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사랑해요!”
보성군청 현관 앞. 보성군에서 제일 큰 기관답게 오늘도 많은 우편물이 도착되어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에 가득 싣고 와 사무실로 옮기고 있는데
남매로 보이는 초등학교 4학년 2학년쯤의 여자 어린이 2명. 유치원생 남자 어린이 1명이 손에는 공책과 연필을 들고 현관을 향하여 천천히 걸어오더니
“아저씨! 안녕하세요?”하며 공손하게 인사를 한다. “응! 그래 안녕! 그런데 너희들 학교 안가니?” “겨울 방학했어요!!”
“응 그랬구나!”하며 오토바이 적재함에 들어있는 우편물을 꺼내려고 막 고개를 숙이는데 남자 어린이가
“아저씨! 올 해는 건강하시고 부우~자 되세요!”한다. “응! 그래 고맙다!”무심코 대답하다 “아니? 어린애가 누구에게 저런 말을 배웠지?”
생각이 들어 “아가야! 방금 그 말 누구에게 배웠니?” “우리 엄마가 반가운 사람 만나면 이렇게 하라고 하셨어요?”
“그럼 아저씨가 반가운 사람인가 보구나! 고맙다!”하고 어린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데 4학년쯤 여자 어린이가
“근데요! 혹시 우리 집에 편지 안 왔어요?”하고 묻는다. “너희 집이 어딘데?” “우리 집은 인사동이에요!”
“누구에게 편지가 올 건데?” “우리 사촌언니가 저에게 편지를 보낸다고 했거든요!” “글쎄 아저씨는 너의 집 쪽 담당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는데! 미안해서 어쩌지?” “괜찮아요! 우리 언니가 편지 넣는 우체통이 멀어서 편지를 빨리 못 보낸다고 했어요!”
“그랬구나! 그럼 그 동네 편지 배달하는 아저씨에게 부탁하면 되는데!” “아직 집배원 아저씨를 못 만났나 봐요!” “그랬나 보구나!”하고
우편물을 사무실에 놔두고 다시 나왔는데 어린이들이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다. “너희들 혹시 아빠 찾으러왔니?”
“아니요! 우리는 군청 견학 왔어요!” “응 그랬구나! 그럼 아저씨를 따라오너라!”하고 행정계 여직원에게
“여기 이 어린이들이 군청 견학을 왔다는데 담당 직원이 누구인가요?”하였더니 “군청 견학하러 왔니? 그럼 이리 따라오너라!”하고
옆에 있는 응접실 의자로 안내하더니 부드러운 말씨로“여기 잠시만 앉아있어라!”하고 다른 여직원과 무엇인가 귓속말을 소곤소곤하더니 급히 밖으로 나간다.
“아니! 군청 견학하러 온 손님을 기다리게 하고 어디를 저렇게 급히 나가지?”하며 등기 우편물 수령증에 날인을 받고 통수를 세고 있는데
급히 밖으로 나갔던 여직원이 검정비닐봉지에 무엇인가를 가지고 들어와 조그만 쟁반위에 그것을 풀어놓더니
“자! 우선 이것 먹으면서 우리가 자료 준비할 동안 잠시 만 기다리고 있어라!”하며 초코파이와 같은 과자를 내놓자.
지금까지 굳어졌던 어린이들의 얼굴은 환하게 밝아지면서 “예! 고맙습니다!”하고 천천히 손이 나가기 시작한다.
잠시 후 어린이들은 여직원이 무엇인가를 설명을 하자 진지하게 듣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공책에 적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것을 보며
우편물 인계인수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오는데 남자어린이가“아저씨!”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 뒤 돌아보았더니
양손을 머리에 올려 하트 모양을 하면서 씨~익 웃더니. 내가 바라보자 부끄러운지 얼른 의자 뒤로 숨더니 다시 빠끔히 고개를 내밀고
나를 보고는 방글방글 웃으며 다시 양손을 머리위에 올리고 하트 모양을 그리자 옆의 누나들도 빙그레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응! 그래! 고맙다!”하며 나도 빙긋이 웃는 얼굴로 손을 한번 흔들어 주고 밖으로 나왔다. 난생 처음 받아보는 하트 모양의“사랑합니다!”
표시가 일 년 내내 나를 행복하게 할 것 같았다.
동지는 지났으나 겨울철 하루 해는 여전히 짧기만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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