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사촌형과 부모님의 산소

큰가방 2017. 7. 15. 14:29

사촌형과 부모님의 산소

 

집에서 그동안 읽지 못하고 한쪽 구석에 놓아두었던 책을 꺼내 읽고 있는데 휴대전화 벨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여보세요!”

! 나다. 지금 어디냐?” “지금 어디냐고? 누구신데요?” “나 길()이야! ! 이제 친구 목소리도 잊어 버렸냐?” “

 

뭐라고 길이라고? ~ 정말 오랜만이다. 그런데 어쩐 일이냐?” “나 여기 식당에 왔거든 바쁘지 않으면 이리 나와라! 식사라도 함께 하자!”

그래 알았다.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라.”하고 전화는 끊겼다. 그리고 잠시 후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친구가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얼굴 보겠다~. 그동안 잘 있었냐?” “나야 잘 있지 너는 어떠냐? 그리고 애들 결혼은 다 시켰냐?” “다 시켰지. 그럼 너는?”

나는 딸은 결혼을 시켰는데 아들 녀석 때문에 골치다.” “골치라니 무슨 일이라도 있냐?” “무슨 일이 아니고

 

장가가려고 생각을 안 하니 골치지 뭐냐?” “하긴 그러기도 하겠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갑자기 친구가내가 고민이 하나 생겼다야!”하며

말을 꺼냈다. “무슨 고민인데?” “그러니까 약 20년 전에 우리 형제(兄弟)들이 천 오백만원 정도 돈을 모았거든!

 

그때는 시골 땅 값이 아주 쌀 때여서 미력면 쪽에 논과 밭이 딸려있는 땅을 약 2천 평 정도 구입해서 밭에는 우리 부모님 산소를 만들어 모시고

()하고 산소에 들어가지 않은 나머지 밭은 나보다 4살 더 먹은 사촌 형님에게공짜로 지으면서 매년 우리 부모님 산소 벌초(伐草)만 좀 해 달라!’

 

했더니 몇 번을고맙다!’고 하면서 철석같은 약속을 했는데, 어느 해 부턴가 벌초를 하지 않는 거야! 그랬는데 오늘 산소에 가면서 보니까

다른 사람이 우리가 사 놓은 논에서 일을 하고 있더라고!”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왜 우리 논에서 일을 하십니까? 물었더니

 

내가 이 논을 사서 농사를 지은 지 언젠데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느냐?’고 화를 내더라고.” “그럼 너의 사촌형이 그 논을 팔았을까?”

그래서 알아봤더니 우리 부모님이 계신 산소 자리만 남겨놓고 모조리 팔았다는 거야. 얼마나 화가 나던지 그래서 사촌형을 찾아가 따졌더니

 

내가 지금 치매를 앓고 있어서 논이나 밭을 판 기억이 없다!’는 거야!” “그럼 다른 가족은 없는데?” “그런데 마침 조카가 오더라고

그래서 물었지? ‘왜 논을 팔았냐?’고 그랬더니 지금 시골은 땅 값이 떨어지고 있어서 더 떨어지기 전에 팔았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뭐라고 했는데?” “아니 대한민국 어디에 땅 값이 떨어지는 곳이 있냐? 그리고 논과 밭을 팔았으면 돈을 내 놔라!’고 했더니

지금은 없으니 나중에 주겠다는 거야!” “그럼 어떻게 하려는데?” “그런데 지금 논이 문제가 아니고 부모님 산소 있지 않냐?

 

거기를 관리해 줄 사람이 없어 문제거든. 누구 말을 들으니 산소를 파 헤쳐 시신을 태우고 봉을 아주 없애버려도 된다고 하던데

그럴까 어쩔까 고민이야!” “그럼 논은 어떻게 하고?” “논이야 사촌 형이 이미 팔아먹었는데 돈을 달라고 하면 주겠냐?

 

그러니 포기해야지 어떻게 하겠냐?” “그럼 부모님 산소에 벌초만 제대로 하면 되겠네.” “그렇지! 벌초만 제대로 하면 힘들 것이 없는데

그게 걱정이야.” “그러면 일 년에 10만 원 정도 여유는 있지?” “내가 아무리 못 산다고 그 정도 여유조차 없겠냐?”

 

그러면 사촌형님 믿지 말고 가을이면 농협으로 연락해서 벌초를 해 달라고 해라! 봉분(封墳) 한 봉 하는데 5만원이니

두 분이면 10만원이면 되니까 수고비는 계좌 입금시키면 되는데 무엇이 걱정이냐?” 


"할머니 거기서 뭐 하세요?"  "이~잉! 고동(다슬기) 잔 잡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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