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친구와 뇌졸증

큰가방 2020. 9. 5. 15:17

친구와 뇌졸중

 

어젯밤 아무도 모르게 살며시 내려온 이슬이 거미줄에 방울방울 매달린 채 동녘의 밝은 햇살을 받으며 영롱하고 아름답게 빛나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고추잠자리 한 마리 아직 피지도 않은 백합의 머리 꼭대기에 앉으려 하자 백합은 지나가는 바람과 함께

 

자꾸 머리를 흔들어 쫓아내고 있었다. 오늘은 친구(親舊)들과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시간에 맞추어 식당(食堂)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잠깐만요!”하는 소리에 뒤 돌아보았더니 친구 부인(婦人)이었다. “안녕하세요? 지금 어디 가는 길이세요?”

 

오늘이 곗날이라면서요?” “오늘 곗날은 맞는데 친구는 어디 갔나요?”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겨 참석을 못할 것 같다고

곗돈이라도 내고 오라 하더라고요.” “무슨 일이 생겼다면 안 좋은 일이 생겼나요?” “그건 우리 애기 아빠가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하며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으나 말씀해 보세요. 그러면 혹시 제가 도움을 드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게 병원에서 뇌졸중(腦卒中)이라고 하더라고요.” “아니 어떻게 하다 그런 고약한 병이 왔을까요? 엊그제 만났을 때도

 

아주 건강하게 보이던데요.” “그러니까요? 그걸 저도 잘 모르겠어요. 옛날 젊었을 때만 해도 직장에서 퇴근하면 자꾸

아프고 힘들다!’는 핑계로 농사일은 물론이고 집안일도 손 하나 까닥 안 했거든요.” “그러면 지금까지 농사일은 어떻게 하셨어요?”

 

힘들어도 제가 거의 다 했거든요. 그런데 퇴직을 하고 나더니 건강관리(健康管理)한다며 운동(運動)을 하면서 최근에는

()에도 열심히 다니더라고요.” “그건 저도 알고 있어요.” “그러면서 최근에는 힘든 농사일도 척척해내고 그래서

 

이제 건강은 완전히 회복이 되었나 보다!’고 좋아했거든요.” “지난번 저와 만났을 때건강은 어떠냐?’고 물었더니

지금은 아주 좋아!’자신만만하게 대답했거든요. 그러면 술은 자주 마시던가요?” “그 사람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요즘 들어 마시는 횟수가 옛날에 비해 많아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면 담배는 피우던가요?” “직장에 다닐 때는

하루에 한 갑에서 두 갑까지도 피웠는데 요즘은끊었다!’고 안 피워요.” “그러면 약은 복용하나요?” “옛날에 고혈압과

 

당뇨 약을 먹었는데 요즘은 정상이라며 끊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며칠 전 갑자기머리가 아프기 시작하더니 오른쪽 손발이 저리면서

안 움직여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급히 119를 불러 병원(病院)으로 옮겼어요.”

 

그러면 거기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뇌졸중 같으니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대학병원으로 옮기셨나요?”

그런데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몇 년 전에도 그런 증세가 있었는데 그때도 바로 치료(治療)해서 좋아진 적이 있으니

 

그 병원으로 가자!’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담당의사께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그게 한번 쓰러진 전력(前歷)이 있거나

또는 가족력(家族歷) 있는 사람은 일 년에 한 번씩 뇌() 사진을 촬영해서 이상 유무를 체크를 해야 하는데 우리 애기 아빠는

 

또 그런데 통 관심이 없는 사람이어서 옛날에 쓰러져 치료를 받은 후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다고 하데요.”

그러면 앞으로 재활치료를 하면 옛날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고 하던가요?” “글쎄요! 담당의사 말로는 환자가 열심히 노력하면

 

정상까지는 안 되더라도 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까지는 돌아올 수 있다는데 애기 아빠가 얼마나 노력할지 모르겠네요.”

친구는 아직 나이도 있고 또 성격도 좋은데다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사람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반드시 좋은 일이 있을 겁니다.”

 

 

찜통 같은 무더위와 태풍을 이겨낸 들녘의 벼들이 점점 더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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