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은 싫어!
전남 보성 회천면 봉서동마을 위쪽 집에 현금이 들어있는 등기를 배달하려고 마당으로 들어서자 할머니께서 어른 주먹보다 더 큰 양파의 줄기를 자르고 계신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그런데 이렇게 큰 양파는 어디서 사오셨나요?”하고 묻자 “아이고! 이라고 큰 것을 내가 으디가서 사오꺼시여! 쩌그 째깐한 텃밭 안 있어?
거그다가 내가 쪼깐 심것는디 올해는 이상하게 잘 되얏네 그래갖고 엊그저께 캐다가 우리 아들한테 잔 보내고 인자 이것 남었는디
이것을 곳집 갖고 가서 고를 짜야 쓰까? 안 그라문 짱아찌를 하까 지금 생각중이여!” “아직도 양파가 상당히 많은데 고는 몰라도
이 많은 양을 장아찌를 담그면 그걸 누가 다 먹게요?” “우리 아들 잔 주고 딸도 주고 그라문 읍서지것제!” “양파가 많으면 시장에 내다 팔면 좋을 텐데 그러네요.”
“쩌그 가봐 양파가 을마나 마니 쟁에졌는가! 저라고 마니 나온께 돈도 몇 푼 받도 못한다고 그라드만” “그러니까요.
농작물은 항상 많이 나오면 가격이 너무 싸고 작게 나오면 또 너무 비싸니 그걸 잘 조절해서 적당히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농민들이 그걸 할 수가 없으니 문제겠지요.”
“그랑께 말이여! 그란디 오늘은 우리 집이 멋을 갖고 와쓰까?” “인천에서 돈이 2십 만원이 왔는데 할머니 주민등록증을 좀 가져오시겠어요.”
“그래~에! 언저녁에 우리 막내딸이 멋을 째깐 보냈다고 전화를 했드만 그새 와부렇구만.” 하고 주민증을 내 놓으시더니
“그란디 으째 이라고 즈그 살기도 성가시꺼인디 자꼬 나를 생각해 싼고 몰것네!”하며 울상이다. “따님이 돈을 보내주는 게 못 마땅하신가요?”
“아니~이! 못 마땅해서가 아니고 즈그도 애기들 키우고 학교 보내고 할라문 돈이 마니 들어가꺼인디 나까지 이라고 살아있응께 즈그들 한태 패만 끼친가~아?
그랑께 미안해서 그라제~에!” “그래도 할머니께서는 아직까지 건강하시니 자녀들께 꼭 폐만 끼치는 것은 아니잖아요.”
“내가 건강하다고? 아이고! 나도 여그저그 아픈디가 만한디! 안 건강해!” “그래도 다른 분들에 비하면 아직은 건강하신 편이잖아요.”
“그란가? 그란디 나도 인자 갈 때가 되얏는가 으짠가 자꼬 꺽정만 생긴단께!” “무슨 걱정이 있으신데요?”
“아니~이! 어그저께 요 아랫집 영감이 돌아가셨다고 글드만.” “그런데 왜 할머니께서 걱정을 하세요?”
“그란디 그 영감을 그랑께 노인들 죽을 때가 되문 보내분데 요양언이라 글디야 으차디야 거그로 보냈는데 죽어서 왔다 그라데!”
“정말 그랬어요? 저는 모르고 있었네요.” “그란디 나는 거그는 가기가 실은디 으째야 쓰까?” “그러면 자녀분들에게 미리 말씀을 하시면 되잖아요.”
“그래도 즈그들이 성가시다고 가라 그라문 가야제 으차꺼시여!” “그런데 요양원이 왜 가기 싫으세요?”
“거그로 가문 돈 있는 사람들만 조케 대접하고 돈 읍는 사람이 드르가문 사람으로 보도 안하고 막 함부로 한다고 우리 동내 노인들이 글드랑께!”
“제가 요양원을 가 본적이 없어 어떻게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설마 그러기야 하겠어요? 그리고 그곳에는 노인들이 여러분이 계시니
서로 심심하지 않게 이야기도 나눌 수도 있고 그러니 더 좋지 않을까요?” “금매! 그라고 생각하문 그란디 나는 암만 생각해도 거그는 가기가 싫어!”
“그러면 할머니께서 날을 한번 잡으셔서 자녀분들 다 모이라고 하세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나는 절대 요양원에는 가기 싫으니 그렇게 알아라!’하고 못을 박아 놓으세요. 그러면 어떻게 자식 된 도리로 강제로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낼 사람이 있겠어요?"
"무슨 미나리를 그렇게 많이 다듬으세요?" "이따 우리 동내 잔치가 있응께 놀러 와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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