나중에는 숨을 못 쉬것드란께!”

“정말 그랬어요? 큰일 날 뻔했네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우추고 하껏이여? 우리 영감을 깨와 갖고 ‘내가 죽것다!’고 했드니 급하게 차 불러갖고 병원에 가서 주사 맞고 이틀인가 입원해 있다가 오늘 아침에사 집으로 왔단께!”

 

“옛말에 자다가 벼락 맞는다! 고 했는데 할머니께서 꼭 그렇게 되셨네요! 그런데 무엇이 목을 물었을까요? 모기가 물었다면 그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요.”

“나는 잘 모르것는디 우리 영감이 방을 뒤져본께 큰 지네가 두 마리가 나오드라 그라데! 그란디 그것이 물문 그라고 독한가?”

 

“지네에 물렸다고 사람이 죽지는 않는데 무척 가렵고 따갑거든요. 그래서 우선 물파스 같은 것을 바르고 얼음찜질을 해 주면 좋아요. 그래도 안 되면 병원에 가 봐야겠지요.”

“나는 모가지가 퉁퉁 부서갖고 혼이 났단께! 그란디 지네를 잡을라문 우추고 해야 되까? 우리 영감이 포리 약을 아무리 찌클어도 그것이 빌빌 꼬기만 하고 안 죽드란께!”

 

“지네는 파리약으로는 잘 죽지 않아요. 저의 집에서도 이따금 지네가 나타나는데 바퀴벌레 약을 뿌리니 금방 죽더라고요.”

“그래~잉! 그라문 우리 집도 그 약을 잔사다 놔둬야 쓰것구만! 그란디 지네가 집으로 못 오게 하는 방법은 읍으까?”

 

“글쎄요!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붕산이나 백반 그렇지 않으면 바퀴벌레 약을 집 주위나 지네가 다닐만한 곳.

그리고 창틀에 1~2주에 한 번씩 뿌려두라고 하는데 저도 정확한 방법은 잘 모르거든요. 제가 자세히 알아보고 알려드릴게요.” “그래~에! 그라문 잘 알아갖고 잊어 불지 말고 갈쳐줘~잉!”하신다.

 

요즘 들어 시골에는 보기에도 징그러운 지네들이 많이 출몰하고 있고 또 물리는 바람에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나도 작년 어느 여름날 잠을 자다 지네에 물려 혼이 난적 있는데 정말 지네를 완전히 퇴치하는 방법은 없을까?

 

"지네가 못 오게 하는 방법 있으문 이저불지 말고 갈쳐줘~잉!" 

오늘은 감자 수확하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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