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땀새 다 틀렸어!”
전남 보성 회천면 평동마을 가운데 골목 끝집 우편함에 우편물을 넣고 되돌아 나오려는데 할머니께서 골목입구에 들어서며
“우메! 우채구 아제를 여그서 만나것네!”하시며 반기신다. “오래만이네요. 그동안 잘 계셨어요?”
“잘 있었응께 이라고 아재도 만나고 그라제! 근디 우리 편지통에는 멋을 또 넣고 와?” “오늘은 전화요금이 나왔네요.”
“으째 그라고 돈 내라는 것은 이져불도 안하고 잘 나온가 몰것네! 한번이나 빼 묵기도 하고 그라제!” “그러게요. 그런데 한번 빼먹고
다음 달에 세금을 한꺼번에 내려면 더 힘드시잖아요.” “그란가? 근디 이달에는 전화세가 을마나 나왔는가 째깐 봐주고 가문 안 되까?”
“그럼 봐드릴까요?”하고 우편함에서 우편물을 꺼냈는데 “편지통에 멋이 마니 들어가꼬 있네! 그것이 멋인가 다 잔 봐주고 가!
내가 눈이 읍응께 편지가 오고 그라문 천상 동내 사람들 한태 물어보로 가야 된디 한 개씩 물어 볼라문 미안하고 그랑께 그것을 모타갖고 간당께!”
“이것은 오늘 온 전화요금이네요.” “이달에는 세금이 째깐 만하꺼시여!” “왜 요금이 많이 나오는데요?”
“먼 일이 잔 있서가꼬 서울 우리 아들한태 전화를 두 번인가 세 번인가 했어!” “그러셨어요? 요금은 7천 8백 원이 나왔네요.”
“이~잉? 7천 8백 원이나 되야부러? 마니도 나왔네!” “그리고 이것은 저쪽 군학마을 이영우 씨 댁에서 보낸 청첩장이네요.”
“군학에서 청첩장을 보냈다고? 금방 갔다 왔는디!” “청첩장도 안 보고 어떻게 알고 다녀오셨어요?”
“동내 사람들이 간다 그래서 나도 같이 갔다 와 부렇서! 그라고 그 집이 놈도 아니고 돌아가신 우리 영감님하고 외사춘간 이라 나도 갔다 와 부러야 된당께!”
“그러면 아주 가까운 사이신데 다녀오셨으니 잘하셨네요.” “그리고 이것은 전기요금이네요.” “그라문 을마나 나왔는디?”
“요금이 만 7천 2백 원이네요.” “와따~아! 전기세도 참말로 마하네 잉!” “그러면 여름에는 얼마나 나오던가요?”
“여름에는 7~8천원 나오고 말어분디 돈이 만원이 더 나와 부렇구만!” “요즘에는 날씨가 추우니까 전기장판 같은 걸 쓰시잖아요.
그러니 요금이 많아요.” “그래 잉! 그래도 전기장판을 안 쓰문 안 된께 할 수 읍제 으차꺼시여!” “이 마을에도 다른 곳처럼 회관이 있으면 좋은데 그러네요.”
“회관이 있으문 멋하게?” “겨울이면 회관의 난방비 일부는 정부에서 보조를 해 주니까 마을 분들이 모여 음식도 장만해서 나눠드시고 하면 좋잖아요.”
“그래~잉! 그란디 우리 동내는 읍응께 할 수 읍제 어차꺼시여.” “그러면 좋은 수가 있는데 가르쳐 드릴까요?”하자 눈을 반짝이더니
“먼 존 수가 있는디?” “겨울동안 자녀분들 집에 계셨다 봄에 오시면 되잖아요.”하였더니“아이고! 나는 안되야!” “왜 안 된다는 말씀이세요?”
“안 그래도 올 개울에는 우리 딸도 오라 그래쌓고 그래서 애기들 집이 잔 갖다 올라 그랬드니 우리 아들이 갱아지 새끼를 갖다 놔 부렇서!
‘엄니 혼자 잇으문 심심항께 개랑 같이 있으문 안 심심하꺼요. 그랑께 올 겨울에는 갱앙지랑 같이 살고 있으씨요 잉!’하드랑께!”
“강아지는 왜 갖다놓았는데요?” “갱아지가 솔찬이 비싼 것이라고 그라데 난중에 키와가꼬 사냥할 때 데꼬 댕길란다고!”
“그럼 사냥개 새끼라고 하던가요?” “몰라! 사냥개 새낀가 그냥 새낀가 그나저나 올 개울에 애기들 집이 가기는 우리 아들 땀새 다 틀려부렇당께!”
"어지께 바닷가에서 고동을 잔 줏어갖고 왔는디 헐 일이 읍응께 잔 까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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