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에 좋은 약
전남 보성 회천면 명교마을 가운데 골목 끝집에 제법 크고 무거운 아이스박스 택배 하나를 배달하려고 마당으로 들어가
“할머니 택배 왔어요! 어디계세요?”하고 큰소리로 불렀으나 아무 대답이 없다. ‘이상하다! 밖에 나가셨을까?’하고
다시 한 번 “박금례 할머니 택배 왔어요!”하고 부르자 아랫집에서“나 여깃응께 이루와! 이리!”하는 소리가 들려 아랫집 마당으로 들어섰는데
젊은 주인이 이미 다 낡아 가운데가 금이 간 삽을 전기 용접기로 붙이고 있다. “이렇게 낡아 고물상에서도 안 받을 삽을 용접하면
얼마나 오래 쓴다고 그렇게 붙이고 있어?”하였더니 옆에 서계신 할머니께서 “와따~아! 카만이 잔 있어! 안 그래도 삽 붙여 가꼬 쓴다고
누가 보문 숭 볼까미 조심하고 있는디 기연히 말을 해쌓네!”하신다. “삽이 너무 낡아 가운데가 금이 갔으면 새로 하나 구입하시지
그걸 용접기로 붙이고 있어요?” “삽을 살라문 보성 장날 나가서 사든지 말든지 해야 쓰꺼인디 그라문 그동안 삽이 읍으문 멋가꼬 일을 하꺼시여?
그랑께 붙여가꼬 쓰든지 말든지 해야제!” “할머니 말씀을 들어보니 맞네요. 그런데 아주 크고 무거운 택배 하나가 왔는데 어디에 내려놓을까요?”
“참! 택배 왔다 그랬제! 그라문 기양 거그다가 놔 둬부러!” “그런데 그게 너무 무거워 할머니가 들기에는 조금 힘드실 것 같은데
제가 있을 때 아주 놓을 자리에 놔두는 게 좋지 않을까요?” “우메! 그래? 인자봉께 우리 딸이 짐치 보낸다고 했는디 내가 깜박 해부렇네!”하더니
갑자기 앞장서서 부산하게 걷기 시작하신다. “할머니 천천히 가세요! 그러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렇게 바삐 걸으세요?”
“아따~아! 바쁜 양반 세와노코 지달리게 하문 쓰간디!”하고 어느 틈에 집 마당으로 들어오시더니 “아재 그것 잔 여그 말래다가 놔 둬!”
“마루에 놓아두라고요?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건 누가 보낸다고 하던가요?” “우리 시짜 딸이 쩌그 경기도 양주서 식당을 하고 있는디
이번에 짐치 담음서 내껏도 째깐 같이 담었다고 보내줄란다고 그라데!” “그러셨어요? 할머니 혼자 계시니 이 정도 김치면 올 겨울에는 문제없겠네요.”
하고 막 돌아섰는데 양지쪽에 놓아둔 평상위에 무언가를 잘라 널어놓은 것이 보인다. “할머니 이건 무엇을 잘라 널어놓으셨어요?”
“그거~엇? 되야지 감자여! 되야지 감자!” “돼지감자요? 돼지감자를 어디에 쓰려고 말리고 계세요?” “
우리 아들이 고혈압도 있고 당뇨도 있는디 이것을 몰려가꼬 물 끼래 묵으문 좋다고 만이 잔 해노라고 그라데! 그란디 그것 몰리기가 영 성가시네!”
“요즘에는 날씨가 좋아 잘 마를 것 같은데 귀찮으세요?” “그거시 째그만 멋이 안 조아도 색깔이 변해불고 글드랑께!”
“그런 어려움이 또 있었네요. 그러면 돼지감자는 어디서 캐오신 거예요?” “쩌그 우리 밭에다가 올해는 따른 것 안 심고 그것만 심었는디
치울 것도 만하고 파기도 성가시고 아들이 말해싼께 그것을 심구제 놈이 해주라 그라문 못하것드만!”
“이세상에 공짜 얻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요. 돼지감자 갈무리하시느라 정말 고생하셨네요. 그러면 이제 다 파오셨어요?”
“아니 안직도 파낼 것이 째깐 있는디 인자 이것 다 묵어불문 그때 파 가고 올라고! 어째 우리 집 딸들은 암시랑도 안 한디
아들 한나 있는 것이 자꼬 멋이 안 조타고 그래싼께 꺽정이랑께!”
"삽을 용접하면 얼마나 오래 쓴다고 그걸 용접하고 있어?"
'빨간 우체통'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타 갖고 항꾼에 배달하랑께!" (0) | 2014.12.20 |
---|---|
용돈 2십만원 (0) | 2014.12.13 |
"아들 땀새 다 틀렸어!" (0) | 2014.11.22 |
내가 살아가는 재미 (0) | 2014.11.08 |
"말을 안들어! 말을!" (0) | 2014.1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