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의 생일선물
오늘 배달해야 할 택배를 정리하고 있는데 주소 란에‘전남 보성 회천면 전일리 707번지 김하연 귀하’라고 적어진 조그만 택배 하나가 눈이 들어온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김하연 씨가 누구일까?”하며 표면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으나 아무리 신호가 가도 도무지 받을 기미가 없어
동료 직원에게 “혹시 아는가?”물었더니 “글쎄요! 저도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군학마을 김영일 씨가 그 주소를 쓰고 있으니 거기서 물어보셔야 되겠네요.”
하는 대답이었다. 그리고 우편물을 정리하여 우체국 문을 나섰는데 얼마 후 군학마을에서“계십니까? 계세요?”하고 큰 소리로 주인을 부르자
“누가 와서 이라고 불러싸~아?”하며 할머니께서 방문을 열고 나오신다. “안녕하세요? 그런데 혹시 김하연 씨라고 아시겠어요?”
“하연이는 우리 며느린디 으째 물어봐?” “여기 택배가 하나왔는데 저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라 서요. 그러면 이건 할머니 드리면 되겠네요.”하고
들고 있던 택배를 마루에 내려놓고 “그럼 안녕히 계세요!”하고 대문을 나오면서 “모르는 사람에게 도착한 택배라도 이렇게 간단히 배달이 되는데 괜스레 걱정을 했구나!”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빨간 오토바이에 오르려는 순간“아제! 우체구 아제! 이리 잔 와봐!” “왜 그러세요?” “이것이 누구 택배라고?”
“김하연씨 택배인데요” “그라문 머시 와쓰까?” “화장품이라고 적혀있는데 정확한 내용물은 뜯어보지 않으면 저도 잘 몰라요.”
“그래 잉! 그란디 언저녁에 우리 며느리한태 전화도 안 왔는디 이것을 받어도 될란가 몰것네!” “며느리에게 도착한 택배인데 당연히
할머니께서 받으셔야지 누가 받는답니까?” “거시기가 둘이여 그랑께 그라제!” “예~에! 김하연씨가 둘이라고요? 그러면 주소는 서로 다를 게 아닙니까?”
“우리 며느리도 김하연인디 요 아랫집 안 있어? 거그 딸도 김하연이여! 그란디 주소는 우리하고 똑 같이 쓰고 있응께 그래!”
“예~에! 주소를 같이 쓰신다고요? 왜 같이 쓴답니까?” “거가 우리 시아제여! 그랑께 첨에 내가 시집올 때는 우리집이서 같이 살앗어!
그란디 시아제가 장개를 감시로 밑에다 새로 집을 지어가꼬 그리 저금났는디 주소는 지금도 똑 같이 쓰고 있데!
그란디 조카 이름이 김하연인디 우리 며느리도 이름이 김하연이드랑께! 그랑께 거그 가서 물어봐!”하셔서 택배를 들고 나와 아랫집으로 향하였는데
“계십니까? 계세요!”큰소리로 주인을 불렀지만 아무 대답이 없어 수취인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리 신호가 가도 받을 기미가 없었다.
“요즘 감자 캐랴. 쪽파 종자 손질하랴. 시골이 바쁘다보니 사람 만나기가 정말 힘이 드는 구나! 그나저나 이 택배는 어떻게 하지?
그냥 마루에 놓아두고 가? 만약에 그랬다가 잘못 배달되었다고 항의를 하면?”생각하다 택배 발신인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신호가 가고
잠시 후 “안녕하세요? 화장품 대리점입니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우체국 집배원인데요. 회천면 김하연씨에게 택배를 하나 보내셨지요?”
“예! 그런데요.” “그러면 보내신 분의 이름은 누구라고 하던가요?” “화장품을 보내신 분이 누구인지 저희는 이름을 잘 몰라요.
그런데 받으실 분 엄마가 오늘이 생일이라고 하더라고요.” “아! 그렇습니까? 고맙습니다.”하고 전화를 끊고 다시 윗집으로 올라가
“할머니 오늘 혹시 생일 아니세요?”하고 물었더니 “우리 동서가 생일인디! 그것은 으째 물어봐?” “이 화장품이 오늘 생일이신 분 선물이라고 하네요.” “오~오! 그래~에! 그라문 우리 동새 생일 선물이구만!”
"날이 더운께 그랑가 풀도 징하게도 지러쌓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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