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체통

어린이의 싸움

큰가방 2013. 8. 11. 07:41

어린이의 싸움

 

8월이 시작되면서 하늘의 태양은 어제보다 더욱 맹렬한 기세로 뜨거운 불을 토하듯 폭염을 사정없이 쏟아내고 있는데 마을 입구의 커다란

정자나무 꼭대기에 앉아‘여름아! 물러가라!’고 ‘매~앰~맴’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던 매미 한 마리는 흐르는 땀을 주체하지 못했는지 어디론가 멀리 날아 가버렸다.

 

오후 5시 다른 지방으로 나갈 우편물을 순천 우편집중국으로 발송하기 위하여 우체국 창구에서 접수된 우편물과 우체국 바로 앞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항상 그 자리를 지키고 서있는

빨간 우체통에 우편물이 들어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천천히 걸어가고 있는데 길 건너편에서 유치원 생으로 보이는 남자 어린이와 여자 어린이가

 

서로 다정스럽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더니 갑자기 남자 어린이가 여자 어린이를 머리를 때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다시 여자 어린이가 남자 어린이의 머리를 때리는 것처럼 보이고 그런데 그때까지는 어린이들이 서로 웃고 있는 것 같아

 

“애들이 장난하고 있는가 보다!” 하며 별다른 생각 없이 우체통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는데 중학교에 다니는 남학생 둘이 정답게 이야기를 하며 걸어오다

어린이들이 있는 쪽을 바라보더니 “야! 저기 좀 봐라! 애들이 싸우는 모양이다! 한번 가보자!” 하더니 얼른 그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어느새 두 어린이는 부둥켜안고 서로를 넘어뜨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애들이 싸운다!” 고 어린이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간

중학생 하나가 갑자기 “이겨라! 이겨라!” 또 한 학생은 “잘한다! 잘한다!” 하면서 어린이들이 싸우는 것이 재미있다는 듯 박수를 치며 응원을 하고 있었다.

 

“어이 학생들! 애들이 싸우면 말려야지 중학생이나 된 사람들이 애들 싸우는데 이겨라! 잘한다! 하고 응원을 하고 있어?”

하였더니 학생들이 미안하다는 듯 빙긋이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긁적하더니 두 어린이를 번쩍 들어 안았는데

그러나 두 어린이들은 화가 덜 풀렸는지 들리지는 않지만 무어라 소리를 지르며 헛 발길질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러나 두 중학생들이 어린이들을 하나씩 안아서 서로 길 건너편에 내려놓자 두 어린이들은 서로 한번 째려보는 것 같더니

그냥 집으로 돌아가는지 터덜터덜 다른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어른들이 그 자리에서 서로 싸웠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만약 그랬다면 기어이 서로를 이기려고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났을 터인데

아무소리 없이 그냥 집으로 돌아가는 두 어린이가 무척 귀엽고 천진난만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사실 방금 싸웠던 두 어린이는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 누구인지도 모르고 왜 싸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얼른 보아 서로 아는 사이인 것 같았는데

무슨 의견 충돌이 있어 서로 싸운 것 같았고 내일은 다시 두 어린이는 서로 만날 것이며 어린이답게 오늘 보다 더 사이좋게 지낼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아찌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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