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미워요!”
6월의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시골의 농부들은 논에 모내기 하랴, 밭에 감자 수확하랴, 감자 수확이 끝난 밭에 콩 심으랴, 가을에 파종할 쪽파 씨 갈무리하랴, 연일 논으로 밭으로 정신없이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들판너머 멀리 보이는 산(山)에는 농부들의 바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날이 갈수록 짙은 녹색의 푸르름이 더해 가고 있었다. 나는 오늘도 시골마을에 행복이 가득 담긴 우편물을 배달하면서 전남 보성 회천면 객산리 객산 마을에 도착하여 마을 아래쪽에 살고 있는 최효봉 씨에게 도시의 병원에서 보내온
조그만 소포 하나를 배달하려고 잠시 빨간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최효봉 씨 댁 마당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대문 옆 나무에 걸려있는 우편 수취함을 바라보았는데 수취함 뚜껑에‘새 알 주의’라고 써있는 것이 아닌가? “새 알 주의? 무슨 새알을 주의하라는 뜻이지?”하며 마당으로 들어가 “최효봉 씨!”하고 큰소리로 부르자 “날씨도 더운데 수고가 많으시네! 우리 집에 반가운 편지 왔는가?”하며 현관문을 열고 나오셨다. “편지는 아니고 병원에서 조그만 소포가 하나왔네요!” “병원에서 소포? 내 약이 온 모양이구만”
“어디가 많이 편찮으세요?” “별로 많이 아픈 곳은 없는데 이상하게 자꾸 몸이 피곤하고 여기저기 결리고 해서 병원에 진찰을 받으러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약을 먹으라고 그래서 요즘 약을 먹고 있어!” “나이가 드실수록 건강하셔야 하는데 걱정이네요.” “글쎄 사람이 나이가 들면 여기저기 아픈 곳만 자꾸 생기는 것을 보면 기계도 오래 쓰면 고물(古物)이 되듯이 사람도 오래 살면 고물이 되어가니까 그러는 것 같아!” “그렇기는 하겠네요. 그런데 대문 옆 우편 수취함에는 무엇 때문에‘새 알 주의’라고 써 놓으셨어요?”
“자네도 그것 봤는가?” “무엇을 봤냐는 말씀이세요?” “편지통 안에 새가 알을 낳아 품고 앉아있어!” “정말이세요?” “엊그저께 내가 편지통 안에서 신문을 꺼낼라고 통을 열었는디 쬐그만 새 한 마리가 갑자기‘툭!’튀어나와 깜짝 놀랬단 마시. 그래서 통 안을 들어다 본께 알을 여섯 개나 낳아갖고 품고 있었더란 말이시 그 조그만 것들이 으째 그라고 편지통 속에 집을 지으려고 생각했는지 참말로 신기하드란께! 그래서 어미 새도 다치면 안 되고 또 새알도 깨지면 안 되니까 조심하라고 ‘새 알 주의’라고 써 놓은 거여!”
“그런데 혹시 어린애들이라도 새알을 꺼내면 어떻게 하려고 크게‘새 알 주의’라고 써 놓으셨어요?” “이 사람아! 우리 마을에 새알 꺼낼 어린애들이 어디 있어? 그리고 자네들이 통 안에 신문 넣을 때 조심하라고 써 놓은 거여! 알았제?” “알았습니다! 앞으로 새들이 다 자라서 날아가도록 까지 우편물은 집안으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되겠지요?” “허! 허! 허! 그렇게 하면 좋제~에!” 하시는 최효봉 씨를 뒤로하고 밖으로 나와 우편 수취함 뚜껑을 열어보았더니 어미 새는 먹이를 먹으러 나갔는지 보이지 않고
어린 아기 엄지손톱만큼 작은 하얀 새 알 여섯 개가 나란히 누워있었다. “옛날에는 새들이 민가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는데 요즘 새들은 세련되어서 사람과 친해지려고 가까운 우편 수취함에 둥지를 트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보면서 다음 마을인 객산리 청포마을의 두 번째 집에 도착하여 별 생각 없이 신문 한부를 우편 수취함에 넣었는데 갑자기 수취함 속에서‘푸드득! 푸드득!’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다. “아니 수취함 속에서 무엇이‘푸드득!’거리지?”하며 얼른 신문을 꺼내고 수취함의 뚜껑을 여는 순간 갑자기 짙은
황색 옷을 입은 조그만 새 한 마리가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르는 것이 아닌가? “아이고! 깜짝이야! 여기도 새들이 집을 지었나?”하면서 수취함 속을 들어다 보았더니 검은 털이 보송보송한 새 새끼 여섯 마리가 죽은 듯이 엎드려있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구나! 새들아! 미안하다. 나는 너희들이 우편 수취함속에 둥지를 틀었는지 정말 몰랐단다. 다음부터 너희들이 다 자라서 날아가도록 까지 절대 수취함에 우편물을 넣지 않겠다!”고 하였는데 자꾸 내 등 뒤에서 “아저씨! 미워요!”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최효봉 씨 우편 수취함과 수취함 속 새의 알이랍니다.
*여섯마리의 새 새끼들에게 정말 미안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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