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등 한 번 밀어드릴까요?"

큰가방 2018. 3. 3. 09:33

등 한 번 밀어드릴까요?”

 

며칠 전부터 강력한 추위와 함께 찾아 온 동장군(冬將軍)은 오늘도 물러갈 생각이 전혀 없는지 오후가 되면서 더욱 강하게 불어대는

차가운 바람 때문에 자연스레 옷깃을 여미게 되는데, 시골마을로 길게 이어지는 농로길 옆 양지바른 곳에는이제 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듯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고 있었다. 대중목욕탕(沐浴湯)에서 몸을 먼저 씻은 후 따듯한 물이 담겨있는 탕()으로 들어가는데

하얀 수건을 접어 눈을 가리고 편안한 자세로 누워 잠들어 있는 사람이 보였다. 그래서 방해되지 않도록 조심해서 탕에 들어가

 

몸을 담그는 순간 번쩍 눈을 뜨더니 깜짝 놀란 얼굴로 일어나면서 형님 오셨어요?”하였다. “동생! 오늘은 시간이 있어 오셨는가?”

! 오전에 양파 밭에 거름 좀 뿌리고 집에서 샤워를 하려는데 도저히 추워서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이리 왔어요.”

 

잘 하셨네! 요즘 날씨가 너무 춥다보니 집에서 샤워하다 감기 들기 딱 알맞겠더라고.” “그러니까요.” “그런데 방금 자네가

양파 밭에 거름을 뿌렸다고 했는데 정확히 무엇을 뿌렸다는 이야긴가?” “엔케이라는 비료인데 1월에 한번 또 2월과 3월에 한 번씩 뿌려주면

 

양파가 물러지지 않고 잘 크더라고요.” “그런데 요즘 겨울 가뭄 때문에도 밭이 바짝 말라있을 텐데 비료를 뿌리면 무슨 효과가 있을까?

물기가 거의 없을 텐데.” “양파가 심어져있는 주위로 아주 조금씩 뿌리는데 봄에 박토(薄土)에 고구마 심은 후 비료 주듯

 

그런 식으로 뿌려주면 아주 단단하게 자라는데, 금년 같이 이렇게 아주 추운 겨울에도 얼지도 않고 또 썩지도 않으니까

사람들에게 인기가 아주 좋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기술은 누구에게 배웠는가?” “처음에는 책을 사서 보았는데 누구 말을 들으니

 

농업기술센터에서 자문을 구하면 좋다!’고 해서 그쪽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그랬어? 그런데 자네 언제 한번 양파들이

썩어서 많은 피해를 보았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때는 제가 농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인데 이상하게 많이 썩더라고요.

 

그래서 자세히 알아봤더니 요소비료를 뿌리면 알맹이가 커지기는 하는데 썩는 게 문제더라고요. 특히 겨울에는 얼어버리니까

더 많이 썩어 피해를 정말 많이 봤는데 작년부터 그 비료는 전혀 쓰지 않고 엔케이만 조금씩 쓰고 있어요.”

 

아무튼 금년같이 이렇게 강한 추위에도 썩지 않고 월동(越冬)하는 양파라면 재배해 볼만 하겠네!”하고 탕에서 나와 한쪽에서

때를 밀고 있는데 후배가 다가오더니형님 제가 등 좀 밀어드릴게 엎드려 보세요.”하며 때밀이 타월을 받아들더니

 

얼마나 세게 밀어대는지 등가죽이 너무 아파이보게 자네 있는 힘껏 밀지 말고 천천히 하게 지금 내 등짝이 너무 아프거든!”

그래요? 나는 별로 힘도 들이지 않고 있는데 그러네요.” “이 사람아! 힘들이지 않았는데 그 정도면 만약 힘을 들였다면

 

내 등짝 전부 패였다!’는 말 나오겠는데 그래! 그러다 병원에 입원하면 어떻게 할 텐가?”하며 ! ! !” 웃다

 

문득 옆을 보니 영감님께서 조용히 때를 밀고 있었다. “어르신 제가 등 한번 밀어드릴까요?” “머시라고 다시 말해 봐!”

제가 등을 한번 밀어드린다고요.” “등 밀어준다고 그란디 나는 안 밀어도 되야!” “왜요? 등을 밀면 시원할 텐데 그러세요?”

 

그란디 거기를 밀문 등가죽이 너무 아퍼! 그래서 못 밀어! 그랑께 아직까지 남들한테 밀어주란 소리는 못해봤어!

그랑께 내가 때밀이 수건 말고 부드러운 것으로 천천히 밀어야제 뻣뻣한 것으로 밀어분께 너머나 아프드만

 

그나저나 밀어 준단께 고맙고 인자 나 같이 늙지 말고 항상 건강하시소! !”


전남 보성읍 우산리 들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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