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8월 31일 8월의 마지막 날인데 아침에 잠깐 시원했던 날씨는 오전 9시가 넘어서자마자 또 다시 무더운 여름 날씨로 변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행복이 가득 담긴 사연을 배달하기 위하여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에 우편물을 가득 싣고 시골마을을 향하여 달리는 저의 마음은 오늘따라 무척 가볍기만 합니다. “오늘따라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라는 기대 때문일까요? 그리고 첫 번째 마을에 도착하였는데 할머니 한분께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저를 부르시더니“아저씨! 이것 좀 우체국에 갖다 바쳐줘!”하시며 내놓으신 것은
주민세입니다. “참! 오늘이 주민세 납부 마감하는 날이지! 그걸 깜박 잊었네!”하면서“할머니! 3천 3백 원이네요!”하였더니 “우추고 그것을 알아?” “주민세는 원래 그래요! 잘사는 사람이나 못사는 사람이나 식구가 많은 사람이나 작은 사람이나 할머니처럼 혼자 사시는 분이나 똑 같이 3천 3백 원이거든요!” “오~오! 그래~에! 나는 집집마다 다 세금이 틀린지 알았드니 그것이 아닌갑네~에!”하시며 꼬깃꼬깃 접어진 천 원짜리 3장과 백 원짜리 동전 3개를 저에게 주십니다.
“오늘 주민세 마감하는 날이니 잔돈이 많이 필요하겠는 걸! 그리고 주민세 고지서와 주민세 돈 담을 비닐봉지도 필요할 것 같은데 미처 준비를 못했으니 어떻게 하지?”하다“에라! 모르겠다! 그냥 주는 대로 받아 우편물 배달가방 속에 넣어가야지!”하는 마음으로 이 마을 저 마을을 천천히 지나가며 시골마을 노인들께서 저에게 건네주시는 주민세를 받기 시작합니다. 지금은 시골마을에서도 전화요금이나 전기요금 의료보험료 대부분을 자동납부를 이용하고 있어서 매월 말일이 되어도 예전처럼 공과금을 받아오는 일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일년에 한번 납부하는 지방세 같은 경우 교통이 불편한 시골마을에서는 대부분 집배원들에게 부탁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어이! 으짜껏인가? 자네가 좀 수고를 해 줘야지! 안 그런가?” “별말씀을 다 하시네요! 이런 수고는 백번이라도 당연히 해 드려야지요! 그런 건 미안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래도 미안하제~에! 안 그래도 더운 날 땀 질질 흘려감서 편지 배달하기도 힘 드껏인디 이른 부탁까지 할랑께 미안하제~에!” 하시는 시골 노인들의 말씀에 빙그레 웃으며“이런 부탁은 많이 하셔도 정말 괜찮다니까요!”
하며 달려온 곳은 전남 보성 회천면 회령리 삼장마을입니다. 그리고 삼장 마을 중간쯤에 있는 정자로 천천히 다가섰는데 할머니 두 분께서 저를 보시더니 “아제~에! 이것 좀 우체국에 바쳐줘!”하십니다. 그런데 할머니 한 분은 엊그제 저에게 “아니! 으째 우리 집은 주민세를 안 갖다 줘? 다른 집이는 주민세가 다 나왔드만 우리집이만 없데!”하며 저에게 화를 내셔서 “할머니 댁에도 주민세 고지서를 배달해 드렸는데 그래요! 다시 한번 찾아보세요! 제가 주민세 고지서를 할머니 댁 마루에 신발로 눌러놓았거든요!”하였더니
“암만 찾아도 없드랑께 아저씨가 안 갖다 놓은 것 아니여?” “왜? 제가 할머니께 거짓말을 하겠어요? 저를 믿으시고 다시 한번 찾아보세요! 아시겠어요?”하였더니 “알았어!”하시면서도 무척 화가 난 표정을 지으시던 할머니셨습니다. “할머니! 주민세 고지서 어떻게 찾으셨어요?” 하였더니 빙그레 웃으면서도 정말 미안해하는 얼굴로 “아제가 엊그저께 주민세를 다시 찾아보라고 해서 찾아 봤드니 고지서가 쓰레기통 속에 들어가 있드랑께!”하십니다. “아니? 주민세 고지서가 왜? 쓰레기 통속에 들어가 있어요?
혹시 다른 사람이 쓰레기인줄 알고 쓰레기통에 버렸을까요?” “내가 내부렸것제~에! 우리 집 사는 사람은 나 혼자 뿐이 업는디! 내가 정신이 없다본께 그랬는 갑구만! 그나저나 미안해서 으짜까? 무단히 아제한테 화를 내고 그래서!” “괜찮아요! 할머니! 사람이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요!” 하였는데 옆에 계신 할머니께서 “아니 둘이 무슨 사연이 그렇게 많아서 한없이 이야기만 하고 있어? 이것은 안받고~오!”하시며 손에 들고 계시던 주민세 고지서와 만 원짜리 한 장을 저에게 내미십니다.
“예! 여기 할머니하고 이야기 할 것이 좀 있어서요.” “아니 그라문 내 껏은 안 받아갈라고?” “왜? 할머니 주민세를 안 받아가요? 이리주세요!” 하면서 할머니 주민세 고지서와 돈 만 원짜리 한 장을 받았는데 잔돈으로 내드릴 돈 2백 원이 부족합니다. “할머니! 잔돈 2백 원 부족한데 내일 가져다 드리면 안 될까요?”하였더니 “아이고! 냅 둬! 그것은 그냥 아저씨 커피 한 잔 자셔!”하십니다. “아니? 할머니! 커피 값이 2백 원 인줄 어떻게 아셨어요?”
“내가 늙은이라고 그런 것도 모르간디? 2백 원은 그냥 아저씨 커피 한잔 빼서 자셔! 알았제? 잉?” “오늘 이상하게 기분이 좋더니 할머니께 커피 값을 받으려고 그랬나 봐요! 할머니 정말 고맙습니다. 커피 잘 마실게요!”하였더니 할머니께서는 빙그레 웃으십니다. 그런데요! 요즘 자판기 커피가 정말 2백 원이 맞나요? 저는 4백 원쯤 되는 줄 알고 있는데 그럼 부족한 이백 원은 어떻게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