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자전거

옥(玉) 장판 소동

큰가방 2007. 3. 24. 19:46
 

옥(玉) 장판 소동


“아제! 우리 집 옥(玉)장판 안 왔어?” “글쎄요! 오늘도 옥 장판은 안 왔는데 어떻게 하지요?  혹시 따님이 무엇을 잘못 알고 있는 것 아닐까요?” “아니! 그라문 우리 딸이 거짓말했단 말이여?” “할머니!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고 옥 장판을 판매하는 회사에서 발송을 다소 늦게 하는 수도 있으니까 마음 푹 놓고 2~3일 만 더 기다려 보시라니까요!” “아니 옥 장판 보냈다고 한지가 며칠 째여? 며칠째?” “제가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따님에게 전화는 해 보셨어요?”


“우리 딸은 아직도 옥 장판이 안 왔냐고 야단이든디!” “그러면 따님에게 다시 전화하셔서 아직 옥 장판이 도착하지 않았으니까 회사에서 확실히 발송했는지 확인해 보라고 하세요!” “우리 딸이 그 회사에 전화해 본께 ‘진작 보냈은께 걱정하지 마라!’고 했다 하드만!” “그런데 옥 장판을 우체국 택배로 보냈다고 하던가요?” “우체국인지 아닌지 몰라도 보나마나 우체국으로 보냈것제 으디로 보냈것어?” “할머니! 그렇게 화내지 마시고 내일까지 기다려 보세요!


따님이 보낸 옥 장판인데 그게 어디로 가겠어요?” “내가 아제한테 화내는 것이 아니여! 옥 장판을 보냈다고 한지 벌써 닷새째가 되었는디 암만 기달려도 옥 장판은 오도가도 안하고 있응께 애가 터져서 하는 말이여!”그러니까 4일 전(前) 회천면사무소에서 등기 우편으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으라는 통지서를 발송한 일이 있었는데 전남 보성 회천면 전일리 외래마을 이성금 할머니의 손녀에게도 등기우편이 도착되어 “할머니! 이제 손녀딸도 주민등록증 발급 받을 나이가 되었나 봐요!


이것은 면사무소에서 보낸 주민증 발급 통지서니까 잘 놔 두셨다 손녀에게 전해 주세요!” “우메! 우리 손지가 벌써 주민증 받을 나이가 되었어? 인자 다 키웠네!”하더니 “그란디 아제! 부산에 있는 우리 딸이 엊그저께 집에 왔다가면서 전기 옥 장판을 사서 보낸다고 하드만 혹시 오늘 안 왔으까?” “오늘은 도착한 게 없거든요. 옥 장판을 언제 보냈다고 하던가요?” “어저께 전화가 왔어! 금방 사서 보내면서 전화한다고!” “잘하셨네요! 이제 옥 장판이 있으면 기름값도 절약되고 정말 좋으시겠어요!”


“요새 지름값이 너무 비싼께 보일라를 함부로 못 틀고 살았는디 옥 장판이 있으문 지름값은 덜 나오것제~잉!” “그렇고말고요! 할머니! 저 그만 가볼게요.”하고 할머니와 헤어지고 난 다음날 할머니 집 앞을 지나가는데 “아제! 우리 집 옥 장판 주고 가야제!”하고 할머니가 부르기에 “오늘은 옥 장판이 도착하지 않았네요! 택배를 보내실 때 오후 늦게 우체국에 접수하면 하루쯤 늦어지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러니까 내일까지 기다려보셔야 하겠네요.”하였더니


“그래~에! 나는 오늘이나 올지 알고 있었는디 그라문 오늘은 틀렸네!” “할머니 죄송해서 어떡하지요? 제가 일부러 옥 장판을 안 가지고 온 것은 아니니까 내일까지 기다려 보세요!”하였는데 어제 또 할머니께서는“아제! 오늘은 옥 장판 갖고 왔제~에?”하고 나를 부르기에 “어떻게 된 일인지 오늘도 옥 장판은 도착하지 않았네요!” “아이고~오! 그란다고 이라고 날짜가 많이 걸려?” “제 생각에는 따님이 옥 장판을 직접 우체국에서 발송하는 것이 아니고 옥 장판을 판매하는 회사에 보내달라고 요청한 것 같거든요!


그런데 회사에서는 한 두 개씩 발송하려면 귀찮으니까 한꺼번에 발송하려고 조금 늦어지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마음 푹 놓고 2~3일 더 기다린다 생각하세요!” “금메! 그라고 생각하문 그란디 이라고 늦어진께 하는 말이여!”하고 할머니와 헤어졌는데 오늘까지 옥 장판은 도착하지 않고 있으니 할머니가 무척 화가 난 것 같았다. “할머니! 하루만 더 참고 기다려 보세요! 내일은 제가 꼭 갖다드릴게요! 자~아! 할머니하고 약속!”하며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더니 할머니께서도 할 수 없다는 듯 빙긋이 웃으며


“그라문 할 수 없제~에!”하며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그런데 잠시 후 할머니와 헤어진 내가 골목길을 빠져나와 막 커브를 돌아가는 순간 택배 차(車) 한대가 나에게 다가서더니 “형님! 이 마을에 이성금 씨 댁이 어딘가요?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도 잘 모르네요!” “할머니 이름이라 마을 사람들이 잘 모를 거야! 이 쪽 골목길로 들어가면 오른쪽으로 세 번째 집인데 지금 할머니께서 자네를 무척 기다리고 계실 걸세!”


 

 

*봄이면 늘 우리 곁에 찾아오는 개나리 벚꽃 그리고 수선화랍니다. (2007년 3월 21일 전남 보성 회천면 봉강리에서 촬영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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