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슬래브 지붕과 칼라강판

큰가방 2017. 10. 28. 09:14

슬래브 지붕과 칼라강판

 

지난 8월 후끈거리다 못해 마치 용광로처럼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착각이 날 정도의 무더운 날씨가 매일 계속되더니 9월이 시작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활동하기 좋은 날씨로 변하면서 점점 높아지는 푸른 하늘에는 하얀 뭉게구름 몇 조각이 두둥실 어디론가 멀리 흘러가고 있었다.

 

길을 가다 잘 아는 선배 한 분을 만났다. “형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잘 계셨어요? 집안도 편하시고요?”

아이고! 동새~! 참말로 오랜만이시! 자네도 잘 계셨는가? 집안에도 별일 읍고? 금년에는 별라도 더왔는디 이 더우에 우추고 살았는가?”

 

그러니까요. 어째 이상하게 해가 가면 갈수록 날씨가 더 무더워지는 것 같아요.” “그랑께 말이여. 몇 년 전만 해도 여름이문

내가 우리 집 에어컨을 켰는지 안 켰는지 잘 모르고 넘어갈 때가 만했는디 재작년부터는 거의 매일 켜 놓고 살아야 되니

 

인자는 여름만 되문 전기세하고 전쟁을 해야 될 판이니 큰일이시!” “그러니까요. 어째 이상하게 해가 가면 갈수록 더 여름나기가 정말 힘이 드네요.”

그것이 엘니뇨 현상 때문이라든가 어쩐다든가 그란디 이러다가 우리나라도 앞으로 몇 십 년만 지내문 쩌그 아프리카처럼 열대지방이

 

안 되야 불란가 몰것네!” “그러니까요.” “그란디 자네한테 멋 잔 한나 물어보세?” “무엇을 물어보시게요.” “자네는 기와집인가?”

저의 집은 원래 기와집이었는데 나중에 칼라 강판이라는 함석지붕으로 바꿨어요.” “으째 바깠는디?” “그게 기와가 오래되고 그러니까

 

비가 오면 여기저기서 물이 새더라고요. 그래서 몇 번 고친다고 공사를 했는데, 고쳐도 소용이 없고 누구 말을 들으니

페인트칠을 하면 안 샌다고 해서 그렇게도 해 봤는데 그래도 얼마가지 않아 도로 물이 새 버리더라고요.” “그라문 영 성가셨것네!”

 

그런데 어느 날 우리 마을 영감님 댁에서 지붕 고치는 공사를 하면서어이! 자네 집도 지붕이 샌다 그랬제? 그라문 이것 강판으로 바까불소!

이걸로 바꾸문 천년묵으로 안 샌다고 그라네!’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걸로 갈았는데 그 뒤로 지금까지 지붕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더라고요.”

 

그랬어! 그라문 돈이 을마나 들었는디?” “돈이 57십 만원 들어갔는데 그때가 벌써 십년이 넘었을 것 같으니 지금 공사를 하면

더 많이 달라고 할 것 같은데 그건 왜 물으세요?” “우리 집이 슬래브 지붕 아닌가? 그란디 어느 날 부턴가 비가 오면 벽으로 물이 타고 오드란 마시,

 

그래서 그걸 고칠라고 친구에게 물어본께 방수페인트를 칠하면 괜찮다고 하드라고, 그래서 그것을 칠 했는디

그것도 몇 년 안 된 것 같은디 도로 물이 타고 들오드란께!”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그래서 우리 집을 지은 업자(業者)한테 말을 항께

 

실리콘인가 멋인가를 갖고 와서 여그저그 사방데를 보르고 댕기드만 그것도 을마 지내도 안 해서 소용없이 되야 부러!”

그러면 저의 집처럼 칼라강판으로 바꿔보지 그러세요? 저의 아랫집 후배도 슬래브 지붕인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집 지은 지 십여 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비가 오면 물이 새고, 또 여름에는 얼마나 뜨겁고 무더운지 에어컨을 24시간 풀가동시키며 살다보니, 여름만 되면 정말 죽을 지경이었다고

그러데요. 그리고 그런 집이 또 겨울에는 엄청 춥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붕을 고친 뒤로 여름에도 에어컨 켤 필요가 없이 시원해서 좋고,

 

겨울에는 그렇게 난방(煖房)을 안 해도 추운 줄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그라문 그 집은 돈이 을마나 들었다고 그라든가?”

글쎄요! 그때 얼마라고 했는데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여튼 지붕을 고치려면 여기저기 잘 알아보고 결정하세요.”

    

가을이 웃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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