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자전거

"새가 산고(産苦)들었어!"

큰가방 2006. 6. 3. 21:48
 

“새가 산고(産苦)들었어!”


6월이 시작되자마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햇볕 뜨거운 초여름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뜨거운 초여름 햇볕은 시골집 울타리 옆에 서있는 붉은색 빨간색 노란색 장미꽃을 피워내고 시골마을 농가(農家)의 조그만 정원에  빨간 하얀 노오란 색 철쭉꽃을 피어나게 하여 일손 바쁜 농촌의 노부부(老夫婦)에게 잠시 동안 꽃을 바라보며 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기도 합니다. 우편물을 배달하기 위하여 시골마을로 달려가는 길. 우연히 마주친 도로 옆 작은 화단에 붉은 하얀 알록달록한 패랭이꽃이 활짝 피어 지나가는


길손에게 고개를 흔들며 환한 얼굴로 미소 짓고 있는데 이름을 알 수 없는 작은 새 두 마리가 패랭이꽃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오순도순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다 저의 빨간 오토바이 소리에 놀랐는지 하늘 높이 힘차게 솟아오르더니 어디론가 멀리멀리 날아갑니다. “금년에는 더위도 빨리 찾아오고 장마도 일찍 시작된다더니 6월이 시작되자마자 뜨거운 초여름이 시작되었구나!”하는 것을 느끼며 시골마을에 우편물을 배달하기 위하여 언제나 저와 함께하는 빨간 오토바이와 함께 달려온 곳은 전남 보성 회천면 서당리 원서당 마을입니다.


원서당 마을에서 여기저기 우편 수취함에 우편물을 투함하면서 우편 수취함 속에서 혹시라도 새들이 알을 품고 있지는 않은지 유심히 살펴보며 우편물을 투함하는데 원서당 마을에서는 새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 우편 수취함이 보이지 않아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마음 놓고 우편물을 수취함에 넣어 둘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마을로 또 다음 마을로 우편물을 배달하면서 우선 우편 수취함 상태가 어떤지 살펴보고 우편물을 투함합니다. 그러니까 며칠 전 일입니다. 제가 회천면 화죽리 두곡마을에서 우편물을 배달하는데


이상하게 몇 개의 우편 수취함 내부에 쓰레기 같은 것이 들어있는 것 같아 “누가 이렇게 우편 수취함에 쓰레기를 넣었을까? 우편 수취함 내부가 깨끗해야 우편물도 깨끗한 상태로 주인에게 전달될 수 있는데!”하는 생각을 하며 평소에 하던 대로 별 생각 없이 수취함에 우편물을 넣었는데 갑자기 수취함에서 무엇인가 불쑥 튀어나오더니 하늘 높이 솟아 올라갑니다. 그 순간“헉! 이게 무엇이냐? 무엇이 수취함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이냐?”하며 깜짝 놀라 하늘을 쳐다보았더니 하늘 높이 솟아 올라간 것은


바로 몸 색깔은 참새와 비슷하지만 몸집은 참새 보다 더 작은 조그만 딱새 한 마리였습니다. “아이고! 딱새야! 정말 미안하다! 내가 큰 실수를 하였구나! 너희들이 바로 우편 수취함 속에 쓰레기 같은 것을 물어다 넣은 장본인이었구나! 그러면 여기는 우리 집! 이라고 문패라도 써 붙여야 내가 조심을 하지~이!”하고 수취함 내부를 들어다 보았더니 언제 물어 날랐는지 부드러운 나뭇잎과 풀 같은 것으로 두툼하게 둥지를 마련하고 그 속에는 어린아이 새끼손가락 보다 더 작은 하얀 알 몇 개가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우편 수취함 우편물 투입구에 ‘새 조심!’이라는 표시를 해 두고 바로 옆집 대문 앞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우편 수취함을 바라보는 순간 주인 영감님께서 저의 오토바이 소리를 들었는지 얼른 대문을 열고 나오시더니 갑자기 “쉿!”하며 손가락으로 입을 막는 시늉을 하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상고들었어!”하십니다. “어르신! 무슨 말씀이세요? 상고가 들다니요? 뭐가 상고 들었단 말씀이세요?” “쉿! 조용히 해! 그라고 이리 따라와 봐!” 하시며 대문을 열고 마당으로 들어가시더니 무슨 좋은 일이 있는 것처럼


연신 싱글벙글 웃으며 여전히 나지막한 목소리로 “지금 새가 상고 들었단 마시! 알았는가?”하십니다. “새가 상고가 들어요? 아니 무슨 새가 상고 들었단 말씀이세요?” “이사람! 말 참! 되게 못 알아 묵네. 새가 알 낳아갔고 인자 새끼를 깟어! 알았어? 그랑께 상고 든 것이나 마찬가지 제~에! 안 그래?”하시며 아주 딱하다는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십니다. 그리고 그때서야 영감님 말씀을 알아들은 제가“아~아! 새가 산고(産苦)들었단 말씀이시지요?” “인자 내말을 알아 묵었구만! 그랑께 새들이 놀랠 수 있응께


조용히 해야 되 알았제?”하십니다. “그런데 어르신은 어떻게 새가 산고 들었는지 아셨어요?” “엊그저께 자네가 농민신문을 저 편지통에 넣고 갔드만! 그란디 이상하게 신문이 편지통 안에서 흔들 흔들하드란 마시 그래서 이상하다! 하고 가 봤는디 새가 즈그 새끼 있는 데로 신문이 들어온 께 그것을 머리로 밀어 낼라고 애를 쓰고 있다가 내가 신문을 쑥 빼 낸께 얼렁 도망가드란 마시 그래서 편지통 안에를 들어다 봤는디 금메 그 안에다가 새끼를 네 마리나 낳드란 마시 그란디 새끼들이 손가락을 이리저리 흔들문 손가락을 따라


주둥이만 벌리제 제비 새끼들 같이 짓고 먹이 주라고 울든 안하드란께! 그것 참 신기하드만!”하시며 연신 싱글벙글 하십니다. “그런 일이 있었어요? 저는 그냥 무심결에 수취함에 신문을 넣었는데 그것이 새에게는 큰 위험이 될 뻔 했네요!” “그랑께 오늘부터는 자네가 쪼금 성가시더라도 신문이나 다른 편지가 오면 편지통에 넣지 말고 그냥 마당에 던져 놓던지 마루에 갖다 놓든지 해주소! 알았제?” “예! 잘 알았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새들이 다 자라서 날아가고 없으면 그때부터 다시 수취함에 우편물을 넣어도 괜찮겠지요?”


“아! 그라고 말고 하것는가? 그래도 우리 집을 찾아 온 귀한 손님이 새끼까지 낳아서 키우고 있는데  으디 함부로 하것는가? 그랑께 자네가 이해를 하소 잉!”하시며 우편 수취함에 찾아온 귀한 손님들이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자라주기를 바라는 눈치였습니다. “어르신 알았습니다. 그것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잘 알아서하겠습니다.”하고 영감님 댁을 나오면서 다시 바라본 우편 수취함은 딱새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수취함의 문이 반쯤 열려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오늘 아침 촬영한 패랭이 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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