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잘한 이야기

작은집을 다녀와서

큰가방 2005. 11. 10.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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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집을 다녀와서


“형님! 우리 작은 어머니가 TV에 나오셨는데 혹시 보셨어요?”  “아니! 못 보았는데 무슨 소리냐? 작은 어머니가 TV에 출연하시다니?”  “엊그제 작은집 앞에 있는 아천 미술관이 있잖아요? 10월 28일 날 개관 3주년 기념식 장면을 KBS 여섯시 내 고향에서 방송하면서 작은 어머니 감 따는 장면을 보여주던데요! 그러고 보면 우리 작은 어머니도 이제 스타가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정말 그런 일이 있었어?” 엊그제 저의 어머니께서 돌아가신지 벌써 2년째가 되었습니다.

 

*아천미술관 바로 앞에는 저의 18대 조부님이신 하정공 류 관 할아버지께서 세우신 영팔정이 있답니다.

*영팔정의 기둥은 아랫부분이 돌로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인데 율곡 이이 선생을 비롯한 그 당시 많은 학자들께서 돌기둥을 보내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날 밤 제사를 모시려는데 제사를 모시러 찾아온 저의 바로 아래 동생이 저에게 하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재방송을 검색하였는데 정말 그곳에는 저의 작은 어머니께서 뒤꼍에 있는 높은 감나무에서 감을 따고 계시는 장면이 방영되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작은댁에 다녀 온지가 지난번 추석 때 찾아보고 아직 가보질 못했다는 미안함 때문에 저의 부부는 지난 11월 5일 전남 영암 신북 모산리에 있는 저의 작은 집을 향하여 출발하였습니다.

 

*전남 영암 신북면 모산리 시골마을에 있는 아천미술관이랍니다. 시골마을에 미술관이 있다니 저도 처음에는 믿지 않았답니다.

 

*미술관 앞 잔디 밭에는 많은 조각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작은집에 들어서자마자 “아이고~오! 왔냐~아! 어서 들어온나! 어서!” 하시는 작은 아버지와 작은 어머니의 활짝 웃는 얼굴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작은 어머니! 엊그제 TV에 나오셨던데요? 그런데 어떻게 TV에 출연을 하셨어요?” “아니 내가 테레비에 나올라고 한 것이 아니고 그날 내가 감을 따고 있었단 마다 그란디 느닷없이 테레비 촬영하는 사람들이 오드만 나를 찍어 가드란 마다 그래서 테레비에 나왔어!” 하시는 저의 작은 어머니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합니다.

 

*금방이라도 달려갈 듯한 백마의 조각상입니다.

 

*여기 저기 많은 조각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미술관 내부는 관리인이 출타중이어서 돌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우와~아! 우리 작은 엄니 출세하셨네! 나도 테레비에 한번 나왔으면 소원이 없겠는데!”  “와~따아! 느그들은 아직 젊은께 테레비에 나갈 기회가 많을 것이다! 그란디 그런 것 갖고 부러워라 그라문 쓴다냐?" 하시면서도 웃음을 감추지 못하십니다.  ”그동안 잘 계셨어요?“  ”아이고! 말도 말어라. 어지께 느그 작은 아부지가 넘어지셔 갖고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아니 어쩌다 넘어지셨는데요?“  ”인자 나이가 많다 본께 다리에 힘이 없고 그렁께 자꾸 넘어지고 그러제 어째야!“  "그래서 작은 아버지는 많이 다치셨어요?

 

*제가 깜박 잊고 출품 작가를 메모하지 못했답니다. 그래서 어떤 분의 작품인지 설명해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아천미술관에서 바라 본 저의 작은집이랍니다.


많이 다치든 안했어! 그래도 자꼬 넘어지고 그랑께 걸어 다니려면 힘들고 그라제!” “그래서 병원에는 다녀오셨어요?” “아이고! 그런다고 병원에를 다니고 그라문 된다냐?” “작은 아버지! 다친 곳은 괜찮으세요?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다친 곳은 빨리 치료를 하셔야 되요!”  “괜찮한께 냅 둬라! 그래서 파스 붙여 놨다!” “파스를 붙여 다친 곳이 금방 나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런데 나이가 많은 노인들은 처음 다쳤을 때 병원에서 바로 치료를 받으시면 금방 좋아지실 병도 이상하게 병원에 가기를 꺼려하시데요?

 

*제가 가장 감명 깊게 본 작품인데 작가를 설명해 드릴 수가 없어 정말 죄송합니다.

 

*저의 작은집에서 바라 본 아천미술관 전경입니다.


그래서 파스 만 붙이다보니 파스 값은 값대로 들고 다친 곳은 좋아지지 않고 그래서 고생만 많이 하시고 결국 병원으로 가시드라고요! 작은 아버지 그러지 마시고 지금 저와 함께 병원에 가보시게요!” 하고 실랑이는 벌이고 있는데 저의 집사람이 “작은 아버님! 지금 저와 병원에 안가시면 앞으로는 절대로 여기 안 올 거예요! 아시겠어요? 그러니까 지금 병원에 함께 가보시게요!” 하자 저의 작은 아버지께서는 아무 말씀도 안 하시고 가만히 따라 나서는 것입니다.

 

*저의 작은어머니입니다. 저에게 싸줄 상추를 뽑고 계시네요.

 

*어느 틈에 무를 뽑아 오셔서 손질하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병원에 다녀오자 작은 어머니께서는 텃밭에서 이것저것을 뽑고 캐고 그리고 TV 촬영하던 날 높은 감나무에서 따 놓으셨던 어른 주먹보다 더 큰 감 한 박스를 내 놓으시면서 도 “줄 것이 없어 어짜거나?” 하시며 아주 미안하다는 표정이십니다. “작은 어머니 이런 것 안주셔도 되요! 그 대신 작은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늘 건강하시면 그 보다 더 좋은 일은 없어요! 그래도 아직까지 두 분 건강하시니까. 저희들 마음이 얼마나 편한지 몰라요! 다음달에 또 올게요. 안녕히 계세요!”

 

*무엇인가를 자꾸 싸고 계시는 저의 작은어머니 그리고 작은 아버지이십니다.

 

*저의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은행나무 노란 단풍이 예쁘게 보였습니다.


“오냐! 항상 운전조심하고 천천히 싸~살 가그라 잉!” 하시는 작은 아버님과 작은 어머니를 뒤로 하고 저의 부부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작은 어머니께서 싸주신 상추며 무 조그만 봉지에 담겨있는 검은 콩과 감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해 봅니다. 이 세상에 살아계신 저의 아버지 친 혈육은 저의 작은 아버지 단 한분 밖에 안계십니다. 부디 저의 작은 아버님과 작은 어머니께서 언제나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살아계셨으면 하는 것이 저의 부부의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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