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체통

말하는 냉장고

큰가방 2015. 9. 26. 09:43

말하는 냉장고

 

엊그제 비가 내렸음에도 황사가 계속해서 휘날리고 있는지 하늘에는 마치 짙은 안개가 끼어있는 듯 흐릿하면서

기온마저 크게 내려 서늘한 날씨가 3일째 계속되고 있는데 시골 집 마당 한쪽에 서 있는 철쭉나무에서는

 

화사하면서도 붉은 꽃들이 수없이 피어나 요염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오늘도 시골마을로 우편물을 배달하러 빨간 오토바이와 함께 천천히 달려

전남 보성읍 노산 마을 아래쪽 집의 마당으로 들어가 오토바이 적재함에서 조그만 택배 하나를 꺼내들었는데

 

마당에는 전자제품을 배달하는 트럭이 한 대 서 있고 그 옆에는 냉장고에 씌우는 커다란 박스 하나가 덩그렇게 누워있었다.

그래서 할머니께냉장고 새로 장만하셨어요?”물었더니우리 집 냉장고가 밤이문 말을 해싼당께! 그래서 새것으로 한나 사갖고 왔어!”하셔서

 

아니 냉장고가 어떻게 말을 한답니까?” “써근노무 냉장고가! ! ! !’하다가 또! ! ! !’ 하다가 또 으짤때는

! ! ! !’하다가 꼭 간난 애기 우는 소리를 내싼당께! 그랑께 저녁에는 시끄루와서 잠을 못자것드랑께!”

 

그러면 울지 말라고 달래보시지 그러지도 않고 그냥 새 걸로 사오셨어요? 그러면 헌 냉장고가 얼마나 서운하겠어요?”

달기문 안 울문 쓰거인디 달개도 소용없이 한없이 퍼 울어싼게 할 수 없이 새로 사갖고 왔제~!”

 

그러면 회사에 전화하여 수리 좀 해달라고 하지 그러셨어요?” “그것 고쳐준디가 으디여? 써비스 센탄가 으딘가에다 전화를 했드니

누가 왔데! 그래갖고 속에를 뜯어 갖고 여그 저그를 다 들여다 보드만 기계가 오래 되야 갖고 부속이 없어서 수리를 못한다!’글드랑께!”

 

하시자. 지금까지 방에서 기사들과 함께 냉장고를 설치하시던 영감님께서 밖으로 나오셔서 어르신! 안녕하세요? 오늘은 새 식구가 생겨 기쁘시겠네요?”

어야! 오늘은 자네가 여그 편지 배달할라고 왔는가? 그란디 인자 나는 큰일 났네!”하며 이상한 표정을 지으신다.

 

냉장고를 새로 사오시더니 또 무엇이 큰일 났다는 말씀일까?’생각이 들어아니 이렇게 크고 예쁜 냉장고를 새로 사다 놓으시고

무엇이 큰일 났다는 말씀이세요?” “! 그랑께 내가 저녁이문 냉장고가 울어싼게 그것 달개는 재미로 살았는디,

 

인자 그것이 가 불고 이라고 새것이 와분께 저녁이문 울 일이 없을 것 아닌가? 그랑께 심심해서 우추고 사껏인가?

자네도 생각 해 보소! 날마다 하든 일이 읍어져 부렇는디 큰일이 났제~! 안 그란가?” “그러면 어르신 좋은 수가 있는데 한 번 해 보시겠어요?”

 

~! 존 수가 있어? 먼 존 수가 있는디? 으디 말 잔 해 봐!” “지금까지 사용하셨던 헌 냉장고를 버리지 마시고

새 냉장고 옆에 세워두세요! 그러면 오늘부터는 냉장고 두 대가 합창을 할 것 아닙니까? 그러면 더 듣기가 좋지요!”

 

아이고! 안되야! 지금까지 한 대도 시끄루왔는디 인자 두 대가 합창해불문 동네사람까지 시끄루와서 잠을 못자꺼인디 그라문 뭔 욕을 얻어 묵으꺼인가 그랑께 안되야!”

 

가을은 코스모스의 계절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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