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전문가의 눈

큰가방 2017. 10. 21. 16:37

전문가의 눈

 

며칠 전부터 자꾸 머리가 가려운 것 같아벌써 이발(理髮)할 때가 되었나?’생각하며 천천히 이발관을 향하여 걷고 있는데띠로링!’소리가 들려

휴대전화 문자함을 열어보니현재 보관중인 13(정화, 우리, 대산, 둥지, 드림, 나선준영, SCK) 식별부호 표시 계란(鷄卵)

 

구입처에 반품(返品) 바랍니다.’라는 전라남도에서 보내온 문자였다. 요즘 전국으로 살충제(殺蟲劑)와 사람에게 아주 해로워

몇 년 전부터 생산을 중단한 DDT라는 농약(農藥) 성분이 검출된 계란까지 등장하는 바람에, 보건당국은 초비상이 걸렸었고

 

이 때문에 국민들은 그걸 먹어야할지 말아야할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 조금씩 교통정리가 되어가는 듯 먹지 말아야 할

달걀에 대한 정보를 보내주는 것 같았다. 내가 단골 이발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어서 오시게!”하며 주인께서 다른 손님 머리를 감아주며

 

활짝 웃는 얼굴로 나를 반긴다. “요즘 날씨가 굉장히 무더운데 어떻게 사셨어요?” “우추고 살기는 우추고 사꺼인가?

더우문 더운 대로 추문 추운대로 거그에 맞춰 살아야제! 다 하늘에서 하는 일인디 우리가 우추고 맘대로 할 수나 있단가?”

 

형님 말씀처럼 사는 것이 좋은 방법이기는 하네요.”이야기를 나누는데 방금 이발을 끝낸 영감님께서 주인에게 이발료를 건네자 천 원짜리를 쥐어주며

이거 가시다 음료수라도 한잔 사 자시고 가씨요. 요즘 날씨도 징허게 무덥고 그란디 우리 집까지 이발하러 오시느라 고생하셨소~ !”

 

에이~ 먼 이런 것을 또!”하며 살며시 돈을 받아 호주머니에 넣은 영감님께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문을 나서는 모습을 보며

형님! 손님들에게 음료수 값까지 서비스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습니다.”하였더니 저 양반은 자기 집 가까이도 이발소가 있는디

 

옛날부터 우리 집 단골이라고 꼭 이리 오신단 마시! 그란디 요새 같이 이라고 무더운 날 우리 집을 찾아오신 손님인디 그래도

음료수라도 한잔 대접해야 안 쓰것는가?” “말씀을 들어보니 정말 그러네요.”하며 내 머리카락을 자르려고 앞에 보자기를 두르고

 

머리에 비누거품을 칠하려던 주인께서 갑자기 어야! 근디 자네 귀 옆에 머리 안 있는가? 거그를 으째 옆으로 사정읍시 밀어 부렇는가?”물었다.

귀 옆에 머리요? 거기 머리는 제가 손 댄 적이 없는데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자네가 면도하면서 거울도 보지 않고

 

그냥 대충 밀어버린 것 아닌가?” “글쎄요! 제가 옛날에 직장으로 출근할 때는 아무래도 거울을 앞에 놓고 면도도 하고 그랬지만

지금은 출근을 하지 않으니 별로 신경도 쓰지 않으니까 그렇게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란디 내가 보기에는 상당히 많이 밀어 부렇단 마시!”

 

그럼 보기 싫게 표시가 많이 나나요?” “얼른 보면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가 보기에는 표시가 난단 마시!”

얼른 봐서 표시가 나지 않으면 괜찮아요. 그런데 저는 거울을 봐도 잘 모르겠던데 형님은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나는 직업이 이발이다 본께 내 눈에 맨 먼저 보이는 것이 사람들 머리단 마시! 그란디 으째 그거이 안 보이것는가?” “하긴

형님은 머리에 전문가시니 쉽게 발견해 내시겠네요.” “옛날에 쩌그 명봉 으서 살던 우리 집 단골 영감님이 와 갖고 갑자기

 

머리를 갈침서으째 이라고 머리를 밀어 부렇소?’하드란 마시 그래서 본께 오늘 자네 머리 같이 면도하면서 보기 싫게 밀어분 것 같드라고!

그래서 설명하니라 진땀을 뺏는디 오늘 또 그라네!” “그래도 오늘은 형님에게 잘못했다고 따지거나 하지는 않을 테니 안심하세요.

 

그나저나 전문가의 눈이 정말 매섭네요.” 


가을이 웃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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