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무서운 세상
시내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우체국 앞을 지나고 있는데 우연히 옛날에 함께 근무했던 후배 직원을 만났다. “형님! 오랜만이네요.”
“그래~ 자네 정말 오랜만일세! 그동안 잘 지내셨고?” “저야 뭐 아직 젊은데 잘 지내야지 안 그러면 되겠어요? 그런데 형님 건강은 어떠세요?”
“요즘은 아주 좋아!” “그래요. 그러면 정말 좋은 일이지요.” “그런데 자네 집안은 다 무고하신가? 그리고 아이들은 몇 학년인가?
지금 쯤 많이 자랐지?” “예! 큰애는 중학교 2학년이고, 둘째는 초등학교 6학년, 그리고 막내는 3학년이네요.” “공부는 잘하는가?
애들이 어릴 적부터 야물어서 공부도 잘 할 것 같은데.” “잘하지는 못해도 남들 보다 못한다는 말은 안 듣는가 봐요.
그런데 큰애가 엊그제 저희 반(班) 아이들과 싸우는 바람에 혼이 났지 뭡니까?” “아무래도 남자(男子) 아이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런데 왜 싸웠는데?” “학교 수업이 끝나고 도서관을 가려는데 저희 반 아이들 셋이 불렀다고 하데요. 그래서 따라 갔는데
땅 바닥에 과자 부스러기를 흘리더니 ‘주워 먹어!’하드라면서요.” “그랬어?” “그래서‘못한다!’고 했더니‘이런 개xx가 말을 안 들어!’하면서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다고 하네요.” “그러면 매를 맞고도 참았다고 하던가?” “아니요! 한 대만 때렸으면 참으려고 했는데
여기저기를 때리는데‘참고 있으면 맞아 죽겠다!’싶어 그중 한 애를 사정없이 발로 걷어찼더니‘쿵!’하고 나가 떨어져서
발로 몇 번 걷어차고 나니 나머지 둘은 슬슬 뒷걸음질 치더니 도망을 가드라네요!”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넘어진 애한테
‘너 한번만 더 까불면 죽을 줄 알아! 알았어?’하고 단단히 경고를 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도서관으로 갔는데 넘어진
아이가 119에 신고를 했던 모양이에요.” “뭐라고 신고를 했는데?” “전화기에 대고 끙! 끙 앓으며‘내가 지금 우리 친구에게 맞아서
일어서지도 못하고 누워있으니까 빨리 좀 와 달라!’고 했던 모양이데요.” “참! 요즘 애들이 무섭다니까.”
“그런데 119에 신고를 하면 자동으로 경찰서에 연락이 되는 모양이더라고요.” “요즘은 신고체계가 그렇게 갖춰져 있다 하더라고.”
“그래서 경찰관들이 저의 집까지 잡으러 왔지 뭡니까?” “그래서 자네 아이를 잡아 갔는가?” “아이를 찾기에
‘지금쯤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을 것이다!’했더니 경찰관들이 고개를 갸웃하더라고요.” “남을 때렸다니까 불량 청소년인줄 알았는데
공부를 하고 있다니까 그게 이상하게 보였겠지.” “그래서 도서관에서 아이를 불러 경찰서에 가서 사실대로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 애가 그러더라고요. ‘나는 여기저기 많이 맞았지만 도서관에 갔는데 몇 대 맞지도 않은 애가 걷지도 못한다고 병원에 입원을 해요?
그럼 저도 입원해야겠네요!’하며 얼굴과 몸 여기저기 멍 자국을 보여주면서 ‘세 명이 먼저 시비를 걸어서 그랬다!’
그리고 과자 부스러기 떨어진 곳을 데리고 가서 증거를 보여주고, 또 학교의 교장, 교감, 담임선생님이 오셔서
‘우리 아이는 약한 사람을 괴롭힐 학생이 아니고 공부도 잘하고 친구들과 사이도 좋은 모범 학생이다.’ 하시는 데다
상대방 아이는 또 폭력 전과(前科)까지 있어 대번에 가해자(加害者)에서 피해자(被害者)가 되더라고요.” “그랬어? 그래도 그만 하기를 다행일세!”
“옛날 저의 어린 시절만 하더라도 친구들과 코피 터지게 싸워놓고도, 돌아서면 서로 손잡고 놀러 다니곤 했는데,
세상이 바꿔지니 먼저 시비를 걸고 때렸으면서도 상대방에게 뒤 집어 씌우려고 하니 세상이 정말 무섭데요.”
"이렇게 무더운 날 어디 가세요?" "말 걸지 마세요! 저 지금 심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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