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고추와 탄저병

큰가방 2020. 9. 19. 15:57

고추와 탄저병

 

오늘은 마을의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참석한 다음, 선배 한 분과 함께 천천히 걸어서 집으로 돌아오고 있는데 길 옆 넓은 밭에

굵직굵직하고 커다란 고추들이 빨갛게 잘 익어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 “형님! 금년에는 고추농사가 괜찮아보이나요?

 

여기서 보면 좋아 보이기는 하는데요.” “그런가? 그런데 멀리서 보는 것과 가까이서 보는 것은 다르거든, 어디 한번 가까이 가보세!”하고

고추밭으로 다가서자 빨갛게 잘 익어가는 고추가 있는가 하면 말라비틀어진 것들과 빨갛게 잘 익어가다 병이 들었는지

 

그대로 썩어가는 것도 보였는데 그 모습을 본 선배께서 저게 모두 탄저병 때문인데 이 사람이 농사를 잘 지은 줄 알았더니

엉망일세! 밭을 왜 이래 놨을까?”하며 안타까운 표정이다. “약을 제때에 뿌리지 않아 저렇게 되었을까요?”

 

물론 그렇기도 하겠지만 아래쪽에 고추 잎이나 작은 가지는 모두 솎아주어야 하는데 별로 신경을 쓰지 않으니 저렇게 된 것 같거든.”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데 이번에는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고추밭이 눈에 들어왔다. “형님! 하우스 안에도 구경 좀하고 갈까요?”

 

그러세!”하고 안으로 들어섰는데 후끈하면서 숨이 막힐 정도로 하우스 안은 무더웠는데 통통하고 굵은 고추가 잘 익어가는

것이 있는가 하면 말라 비틀어져 죽어가는 것도 있었다. “왜 이렇게 금년에는 고추농사가 안 좋을까요? 무엇이 잘못되었을까요?”

 

원래 하우스 안에서 기르는 작물은 병이 없다고 하거든 그런데 이상하게 금년에는 작황이 좋지 않네!” “그러면 형님은 금년에

고추를 얼마나 심으셨어요?” “올해는 75십주 정도 심었거든.” “그러면 아직 병은 없던가요? 그리고 고추 아래쪽에 붙어있는

 

잎이나 잔가지는 전부 솎아주셨어요?” “물론 그랬지! 자네도 알다시피 내가 해마다 고추를 7~8백주 이상했는데 할 때마다

큰 재미는 보지 못했어! 그런데 금년에는 밭에 로터리를 치면서 다른 사람을 불렀거든.” “그럼 잘하던가요?”

 

원래했던 사람은 로터리를 치려면 그냥 트랙터만 와서 대충 몇 바퀴 빙빙 돌고는고추 심을 수 있도록 고랑을 내 달라!’하면

인상부터 달라지면서 매우 귀찮은 얼굴로 기계를 바꿔서 대충 몇 번 왔다 갔다 하면 끝이거든.” “그러면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하던가요?”

 

그 사람은 먼저 로터리를 치더니 다시 고랑 내는 기계로 바꿔 널찍널찍하게 내고나서 또 비닐까지 모두 씌워주면서

굉장히 미안한 얼굴로돈은 5만원만 더 달라!’고 하더라고.” “그러면 형님 일이 많이 줄어들었겠는데요.” “물론이지

 

내가 밭에 고랑 내고 비닐 씌우려면 적어도 한 3일 정도 수고는 해야 하는데 그런 걱정을 덜었으니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 작업이 모두 끝나고 나서 잠깐 음료수 한잔하면서고추는 포트가 달린 것과 안 달린 것이 있는데 달린 것은 심어놓으면

 

잘 살지만 발육이나 생장속도가 느리고 달리지 않는 것은 심어 놓으면 몸살을 굉장히 많이 하는데 그래도 일단 활착을 하면

생장속도가 굉장히 빠를 뿐 아니라 고추도 많이 달리거든요. 그러니 그걸 심으세요. 그리고 아래쪽에 잎이나 잔가지는 전부 다 솎아주시고

 

고추가 달리기 전에 미리 탄저병 약을 두 번 정도 뿌리시면 좋은데 주의 할 점은 비가 온 후 병이 땅에서부터 올라온다고

알려져 있거든요. 그러니 바닥부터 고추 대는 물론이고 잎까지 모두 골고루 약을 뿌리도록 하세요.’하고 당부를 하더라고

 

그래서 시킨 대로 했는데 아직까지 병이 없고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거든, 수확이 끝날 때까지 이대로만

계속 갔으면 정말 좋겠는데 아직 장마도 끝나지 않아 잘 되려는지 걱정일세!”

소백산 비로봉으로 오르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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