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의 행복
“안녕하십니까? 저는 보성경찰서 읍내지구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경사 정해동입니다. 자동이륜차((自動二輪車) 안전운전(安全運轉)강의를 시작하기 전 먼저 저의 딸 자랑을 좀 하려고 합니다. 제가 경찰(警察)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만. 며칠 전 지갑을 잊어버렸습니다. 지갑 속에는 저의 주민등록증과 카드 두장. 명함. 전화번호가 적혀있는 수첩이 들어있고 신분증은 들어있지 않습니다. 이유는 만약에 제가 신분증을 분실할 경우
그 신분증이 나쁜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게 되면 신분증을 변조하여 범죄에 사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신분증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직까지 저의 지갑은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요즘 회천면에서는 감자 수확이 한창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저의 보성경찰서 서장님을 비롯한 직원 40여명이 농촌 일손 돕기 일환으로 회천면 회령리 삼장마을로 감자 수확하는 것을 도와주러 갔는데 그곳에서 ‘일손을 도와주어 정말 고맙다!’며
저의 아버님 같은 연배의 농부께서 술을 한잔 권하시기에 차마 사양하지 못하고 받아마셨습니다. 그러다 시계를 보았더니 강의 시간이 가까워져 부랴부랴 사무실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나오다 책상 위를 보았더니 도시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제 딸이 보낸 조그만 소포 하나가 놓여있었습니다. 그래서 ‘이게 무슨 소포일까?’하고 소포의 포장을 풀어보았더니 지갑이 하나 들어있었습니다. ‘이 녀석이 아빠가 지갑 잊어버린 줄 어떻게 알고 지갑을 사서 보냈지?’하며
흐뭇한 마음으로 지갑을 열어보았는데 지갑 안에 만 원짜리 신권 한 장이 들어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그 돈을 보는 순간 갑자기 저의 몸에 전율이 올랐다고 표현해야 할까요? 아무튼‘짜르르’하는 느낌이 들면서 갑자기 한없는 행복감에 잠시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정말 최고로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사람이 결혼하여 어린애를 낳아 키우고 초. 중. 고. 대학교까지 보내고 있다면 그 애에게 최소한 5천만 원 이상의 돈이 투자되었지 그 이하로 투자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투자한 돈을 일시에 받아버린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무슨 까닭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행복이란 아주 사소한 것에서 느낄 수 있었다! 라는 것을 말씀드리면서 이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바로 내가 살아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아까 제가 강의 시작하기 전 통계를 보았더니 정보통신부에 근무하고 계시는 집배원들이 금년에 벌써 6명이 다치거나 사망한 교통사고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관들이나
범죄 또는 교통질서를 바로 잡는 경찰관들 그리고 거리 청소를 하는 환경미화원들은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TV방송이나 언론기관에서 안타까운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려 사고를 줄이는데 협조를 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집배원들의 교통사고 소식은 아직 단 한번도 들은 적이 없습니다. 이것은 저의 사견(私見)입니다만 집배원들도 우편물 배달 도중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 집배원을 보호하자는 취지의 방송을 하면 집배원들의 교통사고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자동이륜차 사고의 유형을 살펴보면 물론 집배원들께서 그렇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술을 마시고 운전하는 음주운전. 거리를 마구 질주하는 난폭운전. 좌우 앞뒤에 차가 오고 있는지 살펴보고 도로를 건너야하는데 그렇지 않고 무단 횡단하는 바람에 일어나는 사고 등이 있으며 특히 자동이륜차를 운전하실 때는 반드시 보호 장구를 착용해야 하는데 안전모도 착용하지 않고 운전하다 사망사고로 이어지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행복이란 과연 무엇입니까?
아주 큰 행복이건 아무리 작은 행복이건 내가 살아있어야만 그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이지 내가 죽어버린 다음에 행복이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여러분께서는 제가 설명해 드린 여러 가지 교통사고 유형을 잘 기억하셔서 오늘 이후로는 자동 이륜차 안전운전 교육이 필요 없는 보성우체국 집배원들이 되셨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이것으로 저의 강의는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위의 글은 지난 2007년 5월 30일 오후 6시 30분 제가 근무하고 있는 보성우체국 3층 대 회의실에서 ‘집배원 자동이륜차 안전운전 교육’강의를 하셨던 보성경찰서 읍내파출소 정해동 경사님의 강의 내용을 요약한 글입니다. 강의시간은 원래 1시간이었으나 약 2시간 가까이 여러 가지 교통사고의 유형을 많은 자료와 사진을 가지고 자세히 설명해 주셔서 이륜차 안전운전에 많은 도움이 되었으며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기에 정해동 경사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물레방아간은 사라졌지만 아직도 물레방아는 남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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