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과 과수원
5월이 시작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봄의 화신(花神)은 여기저기 아름다운 꽃들을 마구 뿌려놓았는지 오늘도 봄맞이 축제(祝祭) 소식은 들려오는데
집 뒤 숲속의 새들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른 새벽부터 목청을 가다듬고“짹! 짹! 짹! 짹!”뜻도 모를 노래 부르기에 여념이 없었다.
길을 가다 옛날 직장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 직원을 만났다. “어이! 친구 정말 오랜만일세!” “그러게 말일세! 그동안 잘 지내셨는가?”
“나야 잘 있지 자네는 어떤가?” “나도 잘 있어! 그런데 누구 말을 들으니 자네 암(癌) 수술(手術)을 받았다던데 몸은 어떤가?”
“워낙 처음에 발견했기 때문에 그걸 떼어내고 지금은 아주 건강한 편이야! 그런데 자네는?” “다행스럽게 나도 괜찮은 편이야!
자네는 정년퇴직하고 무엇하고 지내는가?” “집에 조그만 텃밭이 있어 그것 좀 관리하고, 또 그동안 못 읽었던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운동도 하면서 지내고 있어.” “그러면 새로 돈을 번다거나 직장에 다니거나 하지는 않고?” “이 나이에 돈을 벌면 얼마나 벌겠는가?
그리고 40년이 넘도록 직장 생활하느라 고생했으니 이제는 조금 쉬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주유소 같은 곳에서 오라고는 하는데 안가고 있어.
그런데 자네는 무엇하고 지내는가?” “나는 옛날부터 논과 밭이 조금 있어 그걸 짓다보니 심심하지는 않더라고. 그리고 퇴직해서 무엇을 할까?
3년 전부터 연구를 했거든. 그랬는데 우리 마을 영감님 한 분이 엄나무를 재배해서 봄에 새순이 올라오면 그걸 수확해서
박스에‘엄나물’이라는 상표를 붙여 출하(出荷)하는데 인기가 굉장히 좋더라고.” “엄나무 순이 인삼(人蔘)보다 사포닌 함량이 15배나 높아
도시(都市) 사람들에게 인기가 굉장히 좋다고 하던데, 그러면 자네도 그걸 재배하려고?” “그런데 남이 하는 걸 그냥 따라 하기가 싫더라고,
그래서 엄나무 순을 개두릅이라고 부르니까 참두릅을 재배하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그걸 심었는가?”
“시험 삼아 나무를 몇 주 구해다 마당 주위에 심었거든, 그리고 관리를 하니까 순이 나고 아주 잘 자라더라고, 그런데 우리 집 사람이 보더니
‘집안에 가시가 달린 것을 심으면 안 된다!’고 하더니 나 없는 사이 죄다 뽑아 버렸더라고.” “그래서 어떻게 했는가?”
“그래서 그걸 가져다 다시 밭(田) 주위에 군데군데 심었거든 그랬는데 관리를 잘못했는지 어쨌는지 죽고 말았어.”
“그럼 그냥 포기하고 말았는가?” “그래서 이번에는 사과나무를 몇 주 구해다 역시 밭 주위에 심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봄에 싹은 잘 나고 했는데 여름이 되면서 한 며칠 어디를 다녀왔더니 말라죽고 말았더라고.” “작년 여름에 날씨가 너무 무더워 그랬을까?”
“작년이 아니고 재작년인데 내가 생각하기에 나무가 말라죽을 정도로 무더운 날씨는 아니었거든.” “그럼 왜 죽었을까?”
“글쎄! 내가 기술이 부족해서 그랬는지 어쨌는지 참! 그래서 작년에는 참다래 나무를 또 몇 주 구해서 심어보았거든.”
“그럼 그 나무는 잘 자라던가?” “그런데 이상하게 싹도 잘나는 것 같은데 나무가 별로 생기가 없어 보이더라고.”
“생기가 없다는 말은 또 무슨 말인가?” “그러니까 싹이 나고 그러면 가지가 쭉쭉 뻗고 해야 하는데 크지도 않고 그냥 그래도 가만히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어떻게 했는가?” “전문가를 불러 물어보니 토질이 안 맞으면 그럴 수가 있다고 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기라는데 다른 곳에
옮길만한 땅이 있어야지. 그래서 농장이나 과수원은 아무나할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그런 생각이 들면서 농장이나 과수원 하는 분들이 상당히 존경스럽더라고.”
"형님! 날이 엄청 무더운데 밭에서 뭣하세요?" "참깨 잔 심고 있는디 날이 가물어 논께 그란가 으짠가 땅도 징허게 안 파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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