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체통

참! 무던하신 할머니

큰가방 2014. 7. 19. 11:03

 

참! 무던하신 할머니

 

오늘 배달할 우편물을 정리하여 빨간 오토바이와 함께 우체국 문을 나서려는 순간 휴대폰 벨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즐거운 하루되십시오. 류상진입니다.” “여보씨요! 거그 우체구요?”하며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 그렇습니다.” “그란디 오늘 우리 집이 머시 온다고 전화했소?” “전화를 했다고요?” “아니~! 내 휴대퐁에 멋시뽀루릉하구만 그래!”

 

그랬어요? 그러면 택배 배달해 드린다는 문자가 갔나보네요?” “그랬는가 으쨋는가 하여튼 오늘 우리 집이 머시 오꺼이제?”

할머니 댁이 어디인데요?” “우리 집이 으디냐고? 율포리 새터여!” “그러면 성함은요?” “기연치 꼭 이름을 말해야 된가?”

 

이름을 말씀하셔야 택배가 있는지 없는지 말씀해 드릴 수 있지요?” “그래~! 우리 집 아자씨가 박성현이여!”

박성현 어르신 댁이라고요? 그러면 정길례 할머니세요?” “우추고 얼렁 내 이름을 알아부네!”

 

할머니 마을에 우편물 배달한지가 얼만데 아직까지 이름을 모르면 되겠어요?” “그란디 오늘 우리 집 택배는 있으까?”

택배가 하나왔는데 마치 병에 물이 들어있는 것처럼 속에서 출렁출렁하네요. 혹시 누가 술 보낸다고 하던가요?”

 

아니~! 술이 아니고 소주 됫병에다 내 약 짜서 너갖고 보낼란다고 언저녁에 우리 딸한태 전화가 왔어!”

그랬어요? 그러면 오늘도 일하러 밖에 나가실 건가요?” “그라문 오늘도 가야제 우추고 한 종일 집이가 있으꺼시여!”

 

그러면 택배는 어디에 둘까요? 항시 놔두던 창고에 놔둘까요? 아니면 오늘은 그냥 현관문 앞에 놔둘까요?”

그냥 현관 앞에다가 놔둬부러 먼자 같이 멋으로 덮어 노코 그라지 말고 잉! 알았제?” “알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때 얼마나 미안했던 지요.”

 

와따~! 별 소리를 다 해싼네!” 그러니까 약 2주일 전 그날도 오늘처럼 택배 하나가 도착하여 할머니 댁 마당으로 들어가

계십니까? 할머니 계세요?”하고 주인을 불렀지만 아무 대답이 없어 평소에 늘 택배를 넣어두었던 창고 문을 열려고 하였는데 굳게 잠겨있었다.

 

왜 오늘은 창고 문을 잠그셨지? 그러면 이 택배는 어디에 둘까?”하고 할머니께 전화를 걸었는데 신호가 가고 할머니 안녕하세요? 우체국입니다.”

~! 우체구 아제여? 그란디 먼일이여?” “따님께서 택배를 보냈는데 오늘은 창고 문이 잠겨있네요.”

 

인자 봉께 내가 어지께 멋을 너놓고 잠가 부렇는디 으째야 쓰까?” “그러면 택배는 창고 옆 그늘진 곳 있지요? 거기다 놔두고 부직포로 덮어놓을게요.

이따 잊지 마시고 꼭 확인하세요. 아시겠지요?” “! 알았응께 꺽정하지 말어!”하고 전화는 끊겼고 하루가 지난

 

다음날 오후 1시경 휴대폰 벨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즐거운 오후 되십시오. 류상진입니다.” “혹시 율포리 담당집배원 선생님이신가요?”

! 그렇습니다.” “혹시 어제 저의 엄마께 택배 배달하셨나요?” “엄마라면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데요?” “정 길자 례자 씨입니다.”

 

! 정길례 할머니요. 어제 창고 문이 잠겨있어 바로 옆 그늘진 곳에 놔두고 부직포로 덮어 논다고 했는데 아직도 확인을 안 하셨다고 하던가요?”

그게 아니고 어디에 놓아두신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깜박 잊으셨나 봐요. 그래서 저에게 다시 확인해 달라는 전화가 와서요.

 

죄송하지만 저의 집에 다시 한 번 들러 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잘 알았습니다. 그러면 택배는 찾아서 현관 문 앞에 놓아두겠습니다.

그런데 다른 분 같았으면 지금쯤 택배가 없어졌다며 우체국에 항의를 하든지 아니면 쫓아오든지 야단이 났을 텐데 할머니께서도 참 무던하시네요.”

 

"우리 애기들이 또 멋을 보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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