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농사는 정말 힘들어
이른 아침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깨었다. 그리고 창문을 열었더니 어디서 날아왔는지 전깃줄에 새들이 일렬로 앉아“찍! 찍! 찍!”
“짹! 짹! 짹!”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계속 떠들고 있었다. 그래서 휴대폰을 꺼내들고 살금살금 다가가 막
사진을 촬영하려는 순간‘호르록!’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그 녀석들도 참! 내가 너희들 해칠 마음은 추호도 없는데
사진 한 장 찍으면 어때서 그렇게 날아가는 거냐?’하였지만 이미 소용없는 일이었다. 오늘은 한 달에 한 번씩 있는
정기(定期) 산행(山行)날이어서 약속장소에 모여 승용차를 이용하여 목적지로 향하였다. 그리고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친구(親舊)에게“요즘 재미가 어떠신가?”물었더니 “날씨가 계속 안 좋은데 농사(農事) 짓고 사는 사람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엊그제 태풍(颱風) 피해는 없었는가?” “피해가 있지 왜 없겠는가?” “무슨 피해가 있었는데?” “우선 논에 나락이
다 자빠져 버렸어! 거기다 고추도 바람에 자빠지고, 넘어지고, 가지가 부러지고, 하여튼 손해를 따지면 이만저만이 아니시!”
“그러면 나락 자빠진 것은 지금 베어도 되는 것인가?” “아직은 덜 익은 거라 벨 수는 없고 그걸 일으켜 세워야하는데
누가 어떻게 세우고 있을 것인가?” “그런다고 그대로 넘어져 있으면 안 될 텐데!” “논에 물을 뺀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그게 썩든지 아니면 싹이 나든지 하는데 그렇게 되면 금년 농사는 망치는 거지 어떻게 하겠는가?” “그러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겠는데 그런데 고추농사는 어떻든가?” “금년에는 전체적으로 작황(作況)이 굉장히 안 좋더라고!”
“어떻게 안 좋은데?” “지난번 태풍 오기 전 비가 한 번 왔는데 그게 안 좋았는지 병이 오기 시작하더라고!” “
무슨 병이 왔는데?” “고추에 치명적인 탄저병과 역병이지 무슨 병이겠는가?” “그러면 병 걸린 게 많은가?”
“금년 봄 심을 때 절반은 종묘(種苗)상에서 구입하여 밭에 심었는데 우리 형님에게 전화가 왔어.” “무슨 전화인데?”
“집에 모종이 남았으니 가져가 심으라고 그러데! 그런데 가서보니 누렇게 뜬 것처럼 보인데다 시들시들하게 보이더라고
그래서 형님에게 ‘무슨 고추 모가 이라고 생겼다요?’했드니 ‘괜찬한께 꺽정말고 심어봐!’해서 심었거든 그런데 그것은
지금까지 병도 없고 열매가 굉장히 굵고 크더라고.” “그러면 수확은 얼마나 했는가?” “그런데 그걸 말려야하는데
마을 후배가‘형님! 제가 말려드릴 테니 집으로 가져오세요!’하더라고 그래서 맡겼더니 시커멓게 태워버렸어!”
“그래서 어떻게 했는가?” “어떻게 하겠는가? 한번 태워 버린 걸 변상해 달라고 할 수도 없고 그냥 웃고 말았지.
그리고 다음번에 수확한 것은 그래도 잘 말렸더라고. 그런데 종묘상에서 구입하여 심은 고추는 아까도 말했지만 비가 한 번 지나간 뒤로
아직 첫물 수확도 안했는데 병이 오기 시작하더라고! 대부분 고추는 한 번 수확한 뒤부터 오는데 금년에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비가 그치면서 바로 시작하는 거야!” “그러면 농약(農藥)은 쳐봤는가?” “왜 안쳤겠는가? 그런데 될 수 있으면
안치려고 하는데 그게 문제더라고. 나는 지금까지 약을 두 번을 했거든, 그런데 누구 말을 들으니 이틀에 한 번씩 해야만
병에서 깨어날 수 있다며 계속 친다고 하더라고.” “이틀에 한 번씩 약을 친다고?” “그렇다니까 그런데 이틀에 한 번이면
약값도 문제지만 병을 이겨냈다고 하더라도 그건 고춧가루가 아니고 농약 덩어리인데 그걸 어떻게 사람이 먹을 수 있겠는가?
차라리 내가 손해보고 말아야지! 그래서 고추 농사는 정말 힘들어!”
지리산 전망대에서 전남 구례읍 쪽을 바라보며 촬영한 사진입니다. (2019년 10월 21일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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