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데이
오늘도 평소처럼 보성우체국 사무실에 출근하여“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라고 직원들과 정다운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사무실 귀염둥이 여직원(女職員) 서무팀의 장유진, 김효정 대리가 “안녕하세요? 공지사항이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 8시 30분까지 휴게실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모이지 않는 사람은 저희들이 혼을 내겠습니다.”하기에 “무슨 일로 모이라는 것이여?” “그것은 비밀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하며 두 여직원은 알 듯 모를 듯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휴게실 문을 닫고 들어가는 것이었다.
“아가씨 둘이 무슨 음모를 꾸미려고 저렇게 휴게실 문까지 닫고 들어가는 것이여? 어떤 커다란 비밀이 숨어있을까?”하고 궁금한 마음에“여러분! 장유진, 김효정 대리께서 8시 30분까지 휴게실로 모이라고 했으니 빨리 모입시다! 모이지 않는 사람은 혼을 낸다고 했으니 혼이 나고 싶은 사람은 모이지 않아도 됩니다. 그 대신 두 대리님께서 화가 나면 무지하게 무섭다는 사실을 잘 기억하시기 바랍니다!”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모든 직원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우르르’휴게실로 모였는데
불을 꺼버린 휴게실의 조금 어두컴컴한 탁자에는 네모난 함지박에 초코파이를 예쁘게 쌓아 가운데에 초를 꽂아 불을 켜놓았고 작은 접시에는 조그만 초콜릿을 포장지에 정성스럽게 싸서 가지런히 놓아두고 장, 김, 두 대리가 활짝 웃고 있었다. “오늘은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발렌타인데이’여서 저희들이 여러분을 위하여 작은 정성으로 준비하였으니 우선 촛불을 꺼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장유진 대리의 안내에 따라 촛불은 꺼지면서 큰 박수가 터졌고 “그러면 맛있게 드시기 바랍니다.”하여
모두들 즐거운 표정으로 초코파이와 초콜릿을 먹으면서“발렌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선물하는 것은 일본(日本)의 초콜릿 회사(會社)에서 지어낸 상술(商術)인데 그것이 마치 하나의 기념일처럼 되었으니 이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알 수가 없네!”하였더니“작은 돈으로 직원들과 함께 웃고 정다운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꼭 나쁘다고 만 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하며 초코파이 하나를 들고 입에 베어 문 순간 갑자기 잊혀진 기억하나가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러니까 몇 년 전 지금은 북광주우체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은미 소통팀장이 함께 근무할 때인데 그때도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박 팀장께서 예쁘게 포장한 초콜릿을 직원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면서“여러분! 사랑합니다!”하여 우리는 큰 박수로 화답(和答)하였고 한 달 후 남자가 여자에게 사탕을 선물하는 화이트데이 하루 전날 젊은 직원에게 “내일 아침 잊어버리지 말고 예쁜 사탕바구니를 박 팀장 출근하기 전 책상위에 올려놓게!”하고는 다음날 아침 박 팀장이 출근하기에
내심 활짝 웃는 얼굴로 “고맙습니다!”하기를 기다렸는데 갑자기“이게 뭐야~아~아!”하는 것이었다. 그 순간 박 팀장의 책상 위를 보았더니 예쁜 사탕바구니 보이지 않고 초코파이 하나만 달랑 놓여있었다. “엥!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 사탕 사러 간 사람은 어디 가서 아직도 나타나지 않고 있는 거야?”당황한 내가 직원에게 물었더니“아까 사탕 사러 간다고 나갔는데요!”라는 대답이었고 휴대폰에 전화를 걸어 “사탕바구니 사러 간 사람이 지금까지 무엇하고 있는 거야?
빨리 오지 않고 지금 박 팀장께서 폭발하기 일보 직전인데!”하였더니 “팀장님! 그런 말씀마세요! 보성 읍내(邑內)마트(mart)하고 제과점(製菓店)을 다 뒤져도 사탕바구니가 없어 난감했는데 누구에게 물어보니‘팬시(fancy)점으로 가 보라!’라는 이야기를 듣고 팬시점에서 겨우 구입하여 지금 우체국으로 달려가고 있으니 잠시만 기다리세요!”라는 대답이었다. 그런데 그때 책상위에 달랑 하나 놓여있어 박 팀장을 화나게 만들었던 초코파이는 과연 누가 갖다 놓았을까?
"오늘은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발렌타인데이입니다."
보성우체국 물류과 장유진(左)김효정(右)대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