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얼마나 남았어요?"

큰가방 2017. 7. 22. 14:44

얼마나 남았어요?”

 

아침 식사를 하면서 TV를 켜자, 우리에게 너무 잘 알려진 세계적인 산악인(山嶽人) 엄홍길 대장과 그가 이끄는 휴먼재단 봉사자들이

네팔의 어느 깊은 산속, 학교(學校)가 있는 마을을 찾아가면서, 마지막 목적지를 향하여 험준한 산길을 8시간을 걸어가는데,

 

9살 먹은 짐꾼 어린이가 약 17kg 정도 되는 무거운 물건을 머리에 걸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고! 저 어린 나이에! 사람은 공부를 해야

자기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인데!”안타까운 마음이었는데, 쉬는 시간에 엄홍길 대장께서 페트병에 담긴 물을 건네자 지금은 마시고 싶지 않아요.”

 

대답하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자 자신의 수건을 접어 어린이의 이마에 짐을 묶는 끈을 걸어도 아프지 않게 잘 마무리해 주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해짐을 느꼈다. 그리고 계속되는 오르막길에 여자 대원은 짐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 등산화도 챙기지 못했다!”

 

구두를 신은 발로 힘들게 산길을 오르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은 모습으로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된다.”자꾸

자신에게 주문을 거는 모습을 보면서, 어렴풋이 옛날 내가 산행(山行)을 하면서 벌어진 에피소드가 생각나지 시작하였다.

 

그러니까 십여 년 전 내가 직장에 근무할 때 등산(登山) 동아리에서 출발 하루 전날 모두 모여내일 산행은 순천 선암사에서 장군봉을 경유한

다음 보리밥집에서 점심식사를 마치고 다시 선암사로 돌아오는 코스입니다. 오늘은 일찍 쉬시고 내일은 늦게 나오는 회원이 없도록

 

주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하고 모두 해산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날 출발할 시간이 다 되었는데 한사람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참석하지 않으려나 보다.’하였는데 헐레벌떡 늦게 나타나더니 아이고! 늦어서 미안합니다.”하여 함께 출발했는데.

 

우리 일행이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여 막 산을 오르기 시작하자 제일 늦게 나타난 직원의 신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다.

아이고~! 형님 죽것소~!” “어젯밤에 얼마나 마셨는데 그러는가?” “나도 잘 몰것어요~! 을마나 마셨는지!”

 

그래서 내가 하루라도 참으라고 하지 않던가?” “그랑께요, 그란디 우짜껏이요 묵고 시픈디! 아이고! 다리야~! 머리야~!”

! 아픈데도 되게 많다! 정 힘들고 그러면 그냥 내려가!” “아이고~! 그라문 된다요~!”하며 어찌어찌해서 장군봉을 통과했는데

 

그란디 보리밥 집은 여그서 을마나 남었소?”하며 여전히 앓는 소리다. “이제 얼마 안 남았어! 저쪽 모퉁이 있지?

거기를 지나서 약 500m쯤 더 가면 될 거야!” “참말로 그라요? 그란디 우째 이라고 가도 가도 끝이 읍다요? 아이고 죽것네~!”하며

 

직원은 계속 앓는 소리를 하며 내 뒤를 따라 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동행해야만 했다. 그리고 얼마나 걸었을까?

아이고~! 형니~! 인자 더 이상은 못 가것소! 보리밥집은 을마나 남었소~?” “앞으로 딱 50m남았어! 그러니 조금만 더 힘을 내게하고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그 순간 아이고~! 형니~! 보리밥집은 안직 멀었소?”하고 또 묻는다.

이제 정말 얼마 남았어!” “으째 아까부터 계에~속 얼마 안 남었다요? 안직 더 남은 것 아니요?” “아니 그렇지 않아!

 

이제 정말 얼마 남았어!”했는데 바로 그때 등산객 한사람이 우리 일행 옆을 지나가자 직원이 물었다. “여기서 보리밥집까지 얼마나 남았어요?”

앞으로 한참 가셔야할걸요!” “예에~? 우리 형님은 얼마 남았다고 했는데 아직도 한참 가야한다고요? 아이고! 참말로 나 죽네~!”


전남 보성읍 우산리 솔매마을 누구 네 집 담장에는 능소화가 예쁘게 피어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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