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큰 며느리
오늘은 비가 내린다. 예년과 달리 금년에는 봄비가 자주 내려 농사짓는 분들에게는 좋은 일인지 몰라도 우편물을 배달하는
집배원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렇게 반가운 것은 아니어서 ‘비가 오려면 밤에만 오면 안 될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집배원들은 참 편할 것 같은데!’
생각하며 전남 보성 노동면 한재 마을 가운데쯤 대문 앞에 빨간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현금이 든 봉투 하나를 가지고 마당으로 들어가
“계세요? 할머니 계세요?”하고 부르자. “아저씨! 나 여깃어!”하며 집 앞 텃밭에서 무엇인가를 심고 계시다 황급히 달려오셨다.
“오늘은 비가 오는데 밭에서 무엇하고 계셨어요?” “콩 좀 심고 있어! 비가 온께 땅이 잘 파진께 심기가 영 좋구만!
그란디 뭣이 왔간디 나를 찾아싸?” “서울에서 돈이 왔네요!” “우리 며느리가 보냈는갑구만! 엊저녁에 용돈 째깐 보내주꺼잉께 쓰라고
전화를 했드만!” “여기 돈이 3십 만원이 맞는지 한 번 세어보세요!”하고 건네 드리자“아니! 으짠다고?
돈을 삼십 만원이나 보냈다고? 잉?” 하며 깜짝 놀라는 눈치시다. “예! 며느리께서 돈을 3십 만원을 보내셨네요!”하였더니 갑자기
큰 소리로 “우메! 큰일 났네! 잉! 큰일 났어!”하신다. “무엇이 큰일이 났어요? 며느님께서 돈을 삼십만 원이나 보냈는데 큰일이 나다니요?”
“거시기 우리 며느리는 통이 너머 커 갖고 큰일이랑께 아니 뭔 돈을 삼십만 원씩이나 보내 금메~에! 돈이 으디가 그라고 마니 있다고~오!”
“그러면 지난달에는 용돈이 얼마나 왔던가요?” “쩌 지난달하고 지난달에는 이십만 원이 왔드랑께!” “그러면 이번 달부터
할머니 용돈을 올려 드리려고 그러는 것 아닐까요?” “늘근이가 촌구석에서 혼자 살고 있는디 돈 쓸 일이 을마나 만다고 이라고
십만 원씩이나 더 보내냐고? 금메!” “그래도 며느님이 할머니 생각하고 보내드리는 돈인데 너무 많다고 하시면
다음에 안 보내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우리 며느리가 엊그저께 애기를 났어! 그랑께 즈그들도 돈이 만이 들어가고 복잡하꺼인디!
이라고 돈을 보낸께 그라제~에!” “그래도 마음이 있으니 이렇게 보내 드리는 거예요! 그러니 이따 아드님께 전화하셔서 돈 잘 받았다!
고맙다! 잘 쓸란다. 하시고, ‘아니! 뭔 돈을 이렇게 많이 보냈냐?’고는 절대로 하지 마세요! 아시겠지요?”
“아니여! 우리 며느리는 봇짱이 너머 커서 큰일이랑께!”한사코 야단이시다. “할머니! 그러면 며느님이 너무 배짱이 크면 좋은 수가 있어요!”
“잉! 뭔 존수가 있어?” “아드님께 전화하셔서 ‘며느리가 배짱이 너무 커서 못 쓰것다! 그러니 쫓아내라!’하세요!”하였더니
갑자기 눈이 동그랗게 변하더니 “아니 멋이 으짠다고? 우리 며느리를 쫓아내라 전화하라고? 그라문 안되야!”하신다.
“며느님이 너무 통도 크고 배짱도 커서 큰일이라면서요. 그러니 쫓아내라고 하면 되지요!”
“아니 으째서 우리 이쁜 며느리를 쫓아내라고 그래싸? 우리한테 을마나 잘 한다고! 그랑께 나는 쫓아내란 말은 절대 못해!”
"우리 쌍둥이 외손진디 이삐게 생겼지라 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