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농사짓는 즐거움

큰가방 2016. 12. 18. 10:04

농사짓는 즐거움

 

운동을 하려고 전남 보성읍 우산리 구마산 입구로 접어들자 낯익은 자전거 한 대가 서있는데 짐 싣는 곳에 호미가 한 자루 실려 있다.

! 자전거에 웬 호미를 싣고 다니지?”하는 순간 등 뒤에서 누군가안녕하세요?”소리에 뒤 돌아보았더니 자주 만나던 지인(知人)이었다.

 

산에 다녀오셨어요? 그런데 오늘은 자전거에 웬 호미를 싣고 다니세요?” “저 호미요?” “운동하면서 호미는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실려 있어서요.”

제가 재작년에 직장에서 정년하고 어머니하고 같이 생활하려고 고향으로 다시 왔지 않습니까? 그리고 아파트에서 지내면서

 

운동할 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는 것 같아 자전거를 구입하여 저의 아파트에서 저쪽 쾌상리 동암마을로 해서 봉산리 녹차 밭까지 왔다 갔다 했거든요.”

그러면 거리가 얼마나 되던가요?” “거리는 왕복 30km쯤 되니 마치 좋더라고요. 그런데 저쪽 동암마을을 지나면서 보니까

 

거기는 밭은 별로 없고 논이 많더라고요.” “그 마을은 다른 마을에 비해 밭은 적은 편이지요.” “그래서 그런지 저쪽 왕복 4차선

도로 밑에 자투리 땅 있지 않습니까? 거기를 깨끗하게 정리해서 밭을 만들어 무도 심고 배추도 심고 하여튼 여러 가지 작물을 심어놓았는데

 

정말 잘 해 놓으셨더라고요.” “그쪽마을 분들이 모두 부지런한 분 들이서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겁니다.” “그래서 저도 해보려고 운동하러 나가면

호미를 가지고 다니면서 남이 손대지 않은 자투리땅 풀도 뽑고 하는데 영감님 한 분이 지나가시면서, ‘뭐하려고 풀도 뽑고 그렇게 닦달하냐?’

 

묻더라고요.” “그래서 뭐라고 대답하셨어요?” “저는 도시에서 직장 생활하다 정년하고 시골로 내려왔는데, 여기 밭을 너무 깨끗하게 잘 해 놓으셔서

저도 취미삼아 자투리땅을 밭으로 잘 손질해서 야채 같은 것을 가꾸려고 그런다!’고 했더니 여기 땅은 야채는 잘 안 되는 땅이니

 

들깨를 심으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는필요하면 내가 힘이 부쳐 농사를 못 짓는 우리 밭을 그냥 빌려줄 테니 거기다

농사를 한 번 지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리고 다음 날 제가 손질하던 땅에 갔더니

 

들깨 모종을 한주먹 정도 가져다 놓으셨더라고요.” “그래서 심으셨어요?” “당연히 심어야지 어떻게 하겠어요? 영감님 말씀은

옛날에 자신이 거기도 다 무엇을 심어 벌어먹었는데, 무나 배추는 잘 되지 않고 들깨가 제일 잘 되더라고 하면서, 그 다음날도 상당히 많은

 

들깨 모종을 갖다 주셔서 그걸 다 심고 나니까, 이번에는 그 옆에 있는 밭으로 데리고 가시더니, 여기는 무시()를 심고,

여기는 콩을 심고, 여기는 고구마 심고, 그리고 이쪽은 가을에 마늘을 심으라고 가르쳐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시킨 대로 하셨어요?”

 

물론 시킨 대로 했지요. 그리고 거름이 부족하다고 해서 용문리 퇴비공장에 가서 퇴비를 사다 뿌려주고 또 조그만 바가지와 물통을 가지고 다니며

도랑에서 흐르는 물을 길러다 뿌려주면서 정성을 다 했더니 가을이 되어 수확하는데 콩은 제가 생각할 때 한 되 정도 파종을 한 것 같은데

 

한 말 이상 나왔지요. 또 무는 한 개 크기가 저의 허벅지 보다 더 크더라고요. 그리고 들깨도 상당히 많이 수확했어요!”

그러면 고생한 보람이 있었겠네요.” “그래서 이런 맛에 농사를 짓는 구나! 했는데 금년 초에 제가 허리를 심하게 다치는 바람에

 

허리를 숙일 수가 없어 그만 농사를 포기했는데 이제 조금이라도 좋아졌으니 지금부터라도 밭을 잘 정리해서 올 가을에 마늘이라도 심어보려고요.”


"할머니 거기서 뭐하고 계세요?"  "여가 약초가 있어서 뿌랭이 잔 캐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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