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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없는 자랑
큰가방
2021. 7. 31. 17:09
눈치 없는 자랑
엊그제까지도 붉은
,
노란
,
분홍색 화려한 꽃을 피우고 오가는 길손에게 예쁜 손을 흔들어 주던 장미꽃이 모두 져버리자
,
숲속의 애기단풍은
마치 녹색 커튼처럼 가지를 길게 늘어뜨리고 지나가는 다람쥐 한 마리 불러 세워 이야기를 나누는데
,
옆 동네 까치는 무엇이 그리 못 마땅한지
아까부터 계속
‘
깍
!
깍
!’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
점심시간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후배가
“
이번 주 토요일 날 제 딸 결혼식 피로연이 있으니
시간 있으면 오셔서 축하해주시고 점심식사도 같이 하시게요
.”
하면서 청첩장을 내 놓았다
. “
그러면 사위는 무엇 하는 사람인데
?” “
서울에서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다 네요
.” “
그럼 자네 딸도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는가
?” “
그렇지요
.
그런데 같은 회사는 아니고 가까운 곳에서
근무하다 서로 만난 것 같아요
.” “
사람이 연분이 있으면 어디서 근무하든 서로 만나게 되어 있는데 그래도 가까운 곳에 있어야 만나기가 쉽지
먼 곳에 있으면 그게 쉽지 않거든
.”
하자 옆의 친구가
“
우리 사촌 누나는 기차를 타고 강원도 여행을 하던 중 우연히 잘생긴 남자와 합석하게 되었다네
,
그런데 열차에서 내려 버스를 탔는데 또 그 남자와 같은 자리에 앉은 거야
!” “
정말 그랬어
?
그것 참 신기한 일일세
!” “
그런데 버스에서 내려
각자 헤어졌기 때문에 잠시 동안이라도 잊고 있었는데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열차를 탔는데 또다시 그 남자와 합석하게 되었다네
!”
“
그건 우연이 아니고 무슨 필연이 있어 그런 것 아닐까
?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
?” “
어떻게 되기는 뭐가 어떻게 되겠는가
?
우리 사촌 누나가
더 적극적으로 서둘러 그 남자와 결혼했고 지금도 잘 살고 있어
!” “
잘 살고 있으면 된 거야
.
그래서 그게 바로 천생연분이라는 거야
!
그런데 자네는 이번 딸을 끝으로 자녀들 결혼은 모두 끝나는 셈인가
?” “
아니요
!
아직도 하나 더 남았어요
.” “
그랬어
?
그럼 자네 나이도 있는데
어서 빨리 서둘러야겠는걸
.” “
그러니까요
.
애들이 내일이라도 짝만 데리고 오면 정말 좋겠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걱정이네요
.
결혼이라는 게 어디 혼자서 되는 일입니까
?” “
자네 말이 맞는 말이네
!
요즘은 옛날하고 달라서 자신의 짝이 될 사람을 데려와야 하는데
그게 그렇게 쉽지 않으니 문제가 되는 것 아니겠는가
?
그리고 부모의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자녀들 결혼을 시키면 좋겠는데 그게 마음대로 쉽지 않으니
그것 또한 걱정이고
.”
하자 옆의 선배께서
“
그런데 자녀 결혼 시키는 것도 좋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 화
(
禍
)
나 돋우지 말았으면 좋겠데
!”
“
왜요
?
자녀 결혼 때문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 “
나는 우리 애들 하나도 결혼 시키지 못해 애가 닳아 죽을 지경인데 누가 청첩장을 가지고 찾아왔어
!
그리고는 한다는 소리가
‘
자네는 은제 애기들 결혼 시킬란가
?
너머 골르지 말고 적당히 해서 얼렁얼렁 여워불소
!’
하드라고
!
나는 애기들 결혼 안 시키고 싶어서 그라고 있으꺼인가
?
하루라도 빨리 했으문 좋것지만 그것이 맘대로 안 된디 으짜꺼인가
?” “
정말 화가 나셨겠네요
.”
“
그라고 또 한 가지
!
나는 울 애기들 결혼도 못시켜 죽을 지경인디
‘
어이
!
우리 손지 을마나 이삔가 한번 봐보소
!’
하면서 사진을 보여준디
내가 보기에 옥상에서 떨어진 메주덩어리 보다 더 징하게도 못 생겼드만 그걸 쭉쭉 빨고 야단이여
!” “
에이
!
그날 형님 기분이 안 좋아 그렇게 보였겠지
요즘 안 예쁜 애기들이 어디 있어요
?” “
몰라
!
참말로 그랬는가 어쨌는가 하여튼 사람이 자랑하는 것도 좋지만
상대방 입장도 배려할 줄 알아야지 자신만 좋다고 눈치코치 읍시 자랑만 하고 그라문 안 되는 거시여
!”
푸르름이 가득한 전남 보성 득량 들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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