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이야기

독 안에든 소포

큰가방 2010. 4. 24. 18:20

독 안에 든 소포

 

나는 오늘도 나와 늘 함께하는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에 우편물을 가득 싣고 시골길을 달려가 전남 보성 회천면 화죽리 서동마을에서 오전에 우체국에서 소포 왔으니 기다려 달라고 전화 드렸던 김순녀 할머니 댁 마당에서 소포를 꺼내들고 “할머니! 저 왔어요!”하고 현관문을 열려고 하였으나 굳게 잠겨있었다. “어? 이상하다? 할머니께서 분명히 기다리고 계신다고 했는데 그새 어디 나가셨나? 그렇다면 혹시 회관에 가셨을까?”하고 마을 회관으로 갔으나 오늘 따라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참! 이상한 일이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회관에도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일까? 하고 다시 김순녀 할머니 댁으로 돌아와 현관문을 열어보려고 하였으나 역시 굳게 잠겨있었다. “할머니께서 어디 가셨지? 그나저나 소포를 어떻게 한다? 현관문이 안 잠겨있으면 그냥 안에 넣어두면 되는데 그렇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도로가에 위치한 집의 현관 입구에 그냥 놓고 갈수도 없고 옳지! 저기 창고에 넣어두면 되겠다!” 싶어 창고 문 앞으로 갔더니 커다란 자물쇠로 굳게 잠겨있었다.

 

“창고문도 잠겨있으니 어떻게 하지? 저기 화장실에 넣어두고 가~아? 그런데 따님이 보내온 귀중한 선물을 냄새나는 화장실에 놔두었다 혹시 오해라도 하시면? 그것도 안 되겠고!”하다 소포에 적혀있는 할머니 휴대전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저 우체국 집배원입니다. 소포가지고 댁에 왔는데 현관문도 잠겨있고 할머니도 안계시네요! 지금 어디계세요?” “우메! 내가 깜박했네~에! 우째야 쓰까? 나 지금 밭에 있는디!” “평소에는 현관문을 안 잠그시더니 오늘따라 잠겨있고

 

창고문도 잠겨있어 소포를 놔두고 갈만한 곳이 없네요!” “그라문 그냥 암디다가(아무데나) 놔두고 가!” “할머니도 참! 따님이 보내준 귀중한 소포를 아무 곳에나 함부로 놔두면 되겠어요? 그러다 잊어버리면 어떻게 하려고요?” “그라고 본께 그라네! 그라문 우째사 쓰까?” “혹시 소포 놔둘만한 장소 없으세요?” “장소? 그라문 그 앞에 장꼬방 있제? 거그 독아지가 여러 개 있는디 콩이랑 퐅(팥)이랑 들어있는 독아지에 넣어두고 가!” “정말 소포를 항아리 속에 넣어두어도 되겠어요?”

 

“와따~아! 걱정도 말고 그냥 놔두고 가문 된당께!” “예~에! 알았어요! 그럼 이따 집에 오시면 확인해보세요!”하고 전화는 끊겼다. 그리고 이것저것 큰항아리 뚜껑을 열어보았는데 간장, 된장, 김장김치, 물김치가 담겨있을 뿐 콩이나 팥이 들어있는 항아리는 보이지 않았다. ‘어? 이상하다? 내가 할머니 말씀을 잘못 들었나?’하고 이번에는 작은 항아리의 뚜껑을 열어보았더니 고추장과 소금 등이 담겨있을 뿐 콩이나 팥이 담겨있는 항아리는 여전히 보이지 않아.

 

‘아니 어떻게 된 거야? 할머니 말씀은 분명히 콩이나 팥이 들어있는 항아리가 있다고 했는데!’하고 잠시 장독대에서 망설이고 서있는데 마침 옆집에 살고 계시는 할머니께서 지나가다 나를 보고 “아제! 남의 집 장꼬방에서 뭣하고 있어?” “이집 할머니께 소포가 왔는데 지금 밭에서 일을 하고 계시나 봐요. 그런데 할머니께서 장독대에 콩이나 팥이 들어있는 항아리 속에 소포를 넣어두라고 하시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거든요." 하였더니 할머니께서 빙그레 웃으면서

 

“아이고 할망구가 별스런데다가 다 소포를 넣어두라고 했는 갑구먼! 그 항아리는 저것이여!”하고 손가락으로 가르친 항아리는 장독대 바로 옆에 커다란 냉장고 박스를 거꾸로 뒤집어 씌워놓은 항아리였다. 그래서 박스를 걷어내고 뚜껑을 열자 그 속에는 할머니 말씀대로 콩이며 팥이 비닐봉지에 담겨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이 항아리가 바로 할머니의 보물창고였구나! 그리고 이안에 소포를 넣으면 그야말로 독안에 든 쥐가 아니라 소포가 되는 셈이로구나!’하는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다시 찾아 온 봄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꽃들을 선물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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