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그거시 먼 소리여?"

큰가방 2017. 8. 19. 15:40

그거시 먼 소리여?”

 

기상청의 일기예보에남해안 지방은 밤부터 비가 내린다!’는 발표가 있었는데 적중했는지 어젯밤부터 내린 비는 아침이 되어도

그칠 마음이 없는지 부슬부슬 계속 내리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금년 들어 비다운 비가 한 번도 내리지 않아 밭작물은 굉장히 목말라 하고 있는데다

 

논에 물도 부족하여 모를 제대로 심지 못한다고 아우성인데 하늘에서 그걸 알았는지 비가 내려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보성읍 우산리 구마산에서 하천을 따라 천천히 걷다 정자(亭子)에서 잠시 쉬려고 마룻바닥에 걸터앉았는데 휴대전화 벨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여보세요!” “나여! 잘 있는가?” “나는 잘 있어! 그런데 요즘 너무 가물어서 야단이라는데 자네 논에 모는 얼마나 심었는가?”

나는 어떻게 해서 심기는 심었는데 금년에 가물기는 정말 가물었던 모양이야! 우리 마을 뒤쪽 커다란 저수지(貯水池)있지 않은가?

 

거기 저수지에 그 많은 물이 다 없어지고 지금 말라가고 있다니까?” “그럼 다른 사람들은 논에 모를 어떻게 한다던가?”

요즘 계속 비가 내리지 않으니 읍사무소 직원들 말로는 관정(管井)이라도 팔 수 있으면 파서 물을 해결하면 좋겠다고 하는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걸 파려면 어디에다 팔 것인가 미리 자리부터 정해야 하는데 갑자기 하려니 모든 것이 힘들기만 하더라고!”

그렇겠지! 그리고 장비도 들어오고 터를 다듬고 해야 하는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나저나 하루 빨리 비가와도 많이 와야 하는데 걱정일세!”

 

그래도 어젯밤에 비가 조금이라도 내려서 정말 다행이라니까! 그나저나 바쁘니 이만 끊어야겠네! 다음에 만나 식사라도 한 번 하세!”하고

전화는 끊겼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보니 영감님 한 분이 천천히 걸어오시더니 아이고! 나도 째깐 쉬였다 가야쓰것네!”하며

 

마룻바닥에 앉더니. 손가락으로 건너편 공사장을 가르치며쩌그 저짝에 공사하고 있드만 저거시 먼 공사까?”하고 물으신다.

목포 임성리하고 여기까지 철도(鐵道)가 놓인 다네요. 그래서 기초 공사를 하고 있을 거예요.” “그란디 무지하게 큰 공산 갑드만

 

저 큰 장비들이 와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문 말이여!” “공사 안내판에 적어진 내용을 보면 약 8백 억 원이 들어간다니 엄청 큰 공사겠지요.”

그란디 멋 할라고 목포서 여그까지 철도를 낼라 그라까? 안 그래도 잘 댕기고 있는디.” “기존에 있는 노선은 광주를 들려서

 

목포로 가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공사가 끝나고 나면 보성에서 목포까지 바로 갈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하겠어요? 시간도 훨씬 절약되니

일석이조(一石二鳥)겠지요?” “그란디 내말은 저라고 안 해도 목포까지 잘 댕기고 했는디 그 많은 돈 딜여서 또 철도를 노문 무단한

 

헛돈이 안 들어 가냐 그 말이여! 그라고 또 아까운 논이랑 밭도 들어가고 또 땅도 읍서지고 그랄 것 아닌가?” “모든 물건을 만들어

판매하려면 물류비용(物流費用)이 들어가거든요.” “그것이 멋인디?” “예를 들어 말씀드리면 어르신이 농사를 지어 가을에 쌀을 생산하셨잖습니까?

 

그런데 그걸 판매하려면 서울이나 광주로 보내야하는데 쌀을 거기까지 옮기는 비용을 물류비용이라고 하거든요.”

그란디 물류비용하고 저 공사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 거시여?” “목포에서 보성까지 직선으로 철도가 연결되면 비용이 훨씬 적게 들어가니

 

얼마나 큰 이익입니까?” “하이고! 먼 소린지 나는 한나도 몰것네! 옛날에는 안 그랬는디 지금은 사방데다 질을 내분께 농사 질 땅이 읍서!

그래도 곡석이 안 모자란 것을 보면 참말로 신기하단 말이여!”하며 매우 못 마땅하다는 표정이셨다.


"목포 임성리에서 여기 보성까지 철도를 놓는다고하네요." "농사질 땅도 적은디 자꼬 질만 내싸문 난중에 곡석이 부족하문 으짜꺼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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