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체통

"말을 안들어! 말을!"

큰가방 2014. 10. 25. 20:12

 

말을 안 들어! 말을!”

 

전남 보성 회천면 화동마을 회관 앞을 지나가고 있는데 아제! 여그 째깐 보고가~!”하는 소리가 들려 뒤 돌아 보았더니

할머니께서 대문 앞 시멘트 바닥에 주저앉아 종이 한 장을 내미신다. “그게 무엇인가요?” “이거~? 내가 먼 세금을 안 냈든가 재촉장이라고 그라데!”

 

재촉장이라고요?” “이건 재촉장이 아니고 독촉장이네요.” “머시라고 독촉장이라고? 내가 멋을 안 냈간디 이거시 나와쓰까?”

주민세를 안 내셨는데요.”하는 순간 얼굴이 굳어지면서우메! 큰일 났네! 그라문 또 이자를 을마나 마니 내야 쓰까?”

 

무슨 이자를 내신다는 말씀이세요?” “세금을 그 날짜에 안내고 그라문 이자를 마니 내야 쓴담서?” “아이고! 할머니도 참!

주민세 한번 제때에 못 냈다고 이자를 많이 받아가는 곳이 어디에 있어요?” “그래~! 그라문 돈을 을마를 줘야 쓰까?”

 

주민세가 44백 원 그리고 할머니 말씀처럼 이자가 130원 모두 합해서 453십 원이네요.” “참말로 낼 것이 그것뿐이 안 되야?”

아니 그럼 이자를 130원이나 냈으면 되지 얼마를 더 내시려고요?” “아니~! 누구한태 들응께 세금은 그때 안내고 그라문 이자를 겁나게 마니 물려분다!’

 

글드랑께! 그란디 이자를 130원만 주라 그랑께 혹시 이것 가꼬가서 아제가 돈 더 물어내야 쓴 것 아니여?”

저는 고지서에 적혀있는 금액을 받아가는 거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 마세요.” “알았어! 그란디 여그 옆집이서도 세금을 낼란다고 그라드만 혹시 받었어?”

 

글쎄요! 옆집 할머니는 안 보이시던 데요.” “그래~! 그라문 여가 잔 있어 봐 잉! 내가 얼렁 가보고 오께!”하고 부리나케 옆집으로 달려가시더니

해남 떡! 해남 떠~! 여그 우체구 아제가 왔구만 멋하고 있어? 얼렁 잔 나와보랑께!”하시더니

 

아제! 거시기 멋을 잔 찾고 있는 갑구만 째까만 지달려 봐 잉!”하더니 어느새 옆으로 와서바쁜 양반한태

멋을 부탁하고 그랄라문 미리서 잔 준비를 해 노코 그라제만 꼭 사람이 오문 그때사 멋을 찾는다고 야단이여!”하며 눈을 흘기신다.

 

저 그렇게 바쁜 사람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하는 순간 옆집 할머니께서 고지서를 내밀며 거시기 주민세를 안직 안 냈는디 이자가 을마나 붙었어?”

주민세 이자 포함해서 453십 원이네요.” “그래~! 그라문 만 원짜리 한 장만 주문 되제? 그란디 이것은 머시여?”하며

 

고지서 한 장을 또 내미신다. “이것은 재산세인데요.” “그란디 이것은 통장에서 안 빼내간당가?”

이건 자동납부가 되어있는 게 아니라서 현금으로 납부하셔야 되겠는데요.” “그라문 을마를 줘야 되야?” “245백원이네요.”

 

그라문 아까 주민세 만원하고 합치문 을마를 더 줘여 되야?” “그래도 2만원을 더 주셔야 되겠네요.”

그래~! 그라문 나 얼렁 우리 집이 가서 돈 더 갖고 오꺼잉께! 여가 잔 지달리고 있어 잉!”하며 집으로 달려가자 옆에 계신 할머니

 

아까 내가으찰지 모른께 미리 돈을 준비해노라!’고 했을 때 내 말대로 했으문 저 고상 안하제! 으째 저라고 모다들 내 말을 안들어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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