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통화중?
전남 보성 회천면 삼장 윗마을로 가려고 빨간 오토바이 핸들을 돌리는 순간 먹구름이 가득했던 하늘에서 이슬비가 떨어지는 가 싶더니
이내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낼 모레가 추석이라 택배를 배달하려면 비가 안 와야 하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 자꾸 비만 내리고 있는 것일까?”
괜스레 혼자 중얼거리며 오토바이 적재함에서 장화와 비옷을 꺼내 입고 윗마을로 향하였다. 그리고 마을 가운데 집 마당으로 들어서자
영감님께서 네모난 하얀 철판에 밭에서 따온 붉은 고추를 넓게 펴서 기계에 넣고 계시다 나를 보고 “아이고! 고상해 쌓네!
그란디 오늘은 먼노무 비가 이라고 와싼가 몰것네!” “그러니까요! 요즘은 추석이 가까워지니까 저희들은 택배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오늘은 비가 내리니 정말 힘 드네요.” “그래 잉! 그래서 내가 하나님한태‘먼 노무 비를 이라고 퍼 부서 가꼬 사람을 성가시게 하요?’하고
항의를 잔 할라고 전화를 했는디 걸 때마다 통화중이드란 마시.” “정말 그러셨어요? 아마 어르신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비 때문에 항의하려고 전화를 한 모양이지요.” “그란가 으짠가 하여간 계속 통화중이니 우추고 항의나 하것는가?
그란디 오늘 우리집이는 멋을 갖고 왔는가?” “어르신 약이 왔나 보네요.”하며 조그만 박스 하나를 적재함에서 꺼내 건네 드리자
“이 사람아! 택배를 줄라문 거그 우게 있는 큰 것을 주제 이라고 째깐한 것을 주고 있는가?” “저도 그러고는 싶은데
제가 마음대로 할 수가 없으니 드릴 수가 없네요.” “내가 참말로 그라것는가? 무담시 농담으로 한 말이제!”하면서도
손은 여전히 하얀 철판에 붉은 고추를 넓게 펴서 고추 말리는 기계에 넣고 계신다. “어르신! 고추 말리는 기계에 한번 말리면 몇 근이나 나오던가요?”
“이 기계 말인가? 이것은 쩍은 기계라 을마 안 나와! 큰 것은 한번 몰리문 백 근도 더 나온다고 그라드만 그란디
이것은 째깐해 가꼬 한 30근이나 나올랑가 몰것네!” “그러면 금년에 몇 근이나 말리셨어요?” “금년에? 아이고! 말도 말소!
나는 밭에다 감자하고 쪽파만 심다 올해 첨으로 꼬치 농사를 진다고 모종을 안 심었는가 그라고 꼬치도 몰린다고
여그 째깐한 기계도 한나 사고 말이여! 그란디 꼬치가 빨가니 익기 시작한디 그것 따다 씨꺼가꼬 몰리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드만!
그란디 엊그저께 비가 와 싼께 꼬치를 따다 으따 널어 놀데가 읍응께 인자 그것이 썩어 문드러지드랑께!
그래서 안 되것기래 여그 철판에 수북하니 올려 기계에 넣가꼬 몰린디 이것을 하다 마니 넣다 본께 가양에는 몰른디 가운데는 안 몰라!”
“오늘처럼 비가 오면 정말 힘드시겠네요.” “그랑께 말이여! 그래서 헐수읍시 꼬치 몰린 기계를 한 개 더 사서 몰린께
그나마 썩어 문드러진 것은 읍어 그래도 금년에는 햇볕이라도 난께 더 낳구만 안 그라문 꼬치들 다 썩는다고 난리꺼인디.”
“그러니까요! 그러니 농사가 쉬운게 어디 있겠어요?” “그란디 여그 아랫집이는 꼬치를 3천 5백주를 심것는디 겨우 꼬치 30근 따고 말었다고 그라드만.”
“왜 그랬답니까?” “첨에 꼬치 몇근 따고 난께 탄저병인가? 그거시 와 가꼬 나무가 금방 몰라 죽어불드만! 참 허망하게 농사 망쳐부렇서!
그것을 봉께 나는 고생은 햇어도 농사는 잘 진 것 같드랑께!”
"할머니 어디 가시려고요?" "꼬치 방에 잔 찍으로 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