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이야기

귀여운 아이들

큰가방 2001. 8. 11. 16:32
아침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입추가 지나서 인지 한결 시원해 짐을 느낍니다. "역시 계절은 속일수가 없단 말이야!" 하면서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마을 마을 집집마다 우편물을 배달합니다. 농촌마을에는 아직은 학생들의 방학과 휴가 기간이 끝이 나지 않아서 인지 어린아이들이 많이 눈에 뜨입니다. 그리고 마을 정자에서는 밀가루 부침개에 막걸리를 드시는 노인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나무 그늘에는 고부간인지 모녀간인지 알수는 없으나 젊은 아낙과 할머니가 다정하게 앉아 고추도 다듬고 나물등을 손질하며 정답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에 좋아보입니다. 마을 앞 개울에는 어린꼬마들이 물놀이에 정신이 없고 무슨 물고기를 잡는다며 쪽대를 물가에 대고 물장구를 치는 모습이 옛날 저의 모습을 보는것 같아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아! 나도 한때는 저런시절이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그런데 그 순간 방금 우편수취함에 넣어둔 우편물을 가지고 어린아이 둘이서 말다툼이 한창입니다. 대 여섯살쯤으로 보이는 여자아이는 "내가 가져갈거야~아!" 하면서 수취함에서 우편물을 꺼내려고 하는데 너댓살쯤으로 보이는 사내아이는 "내가! 내가~아!" 하면서 서로 먼저 우편물을 꺼내려고 야단입니다. 그래서 "애들아 왜그러니?" 하고 물었지요 그랬더니 여자아이가 "아저씨 내가요 편지를 가져가려고 하는데요 쟤가요 편지를 못 꺼내게해요!" 하자 옆에 있던 사내아이가 "아니야 내가 가져갈거야~아!" 하면서 막무가내로 떼를 씁니다. "이것참 이럴때는 우편물이 두통이면 서로 한통씩 나눠주면 좋을텐데 우편물이 한통이라 그럴수도 없고 어쩐다!" 하다가 "애들아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편지를 가져가면 어떻겠니? 그리고 오늘 이긴 사람이 편지를 가져가면 내일은 진 사람이 편지를 가져가면 좋겠지?" 하는 저의 제의에 아마도 아이들은 찬성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약속하자 하면서 새끼 손가락을 걸고 엄지 손가락으로 도장을 찍고 가위 바위 보를 시켰지요 그랬더니 사내아이가 지고 말았습니다. "자 이제 편지는 누나를 주는거다 그 대신 내일은 내가 꼭 너에게 줄께 다시 한번 약속!" 하면서 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하였습니다. "아저씨 안녕히 가세요!" 하면서 언제 싸웠냐는듯 둘이서 손을 잡고 집안 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여간 귀여운게 아닙니다. "안녕하십니까? 우편물 왔습니다!" 하고 큰소리로 인사를 해도 힐끗 한번 쳐다보고는 보는둥 마는둥 하시는 분들도 얼마든지 많은데 아직도 때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을 가진 아이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오늘 처음으로 글을 올려보았습니다. 앞으로 성의껏 우편물 배달 도중 일어난 이야기를 여러분께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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