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잘한 이야기

화장실의 공포?

큰가방 2008. 4. 1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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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의 공포?


어제는 친구들과 계(契)모임이 있었다. 회원 모두 초, 중학교 동창들로 이루어진 모임인데 30여 년 전 처음 조직되었을 때는 20대의 거칠 것 없고 팔팔하던 젊은이들의 모임이었지만 이제는 젊음과 패기는 모두 사라지고 머리가 희끗희끗한 50대 중반의 나이가 되었으나 늘 만나면 반가운 사람이 어릴 적 친구들이어서 모이면 어린시절 이야기, 건강문제, 자녀문제 그리고 요즘 우리 살아가는 세상사가 화제로 떠오르곤 하는데 한 친구가“야! 나~아! 엊그제 무서운 경험을 했다~야!”하며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엊그제 새벽 5시경 아직 날이 밝지 않아 어두컴컴할 때 쪽파 계약 때문에 회천 봇재를 내려가고 있는데 얼마쯤 내려갔을까 갑자기 앞에서 하얀 소복 입은 여자가 보이는 거야. 그래서 깜짝 놀라 차를 세웠어, 그런데 여자가 안 보이는 거야! ‘참! 이상한 일도 다 있다!’하며 다시 차 시동을 걸었거든 그런데 또 다시 공중에서 하얀 옷을 입은 여자가 보이는 거야! 그래서‘안 되겠다!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야 하겠다!’하고 차 액셀레터를 밟았는데 이상하게‘윙! 윙!’소리만 나고 도저히 차가 앞으로 나가질 않는 거야!


그런데 갑자기 여자가 안 보이더라고! 그래서 생각하기를 ‘귀신이 술수를 부려 차를 붙잡고 있나보다!’하고 차안에 앉아 날이 밝아오기를 기다렸거든 그리고 날이 밝아 그 자리에 가 보았더니 글쎄! 귀신으로 보였던 것이 기다란 비닐이 나뭇가지에 걸려 바람이 불면 마치 하얀 치마처럼 휘날렸던 모양이야!” “그런데 왜? 차는 나가지 않고‘윙! 윙!’소리만 났지?” “기어도 넣지 않고 엘셀레터만 밟았으니 당연히 차가‘윙! 윙!’소리만 났지~이!”하는 바람에 모두들 배꼽을 잡고 웃다가


30여 전 내가 겪었던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내가 1978년 봄 전남 신안 안좌우체국에서 근무하던 때 우체국 바로 앞 하숙집에서 하숙을 하였는데 그때는 큰 도시를 제외하고 요즘처럼 수세식 화장실이 보급되지 않은 시절이어서 커다란 분뇨(糞尿)탱크위에 구멍 뚫린 판자를 놓고 그 위에서 대소변을 보았는데 요즘처럼 따스한 봄 어느 날 아직 날이 밝지 않은 아침 시간에 평소처럼 화장실에 앉아 일을 보려는데 이상하게 그날따라 화장실 냄새가 진동하였고 어디선가‘허푸!  허푸!’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여


‘아침 일찍 마을 아저씨가 분뇨를 퍼내는 모양이다!’하고는 판자위에 앉아 볼일을 보면서 “아침 일찍 버리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나 말고 또 누가 있을까?”하며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볼일 마치고 옷을 입으려고 막 일어섰는데 갑자기 발밑에서‘허우적! 허우적!’소리와 함께 무엇인가 시커먼 물체가 판자사이로 불쑥 솟아오르는 것이었다. 그 순간 깜짝 놀란 나는“앗! 이게 뭐지?”하며 엉겁결에 발로 걷어찼더니 “캥!”하는 소리와 함께 밑으로 내려가는 것을 보고 황급히 옷을 입는데


또다시 시커먼 물체가 솟아오르는 게 아닌가? 그래서 이번에는 사정없이 발로 걷어차고는 옷을 입는 둥 마는 둥 화장실 문을 박차고 뛰쳐나왔는데 하숙집 담장위에서 마을 아저씨 한분이 “여보게! 혹시 화장실에 개(犬)안 빠졌던가?”하고 물었다. “개요? 개는 모르겠고 금방 판자 사이로 무엇이 솟아오르기에 깜짝 놀라 뛰쳐나오는 중!”이라고 하였더니 “우리 집 개가 쥐약을 먹고 발광을 하다 목줄을 끊고 뛰쳐나갔는데 그쪽으로 가는 것 같다고 하던데!”하는 순간 오늘따라 이상하게 화장실 냄새가 진동하고


분뇨탱크에서 ‘허푸! 허푸!’하는 소리며 판자사이로 솟아올랐던 것이 바로 쥐약 먹은 개의 주둥이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개 주둥이를 발로 찼을 때 튀었던 오물이 신발이며 옷에 튀어 세탁을 하였으나 계속 냄새가 지워지지 않은 것 같았고 직원들도 내가 가까이 다가가면 냄새가 나서인지 슬슬 피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화장실에 가면서 전깃불을 켜지 그랬냐?”하는 친구의 말에 “그때 도서(島嶼)지역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던 시절인데 무슨 재주로 전깃불을 켜냐?”


 *봄이 찾아왔는가 싶더니 개구리가 인사를 하고 있네요!

 *어느 새 고개를 내밀고 있는 보리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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