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체통

너무 비싼 안경

큰가방 2013. 8. 3. 08:49

 

너무 비싼 안경

 

전남 보성읍 동암 마을에서 신문 한부를 배달하려고 마당으로 들어서자 영감님께서 커다란 돋보기를 들고 무엇인가 열심히 찾고 계신 듯하여 “안녕하세요? 그런데 지금 돋보기로 무엇하고 계세요?”

“어야! 자네 마침 잘 왔네! 안 그래도 멋을 잔 일거봐야 쓰것는디 눈이 침침해갖고 암껏도 안 보여서 돋뵈기를 갖고 이리 저리 올렸다 내렸다 하고 있는디 그것 참 징하게도 안 일거지네!”

 

“무엇을 읽어보시려고 그러시는데요?”

“아니~이! 자네도 알다시피 요새는 날이 너머 더운께 방에다 불을 안 때고 산단마시. 그란디 으짤때는 너머나 방이 차고 그랑께 엊그저께 장에 가서 전기장판 한나를 사 갖고 왔는디 거그서

 

‘아제! 장판 쓸라문 속에 들어있는 사용설명서를 꼭 일거보고 쓰씨요! 알았제라?’그라드란 마시. 그란디 글씨가 너머나 째깐해 갖고 일거 볼 수가 읍단 마시 그란디 자네가 째깐 잔 일거주문 안 되것는가?”

“그러면 사용설명서는 어디에 두셨는데요?” “여가 있는디 글씨가 너머나 째깐해 갖고 안 대것서! 으째 사람들이 이른 것을 맨들라문 돈을 쪼깐 더 받드라도 크게 잔 맨들문 조꺼아닌가 잉!”하며 건네주신다.

 

“그러게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이걸 인쇄하면서 ‘이것은 영감님께서 읽어보실 것이니 크게 만들자!’하고 만들었으면 얼마나 좋았겠어요?” “그랑께 말이시! 그란디 나도 전기에 꼽고 한 것은 알고 있응께 내가 꼭 알아야 할 것만 갈쳐줘!”

 

“그러면 잠시만 기다리세요. 저도 눈이 별로 좋지 않아 안경을 써야 하거든요.”하며 늘 휴대하고 다니던 돋보기안경을 꺼내 쓰고

“어르신이 꼭 알아야 할 사항만 말씀 드릴게요. 정기장판은 세탁기에 넣고 세탁하지 마시고. 외출하실 때는 반드시 전원 플러그를 빼 놓으시고요. 너무 뜨겁게 하시면 화상 위험이 있다고 하네요.”

 

“그 말뿐이 읍는가?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닌디 무담시 바쁜 자네만 성가시게 해싸서 미안하시! 그란디 자네 안경은 원래 다리가 접어지고 피어지고 그란가?”

“이 안경이 옛날부터 있었는데 아직 못 보셨나요?” “나는 첨 본 것 같은디 그 안경은 비싸단가?” “이건 돋보기안경이라 별로 비싸지 않아요!”

 

“그래~에! 나도 우리 애기들이 옛날에 나를 데꼬 가서 돈을 20만원인가 30만원인가 비싸게 주고 마쳐 준 안경이 한 개 있기는 있단마시 그란디 그것도 오래되야 분께 인자는 쓰나 마나드란께 그 뒤로 안경이 너무나 비싼 것 가터서 못 마치고 있단께!”

 

“그러면 옛날 안경에 알만 바꾸시던가 아니면 안경점에서 팔고 있는 돋보기안경도 그렇게 비싸지 않아요. 제가 가지고 다니는 안경은 안경점에 가시면 1만원만 주면 구입할 수 있거든요.”

“이~잉! 참말로 만원만 줘도 살 수 있어? 자네 나한태 무담시 미안하고 그랑께 거짓말 하고 있는 것 아니여?”

 

“제가 왜 어르신께 거짓말을 하겠어요?” “그란디 나는 눈이 마니 안 조아갖고 도수가 높은 것을 써야 쓰거인디 그래도 만원만 주문 살 수 있으까?”

“도수가 높거나 낮은 것은 상관없어요. 그러니 읍내 안경점에 가셔서 시력 측정을 하시고 그에 맞는 돋보기안경을 구입하세요.”

 

“아이고! 고맙네! 진짜로 고맙단께! 나는 인제끔 그것은 몰르고 그저 안경은 비싸게 주고 마쳐야 된지만 알고 있었단께!”

 

"오늘은 또 먼 존 소식이 있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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