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불장난
5월 달 달력을 한 장 찢어내자 어느새 달려왔는지 6월이 내 앞에 서서 빙그레 웃고 있는데, 누구네 집 울타리에는 아직도 5월이 많이 남아있는지
엊그제부터 피어나기 시작한 붉고 노란 장미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지나는 길손에게 수줍은 인사를 건네고, 앞산 뻐꾸기들은‘뻐꾹! 뻐꾹!’
무더운 여름이 찾아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우체국에서 택배를 하나 보내려고 내 순서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등을 가볍게
두드리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리자 선배 한분이 나를 보고 빙그레 웃고 있었다. “형님!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보시다시피 나는 항시 잘 있어! 그런데 동생 건강은 어떠신가?” “건강은 좋은 편이에요.” “몇 년 전 암 수술 받았다더니 지금은 어떤가?”
“그것도 벌써 5년이 지나 완치 판정을 받아 별 문제는 없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정말 다행일세!” “그런데 여기는 웬일이세요?”묻자
“내가 지난번에 엉뚱한 불장난을 했드니 벌금이 나왔드란 마시! 그래서 오늘 그것 잔 내불라고 왔네!” “엉뚱한 불장난이라면
무슨 불장난을 하셨는데요?” “그러니까 며칠 전 집에서 막걸리 한잔을 마시고 나니 제사(祭祀) 모시려고 음식 장만하면서 썼던 신문지
또 과일 쌌던 종이, 나무젓가락 같은 쓰레기가 눈에 보여 집 아래 밭 한구석에 놔두고 불을 질렀는데, 불을 피워놓고 보니 지난번 사온 고추모종
담아왔던 검정 플라스틱판하고 빈 종이박스가 있어 그것도 불에 던져 넣었는데 갑자기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더라고.”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어떻게 하겠는가? 불 피운 자리는 옆으로 옮겨 붙을 염려도 없고 해서 그냥 그렇게 놔두고 지켜보다가 문득 길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소방차가 소리도 없이 왔더라고.” “어떻게 알고 왔을까요? 혹시 누가 신고했을까요?” “글쎄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하여튼 소방차가 보여
얼른 불을 꺼버렸거든.” “그럼 그냥 가던가요?” “불을 끄면 가 버릴 줄 알았는데 소방대원이 밭둑까지 올라왔어! 그래서‘불 다 껏으니 안심하고
그냥 가씨요!’했드니 기어이 불 피운 자리를 둘러보고 모두 꺼진 것을 확인하더니‘어르신! 앞으로는 조심하세요. 또 이러시면
과태료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하고는 두말도 없이 가 버리더라고. 그런데 문제는 이삼일 지나고 나니 어떤 젊은 사람이 찾아왔어. 그래서
‘누구시냐!’물었더니 ‘저는 군청 환경과에 근무하는 직원인데 혹시 어르신께서 2~3일전 밭에 불을 피운 적이 있습니까?’묻더라고
그래서‘그랬다!’고 했더니 사진을 보여주며‘누군가 어르신이 불 피우는 장면을 사진을 촬영해서 익명으로 안전신문고에 고발했습니다.’하더라고.”
“사진을 찍어 고발을 했다고요? 누가 그랬을까요?” “글쎄 익명으로 고발을 했다니 누군지는 알 수 없으나 어찌되었건 군청 직원의 말로는
‘불을 피운 것은 사실이니 과태료를 부과할 수밖에 없겠네요.’하더라고.” “그러면 과태료는 얼마나 나왔는데요.” “군청 직원의 말로는
‘과태료가 50만 원인데 어르신께서 악의적으로 불을 피운 것도 아니고 또 피운 자리를 깨끗하게 정리하셨으니 제일 적은 금액 2십 5만원을
납부하면 되는데 혹시 억울하다고 생각되면 정식 재판을 청구하실 수도 있습니다.’하더라고.” “그래서 과태료 납부하러 오셨어요?”
“그러면 어쩔 것인가? 내가 평소처럼 빈 종이박스와 플라스틱판은 따로 묶고 또 다른 쓰레기는 종량제 봉투에 담아 내 놓았으면
그런 일도 없었을 텐데 괜스레 술 한 잔 마시고 그걸 태우는 바람에 소방차 출동했지, 또 군청직원 찾아왔지 여러 사람 수고를 끼쳤으니 과태료라도 얼른 납부해야 되지 않겠는가?”
매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도 참깨의 하얀 꽃이 예쁘게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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