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체통

"모타 갖고 항꾼에 배달하랑께!"

큰가방 2014. 12. 20. 20:04

모타 갖고 항꾼에 배달하랑께!”

 

전남 보성 회천면 화동마을 가운데 집 마당으로 들어가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에서 50개들이 라면 박스보다 조금 더 큰 택배 하나를 꺼내

택배 왔네요! 문 좀 열어보세요.”하고 부르자 현관문이 열리면서 우메! 날도 징하게 추운디 우체구 아재가 오겠네!”하며

 

할머니께서 환하게 웃으며 반기신다.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계셨어요?” “잘 있었응께 이라고 아재도 보고 그라제 그란디

요새 날도 징하게 춥고 그란디 우추고 집집마다 돌아 댕겨 싸?” “매일 이렇게 다니는 것이 저의 일인데 이 정도 날씨는 그렇게 추운 날씨도 아니에요.

 

그런데 누가 보낸다는 전화는 왔던가요?”하며 택배를 마루에 내려놓자 우리 딸이 쩌그 도안동서 살고 있는디 어지께 멋을 보낸다고 전화가 왔드랑께!”

그랬어요? 그런데 도안동이라면 어디 도안동인데요?”묻자 방에 계신 영감님께서 할머니께 아따! 멋을 갈쳐 줄라문 알아 묵게 갈쳐 주제만

 

꼭 머리는 빼고 말을 항께 먼 소린지 알아 묵을 수가 읍서! 도안동이 아니고 쩌그 서울에 있는 동암동이여! 그란디 언저녁에 먼 전화가 온 것 같드만!”

서울 동암동이라면 서울 성북구 돈암동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 마져 거가 우리 짝은 딸이 살고 있는디 요새 날도 춥고 그란다고

 

우리 내외 웃터리하고 내복하고 보낸다고 전화가 왔드랑께!” “그랬어요? 잘하셨네요. 그런데 옷만 사서 보내고 반찬 같은 것은 안 보냈다고 하던가요?”

아따~! 옷을 보낸디 으째 따른 것은 안 보냈으꺼시여? 옷 속에다 우리 영감이 좋아한다고 사탕하고 또 과자 넣다고 그라데!”

 

효녀 딸을 두셔서 정말 좋으시겠네요.” “좋기는 하제만 즈그도 자식 키우고 그란디 늘 미안하고 그라제! 그란디

아제 안 바쁘문 째깐 두르와서 쉬였다 가! ! 어서 들오랑께!” “아니요! 저는 바빠서 그만 가 볼게요.”

 

와따~! 날도 춥고 그랑께 두루와서 째깐 쉬였다 가문 조꺼인디 그라네 잉! 그라문 카만 있어봐! 내가 음료수 한잔 가꼬께!”

음료수도 다음에 주세요. 오늘은 날이 추워서 별 생각이 없네요.” “그라문 으째까 우리 집이는 커피 같은 것도 읍는디 기양 보내불문 써운한디!”

괜찮아요. 그리고 음료수는 다음에 마시면 되지요.”하는 순간

 

영감님께서 어야! 그란디 암만 바쁘다고 그라고 째깐 쉬여갈 시간도 읍서?” “쉬여갈 시간이 없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고

따뜻한 곳에 앉아있으면 밖에 나오기가 정말 싫거든요.” “자네 말을 들어봉께 그라기도 하것네! 그라문 내가 존 수가 한나있는디 갈쳐주까?”

 

좋은 수라면 어떤 수가 있는데요.” “내일부터 편지를 날마다 배달하지 말고 모타놨다가 항꾼에 갖고와!” “~! 어떻게 하라고요?”

편지를 모타놨다가 항꾼에 배달하랑께!” “우편물을 매일 배달하지 말고 모아두었다 한꺼번에 배달하라고요?”

 

내가 시킨대로하문 날마다 안 돌아댕긴께 편하고 조꺼아닌가?” “우편물을 모아두었다 한꺼번에 배달하는 사람이 어디있어요?”

그래도 어런 말을 잘 들으문 자다가 떡을 얻어묵는 법이시!” “그러면 어르신 우편물만 모아두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배달할까요?”

 

"멋을 이라고 마니 보냈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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