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고사리 때문에

큰가방 2016. 6. 19. 18:37

고사리 때문에

 

오늘은 정기 산행(山行)하는 날이어서 약속장소에 모여 등산로 입구까지 차량으로 이동한 다음 정상(頂上)을 향하여

산을 오르면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하였다. “지난 번 자네 딸 결혼식 피로연 했던 식당 말일세,

 

반찬 가짓수도 많고 음식 맛도 좋던데 한상에 얼마씩이나 하던가?” “2만 원짜리는 해야 된다고 해서 그렇게 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다른 식당에서는 볼 수 없는 튀김도 있고 하여튼 반찬도 맛있고 좋던데 식당주인 말로는 처음 계약할 때는

 

백 이십 명 정도 예상했는데 백 팔십 명이 넘게 왔다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던데 손님을 예상하기 힘들든가?”

제가 이번이 처음이고 하다 보니 손님이 얼마나 올까 걱정이 되더라고요, 식당에 너무 많이 준비하라고 해 놓고

 

몇 사람 되지 않으면 미안하니 그것도 걱정이고요.” “그러게 말일세! 그리고 요즘 물가가 너무 오르다보니 미안해서 식사는 하지 않고

편부만 하는 분들도 많다고 하더라고, 기름 값은 오르지 않고 거의 제 자리 수준인데 왜 물가는 자꾸 들썩이는지 걱정일세!”

 

그러게요, 아무튼 형님들 덕분에 딸 결혼식은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이야기를 나누다 옆에서 걸어가는 친구를 보았더니

한손에 고사리를 가득 쥐고 걸어가며 등산로 주위를 연신 두리번거린다. “자네는 언제 그렇게 고사리를 꺾었는가?”

 

언제 꺾기는 언제 꺾어? 금방 여기까지 올라오면서 꺾었지!” “고사리가 잘 보이던가?” “이 사람아! 보이니까 이렇게 꺾지!

보이지 않으면 어떻게 꺾어~?” “그런데 왜 나는 잘 보이지 않지?” “뭐라고? 안 보인다고? 그건 자네가 신경을 안 쓰니까

 

잘 안 보이는 거야! 여기를 봐! 여기도 이렇게 있는데 안 보인단 말이여?”하지만 여전히 내 눈에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천천히 산 정상을 향해 걸어가면서 친구에게작년에 우리 집사람이 자꾸산에 고사리 꺾으러가자!’고 해서

 

도시락을 싸가지고 간적 있거든.” “그래서 많이 꺾었는가?” “그런데 집사람은 요령 있게 잘 꺾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 거야! 그러다보니 괜히 여기저기 왔다갔다 죽어라 산을 돌아다니기만 했지 몇 개 꺾지도 못했어!

 

그런데 문제는 입고 갔던 옷이 긁히고 찢기고 또 손도 여기저기 가시에 찔려서 상처입고 해서, 집에 와서 기름 값, 옷값,

도시락 등 이것저것 계산해보니 산에서 꺾는 것 보다 시장에서 사 먹는 것이 훨씬 싸겠더라고!”했더니 옆에서 조용히 산을 오르던

 

선배께서 에라이~ 멍충아! 고사리를 꺾으러 산에 가면 옷도 제일 나쁜 옷, 일하면서 신는 신발, 애들이 가지고 다니다 쳐 박아 둔

배낭을 메고 가야지 좋은 옷에 신발에 배낭을 메고 가니 본전 생각이 나는 거지 안 그래?” “형님 말씀이 맞네요.”하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굵기는 내 새끼 손가락만하고 길이는 거짓말 조금 보태 전봇대만큼 큰 고사리 하나가 나를 보고 웃고 있다.

그래서 이게 웬 횡재냐?’하고 얼른 꺾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고사리 몇 개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

 

그래서 옷이야 긁히든 말든 꺾고 있는데 갑자기 휴대폰 벨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 류상진입니다.”

자네 지금 어디 있는가?” “~? 626고지 바로 밑에서 고사리 꺾고 있는데! ?” “지금 다른 사람은 모두 정상에 올라와 있는데

 

자네 혼자서 고사리 꺾고 있다고? 빨리 와! 이 사람아!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더니 고사리 꺾다 산에 오르는 것도 잊어버렸는가?”


"할머니 거기서 뭐 하세요?"  "이~잉 고동(다슬기) 잔 잡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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