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옻닭 소동

큰가방 2018. 7. 7. 13:55

옻닭 소동

 

오늘은 군민(郡民)의 날이어서 참여하였다가 행사(行事)가 모두 끝난 다음, 마을 사람들과 함께 천천히 농로 길을 걸어 돌아오고 있는데

어야! 쩌기 저거이 옻나문가?”마을 형님께서 물었다. “! 옻나무 맞네요.” “그래~ 요새 옻나무 순도 끈어다

 

살짝 디쳐서 양념 넣고 조물조물 무치다 나중에 참기름 한 방울하문 참말로 맛있는 거인디 으째 요새 사람들은 그른 것을 잘 안 해 묵데!”하자

옆 형님께서 요새는 그른 거이 아니어도 묵을 것이 천진디 누가 옻나무 순 끊어다 노물 해 묵것소? 그라고 그것 잘못 묵다

 

옻이라도 오르문 큰일 아니요?”하자 뒤 따르던 후배가 형님! 내가 엊그저께 쩌그 칼바우를 갔단 말이요.”

칼바위면 산행(山行)을 다녀왔단 말인가?” “한 달에 한 번씩 산에 가는 모임이 있어서 댕겨왔는디 그날 산에서 점심을 묵은디

 

누가 옻나무 순()을 무쳐갖고 왔다고 내 놓드란 말이요.” “그래서 묵었던가?” “처음에는 이걸 묵어도 괜찮하까?

망설이다 한 입 묵어본께 괜찮데요. 그래서 맛있게 먹었거든요. 그런데 한 4~5일 지나 화장실에서 일을 보는데 갑자기

 

항문(肛門)주위부터 시작해서 나중에는 겨드랑이까지 가렵기 시작하는데 정말 미칠 지경이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우선 가려운데 바르는 약 있지 않습니까? 그걸 발랐더니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괜찮아 지더라고요.” “그랬어?”

 

그런데 그게 2-3일 동안 계속 가려워서내가 혹시 피부병이나 치질(痔疾)이 있어 이렇게 가려운 것일까? 그러면 병원에 가봐야겠다!’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산에서 먹은 옻나무 순 나물 있지 않습니까? 그것 때문에 그렇게 가려운 것 같더라고요.” “그러면 지금은 어떤가?”

 

많이 좋아졌는데 그래도 아직은 조금씩 가려운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하자 옆의 선배가 말을 받았다.

자네는 그만하기를 다행이시! 나는 한 20년 전 겨울에 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가서보니, 오리 옻칠을 내고 남은 고기가

 

큰솥으로 가득 있는 거야!” “그래서 어떻게 하셨는데요?” “그래서 친구를 불렀지! 후배도 한 사람 부르고.” “왜요?”

이 사람아 맛있는 것 있으면 나나묵어야 되꺼 아닌가?” “그러면 오시던가요?” “그랬지! 그래서 셋이서 솥에다

 

물을 두 바가지쯤 붓고 불을 때서 펄펄 끊인 다음, 25도짜리 2리터 들이 소주 됫병을 한 병 사와 갖고, 뜨근 뜨근한

옻칠 국물을! !’불어가면서 마시고 또 술도 한잔하면서 와따아~ 국물 한번 씨연해서 참말로 조오~!’주거니 받거니

 

한 병을 다 마시고 말았어!” “그러면 술도 취하셨겠네요.” “그런데 삼사일이 지나자 갑자기 겨드랑이가 가렵기 시작하더라고.”

정말요?” “그런데 겨드랑에서부터 시작한 두드러기가 점점 등으로 퍼지는가 싶더니 나중에는 얼굴까지 벌겋게 변하더니

 

밤이면 가려워서 잠을 잘 수가 없는 거야.” “정말 고생하셨겠네요.” “그런데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두드러기가 물집으로

 

변해 터지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오죽 가려웠으면 한 겨울에 찬물로 샤워를 했는데도 추운 줄을 몰랐다니까.”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어떻게 하겠는가? 한의원(韓醫院)에 갔더니 한의사께서 그러니까 뭐 하러 그런 걸 드시고 그 고생을 하세요?’하며 약을 주었는데

 

그것을 먹고 나니 금방 좋아지더라고!” “정말 다행이네요.”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옻닭은 뜨거울 때 먹는 것이 아니고

조금 식힌 다음에 먹어야 하며, 또 술을 함께 마시지 말아야 한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그 뜨거운 걸! !’불며

 

술까지 마셨으니 옻이 나타나지 않으면 이상한거지 그렇지 않겠는가?” 


"아저씨 어디 가세요?"  전남 보성읍 관주산에서 만난 청솔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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