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큰가방 2017. 7. 29. 18:24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식사를 하면서 TV를 켜자 오늘은 전국이 매우 맑겠으며 서울을 비롯한 경기 일부 지역에는 짙은 황사도 예상되오니 외출하실 때는

반드시 마스크를 준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라는 일기예보가 있었지만 그렇게 기다리던 비 소식은 없었다.

 

날씨가 너무 가물어서 큰일인데, 금년에는 큰 비가 한 번도 내린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시골의 농부들은 물 때문에 정말 걱정이 많겠구나!”

생각해 본다. 길을 가다 우연히 옛날에 직장에서 함께 근무했던 선배를 만났다. “형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나야 항상 잘 있제에~ 그란디 자네는 으짠가?” “저도 잘 있어요.” “그래~ 지난번에 누구 말을 들으니 자네가 몹쓸 병에 걸렸다고 하든데

지금은 어짠가?” “3년 전 건강검진(健康檢診)을 받았을 때 신장(腎臟)에 암()이 있다고 해서 그때 바로 절개하는 수술(手術)을 받아

 

지금은 좋아졌어요.” “그럼 약() 같은 것은 안 묵고?” “워낙 빨리 수술을 받아 아직까지는 먹지 않고 있어요.” “그라문 정말 다행이시!

그란디 나하고 같이 퇴직한 영남이하고 병연이도 자네 동네서 산다고 그랬제? 그 사람들은 다 잘 있단가?” “! 그 형님들도 잘 계세요.

 

병연씨 형님께서는 건강 때문에 그렇게 좋아하던 술, 담배를 끊어서 지금은 얼굴도 아주 좋아요. 그리고 영남씨 형님은 지금도 술은 한잔씩 하는 것 같은데

청학정이라고 활() 쏘는 곳 있지 않습니까? 거기 다니면서 활도 쏘고 또 부부동반해서 산()에도 다니면서 하여튼 재미있게 사는 것 같아요.

 

그런데 형님은 퇴직하고 어떻게 지내세요?” “()에 사는 사람이 할 것이 뭣이 있것는가? 그냥 농사나 짓고 살제!

그란디 요새 너머나 가물어서 큰일이시!” “그럼 논에 모도 아직 못 심으셨어요?” “모는 다 심었제만 인자 콩도 심거야 하고,

 

또 고구마 같은 밭작물도 심거야 쓴디, 으디 물이 있어야 심제! 지난번에 콩을 심어갖고 싹이 째깐식 올라오기 시작하드만 한 며칠 바뻐서

밭에 못 가 봤드만 싹 몰라죽어 부렇어!” “그럼 논에 모는 어떻게 심으셨어요?” “지금은 옛날하고 틀려서 웬만한

 

논에는 다 양수시설이 되야 갖고 있응께 논에 물 대는 것은 그라고 큰 어려움이 읍어! 그란디 밭에 물주는 것이 문제란 말이시!”

형님 말씀을 들어보니 정말 그러네요. 논에 모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래도 밭작물도 상당히 중요한데 날이 너무 거물다보니 정말 걱정이네요.”

 

내가 생각해본께 금년에 비다운 비가 한 번도 안 온 것 같드란 마시! 그랑게 마늘 심어 논 것도 제대로 안 여물고 썩어 불고,

또 감자도 밑이 제대로 안 들고 그랑께 잘디잘아! 그란디 지금 생각해본께 옛날에 우리 엄니 아부지는 우추고 농사를 짓고 살았든가 몰것서!”

 

그러니까 힘들게 사셨겠지 어떻게 살았겠어요? 제가 중학교 다니던 시절에 한 번 큰 가뭄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책가방 대신 호미를 가지고

학교에 간적이 있어요.” “호맹이를 멋할라고 가져가?” “그때 군청에서 지원해주는 도로 정비하면서 자갈 퍼다 붓는 커다란

 

트럭을 타고 대야리(大野里)로 갔거든요. 거기서 논에 물이 없으니까 호미로 파서 모를 심었어요.” “하기사 그때만 해도 양수기 같은 것은

꿈도 못 꾸는 시절이니 호맹이로 파서라도 심거야제 으짜꺼인가?” “그런데 다행스럽게 나중에 비가 많이 와서

 

그해에 아주 대풍(大豊)이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랑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이여!”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 갑자기 하늘에는 천둥 번개와 함께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들고 있었다.

   

이미 썩어버린 커다란 고목나무에서 자라고 있는 이 버섯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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