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행복이라는 이름의 끈

큰가방 2016. 1. 9. 12:32

행복이라는 이름의 끈

 

새해 초하루는 무언가 뜻 있게 보내보자는 마음으로 보성에서 승용차로 약 4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웅치면 제암산을 향하여 출발을 하였다.

그리고 산을 오르다 곰재 삼거리에서 작년에 걸어두었던 추억은 가슴 속에 쓰레기는 배낭 속에!” 라는

 

표어가 적힌 조그만 현수막을 새것으로 바꾸고 있는데 전남 여수시에서 살고 계신다는 7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 두 분,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 세분을 만났다. 그런데 그 분들이 제암산은 처음이라며 길 안내를 부탁하기에 우리 일행과 함께 산을 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잠시 후 곰 바위 앞에서 사진 촬영도 하고 바위에 대한 설명도 하면서. “이 바위가 멀리서 바라보면 영락없는

곰처럼 생겼다고 해서 곰 바위라고 합니다! 지금 멀리 보이는 저곳이 보성군 웅치면 대산리 인데 웅치라는 지명이 곰 웅() 재 치()자를 써서 웅치면이라고 합니다!”

 

설명에 ! 정말 그렇겠군! 멀리서 보지 않더라도 바위가 정말 이상하게 생겼네!” 라며 바위의 생김새에 대하여 감탄사를 늘어놓는다.

겨울 산행은 봄이나 여름 또는 가을처럼 꽃이나 숲, 단풍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모두 옷을 벗어버린 나무들,

 

그리고 어떤 때는 하얀 눈들만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쓸쓸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러나 나름대로 상쾌함과

즐거움이 함께 있어 정말 좋은 것 같다!”고 하였더니 여수에서 오신 분들도 정말 그런 것 같다!” 며 동감을 표시하며

 

임금 바위가 있는 제암산 정상에서 그분들과 우리 팀이 준비한 음식을 함께 나눠먹으며 잠시 쉬었다 하산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산중턱에 있는 조그만 옹달샘에서 누군가 남을 위하여 가져다놓은 조그만 프라스틱 바가지로 샘물을 한 모금씩 마시는데

 

동행하던 세분 아주머니들께서 어제 김씨 부부가 또 부부싸움을 했다고 그러데!” “아이고! 그 집에는 무슨 부부싸움을 그리도 자주 해!”

그러게! 부부가 아니라 웬수가 사는 모양이야!” 하며 같은 동네에서 사는 사람의 부부싸움에 대하여 이야기하자

 

동행하던 남자 분이 먼저 산을 내려가자는 눈짓을 하여 그 분과 함께 천천히 내려오는데! 행복에 겨운 사람들이구먼!”푸념이시다.

아니 무슨 말씀이세요?” “부부싸움을 할 수 만 있어도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야!” “부부싸움을 하는데 무슨 행복에 겨운 사람이라고 하시는 겁니까?”

 

내가 지난번에 안 사람을 먼저 저 세상으로 보냈어! 그리고 혼자서 살고 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그래도 부부싸움도 하고

사랑싸움도 하고 살았을 때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아! 이제 집사람이 떠나고 없는데 누구하고 하겠나? 받아줄 상대가 없는데 어떻게 하겠나?

 

그저 집에 들어가면 멀건히 천장만 쳐다보다 잠이나 자던지 아니면 TV나 보던지 하는데 이게 사람 사는 것인가? 자네는 나보다 더 젊으니까

부부싸움도 많이 하고 사랑싸움도 많이 하면서 살게!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생각하게나.” 하며 앞장서 걸어가신다.

 

남녀가 서로 만나 부부의 연을 맺고 평생을 함께 살아가면서 어떻게 부부싸움을 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러면서 함께 행복이라는 끈을 잡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자신도 모르게 한번 놓아버렸다가 다시 그 끈을 잡았을 때는 이미 행복은 멀리 떠나고 외로움만 남아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앞에서 터벅터벅 걸어가는 그 분의 어깨 위를 고독이라는 그림자가 자꾸 누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부부싸움을 할 수 만 있어도 행복한 사람이야! 자네는 부부싸움도 많이 하고 사랑싸움도 많이 하고 살게나.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것을 잊지 말게나!” 하신 말씀이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귓가에 메아리 쳐 오고 있었다.

 

금년에는 따뜻한 겨울 날씨 때문인지 아직 많은 눈이 내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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