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억새꽃

큰가방 2017. 11. 4. 15:00


억새 꽃!

                                    글: 류 상 진

 

언제나 가을이 찾아오면 정답게 부르는 이름이 있습니다.

 

저는 결코 아름답지도 화려하지도 않으며 예쁘지도

않는 꽃입니다.

 

추수가 모두 끝나버린 들판에서, 그늘진 언덕에서, 사람이

오가지 않는 깊은 산속에서,

 

갈매기도 찾아오지 않는 아주 외로운 바닷가에서, 우리

부모님 산소 곁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는 꽃입니다.

 

언제나 은백색 하얀 머리를 가지런히 빗어 넘기고 때로는

불어오는 바람이 시키는 대로

 

이리저리 아무 거리낌 없이 흔들거리다 어느 날 갑자기

미친 여자처럼 머리를 풀어헤치고

 

가을이 떠나가는 것이 못내 아쉬워 미치도록 그님을 부르는

꽃 입니다.

 

그러나 저는 결코 꽃은 아니고 사람들이 저를 부를 때 그냥

억새꽃이라 불러줍니다.

 

그래서 지금도 저의 이름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모릅니다.

억새꽃! 억새?


    


42609

 


'꼼지락 거리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배와 고구마 농사  (0) 2017.11.18
"획기적인 방법이 없을까?"  (0) 2017.11.12
슬래브 지붕과 칼라강판  (0) 2017.10.28
전문가의 눈  (0) 2017.10.21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  (0) 2017.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