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고치던 날
“오늘 남부지방은 밤부터 곳에 따라 다소 많은 비가 내리겠으니 대비를 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라는 기상청의 일기예보를 들으며
‘요즘 며칠 동안 폭염이 계속되고 있으니 비라도 시원하게 내려주었으면 정말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빨간 오토바이와 함께 우체국 문을 나선다.
전남 보성 회천면 만수마을 우편물을 배달하면서 무심히 지난번 사다리를 고쳐드렸던 할머니 댁 창고 지붕을 쳐다보았더니
아직도 수리를 못하고 비료포대가 덮어져 있다. “아차! 비가 그치면 지붕을 고쳐준다고 약속했는데 깜박 잊고 있었구나!
할머니께서 약속을 지키지 못한 나를 얼마나 원망하실까?”생각하니 정말 미안한 마음인데 “할머니! 할머니!”아무리 큰소리로 불러도 대답이 없다.
“밖에 일하러 나가셨나보다 그나저나 밤부터 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더 미룰 수는 없는 일이니 오늘은 꼭 고쳐드려야겠다!”하고
부지런히 우편물 배달을 마치고 다시 할머니 댁 마당으로 들어섰으나 여전히 인기척이 없다. 그래서 우선 태풍 때문에 떨어져 내린
깨진 조각을 확인하고 지붕위로 올라가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슬레이트가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아 집 주위를 빙 둘러보았으나
마땅한 조각이 보이지 않았다. “시골에는 슬레이트 조각들이 많이 있는데 왜 여기는 하나도 보이지 않지?”하며 윗집으로 올라가
“할머니!”하고 부르자 “우메! 아제가 먼일이여?” “혹시 아랫집 할머니 어디 가셨는지 아세요?” “으디 밭에 일이나 하로 갔겄제~에!
그란디 으째 그래?” “지난번 태풍 왔을 때 창고 지붕이 날아가 오늘 고쳐드리려는데 할머니가 안 계시네요.”
“그래~에! 아이고! 존 일 할라고? 안 그래도 그것을 못 고쳐갖고 애가 터져 야단이드만 그래도 사람이 죽으란 법은 읍는 갑이네!
그란디 머시 필요해?” “슬레이트 큰 조각하나가 필요한데 아무리 찾아도 없네요.” “그래~에! 그라문 쩌그 저것 이문 되것어?”하며
반장 정도 되는 조각을 가르치신다. “저 정도면 넉넉해요. 할머니 고맙습니다.” “고맙기는 머시 고마워! 내가 더 고맙제!
그란디 집 주인은 으디 갔으까? 그 사람도 핸드퐁인가 머신가 있는 것 같든디 내가 번호를 알아야제!” “그러게요.
번호를 알면 연락을 하겠는데 그럴 수가 없으니 그냥 고쳐야겠네요.”하고 슬레이트를 먼저 지붕 위로 올려 날아간 자리에 끼워 맞춘 후
못을 박고 그래도 혹시 몰라 제법 무거운 납작한 돌 네 개를 찾아와 눌러놓았는데 그 순간 헐레벌떡 할머니께서 집으로 돌아오더니
“우메~에! 사람도 읍는디 혼자 지붕을 고치니라고 고상해쌓네~에!”하신다. “날이 이렇게 무더운데 어디 다녀오셨어요?”
“쪽파 씨 잔 따듬어주라고 해싸서 쩌그 아래 하우스에서 일하고 있는디 전화가 왔어! ‘집이서 누가 지붕에서 일한 것 같응께 얼렁 가보라!’고
그래서 나는 아제는 생각도 안하고 누가 우리 집 창고를 고친다냐? 그라고 죽을 둥 살 둥 몰르고 뛰어왔단께!”
“지난번 사다리 고칠 때 비가 그치면 제가 지붕을 고쳐드린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오늘밤부터 비가 내린다고 해서 갑자기 고치게 되었어요.”
“나는 아제는 생각도 안하고 사람을 사서 고쳐야 쓰것다! 그랬는디 그것 째깐을 고쳐줄 사람이 있어야제! 아제~에! 참말로 고맙소~오!”하며 한없이 행복한 미소를 짓고 계셨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