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요즘 무슨 재미로 사세요?"

큰가방 2017. 9. 30. 16:53

요즘 무슨 재미로 사세요?”

 

오늘 전라도와 남해안은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시간당 30mm 이상의 비가 쏟아지는 곳이 있겠으며. 낮 동안에 비가 잠시 주춤하는 사이

대구·경북 지방은 기온이 34도까지 올라 찜통더위가 예상됩니다.”라는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적중했는지 잠시 일을 보러 밖에 나가려는데

 

억수 같은 비가 계속 쏟아지는 바람에 나들이 계획을 잠시 미뤄야만하였다. 우체국(郵遞局) 창구에서 수도요금을 납부하고 있는데

누군가 내 등을 살며시 두드리는 사람이 있어 뒤 돌아보았더니 예전에 함께 근무했던 선배(先輩)였다. “형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계셨어요?” “나야 항시 잘 있제~! 자네는 어쩐가?” “저도 잘 있어요. 집안에도 별고 없으시고요?” “물론 그라제~ 그란디

자네 몸은 으짠가? 누구 말을 들응께 몸이 안 좋다고 그래 쌓드만 얼굴은 본께 영 좋아 보이네!” “재작년에 제가 신장암(腎臟癌) 수술을 받았는데

 

그때 그런 소문이 났던 것 같아요.” “그랬어? 나는 자네가 암수술 받은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네! 그라문 지금 몸은 으짠가?”

형님 보시다시피 아주 좋아요.” “그러면 신장은 좋아졌고?” “신장에 암이 자리를 잡자마자 바로 잘라내는 수술을 했기 때문에

 

지금은 아주 좋아요.” “그라문 다행일세!” “그런데 형님 건강은 어떠세요?” “나는 그라고 좋은 편도 아니고 그란다고

나쁜 편도 아니고 그라네!” “그러면 좋다는 말씀이세요? 나쁘다는 말씀이세요?” “금메! 좋도 안하고 나쁘도 안하고 그란단 마시!”

 

술은 지금도 한잔씩 하세요?” “아니 지금은 못 묵어!” “왜요? 혹시 안 좋은 일이라도 있어 그러세요?” “그라고 안 좋은 일이 있는 것은 아닌디

은제부턴가 술을 한잔씩하고 나문 숨이 가쁘기 시작하드란 마시!” “그러면 숨을 못 쉴 정도로 많이 가쁘던가요?”

 

아니 그 정도는 아닌디 하여튼 술을 한잔하고 나문 이상하게 안 좋드란 마시! 그래서 병원에 가 봤드니 심장판막증이라고 그라데!”

심장판막증이라고요?” “글드란 마시 그러면서 지금 당장 죽을병은 아니라도 하여튼 조심해야 쓴다고 글드랑께!”

 

그래서 술도 못 마시게 하던가요?” “아니 병원에서 술까지 마시지 마란 소리는 안 했는디 그래도 마시문 안 되것드란 마시!”

그럼 술도 마시지 못하면 무슨 재미로 사세요?” “술을 못 마신다고 재미조차 읍단가? 그라고 못 묵으문 못 묵은 대로

 

또 재미를 느끼고 살아야제! 안 그란가? 그란디 자네는 요즘 술 한 잔씩 한가?” “저도 수술을 받은 뒤부터는 안 마셔요.”

병원에서 마시지 마라 글든가?” “암 수술을 받았으니 물론 마시지 않아야 되겠지만 제 옆 침대에 있던 분도 저처럼 신장암 수술을 받았는데

 

그분은 시골에서 농사를 많이 짓고 있다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처음 수술을 받고 퇴원했을 때 병원에서 당부한 사항을 잊고 힘든 농사 일 다 하고,

그러다 피곤하면 술 마시고, 담배 피고, 그러다보니 한 3년도 못가서 암이 금방 재발되더라고, 저에게는절대 일도 힘들게 하지 말고,

 

, 담배는 아주 멀리 하라!’고 신신당부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뒤부터 절대 입에 대지 않았는데 문제는 모든 일에 흥()이 나지 않고.

그러다보니 노래도 안 불러지고, 노래가 안 불러지니, 노래 부르기도 힘들어지고, 이러다 노래를 아주 잊어버리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래도 으짜꺼인가? 노래가 안 불러지더라도 그런대로 살아야제! 그라고 이 나이에 노래 잘해 갖고

카수(歌手)를 하로 나가꺼인가? 아니문 상()을 받을라고 애를 쓰꺼인가?”


가을이 오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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